갱년기증후군과 안면홍조 (1)
갱년기증후군과 안면홍조 (1)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2.2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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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진 한의학박사

여성이 49세 전후로 월경(Menstruation)이라는 부담을 벗는 것을 요즘엔 완경(完經)이라고 한다.

초경 이후 35년여간 달마다 때로는 아프고, 불편하고, 난처한 나날들이 드디어 끝나는 기쁜 일이라고 진료실에 찾아온 갱년기 증후군 환자분들을 달래봐도 미소지을 여유조차 없는 그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백 마디 말보다 신속한 치료일 것이리라.

하지만 현실은 증후군이라는 꼬리표에서 직감되듯이 명확한 원인이 없어 기약 없이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종잡을 수 없는 병이 ‘갱년기 증후군’이다.

증상으로는 피로, 신경과민, 두통, 어지럼, 피부 건조 및 홍조 등으로 밤이 되면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양의학에서는 호르몬 부족을 원인으로 보고 에스트로겐 계통의 호르몬투약요법을 통해 치료한다.

한의원에는 양방의 호르몬조절요법으로는 낫지 않는 중증의 갱년기 증후군 환자들이 주로 내원하는데 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증상이 재발하는 통에 무서워서 계속 먹다 보니 어느덧 생리가 끝난 지 10여 년이 지나도 갱년기 치료 호르몬제를 드시는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호르몬 요법만으로는 완치가 쉽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래서 질환이라고 하지 않고 증상 간 인과관계가 불확실하다는 뜻의 ‘증후군’이라 명명한 것은 어찌 보면 양의사들의 우리들의 어머니들에 대한 작은 위로이자 살아있는 양심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된다. 

한의학에서 갱년기증후군은 치료원리가 대단히 단순한 질환에 속한다. 단순하다 보니 변수가 적어 치료가 어렵지 않은 질환이다.

치료가 빨리 되지 않아 양방병원을 전전하고 각종 검사를 받아가며 애쓸 필요가 없는 질환이다. 왜냐하면 한방에서 보는 갱년기증후군의 원인이 ‘에스트로겐 결핍’이 아니라 ‘혈허(血虛)’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양방에는 허약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보약(補藥)이 없어서 허증치료가 한방에 비해 취약한데 갱년기증후군은 가장 대표적인 혈허증이다. 

월경은 기본적으로 혈액을 소비하는 생리현상이다. 인체 내에서 피를 만들고 재활용하는 혈액 시스템도 그 힘이 유한하기에 어느 선 밑으로 힘이 떨어지게 되면 혈액을 과다소비하면서 다음 임신을 준비하는 월경이라는 기능을 정지시켜 인체의 안녕을 도모하려 하는데 이는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수순이다.

배터리 잔량이 부족할 때 불필요 기능을 정지시키는 핸드폰의 저전력모드 전환처럼 말이다. 핸드폰을 너무 많이 써서 남들보다 너무 빨리 저전력모드 전환을 맞이하는 것이 사람에게서는 조기폐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계속>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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