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여기가 ‘세상의 극치’로구나
아~여기가 ‘세상의 극치’로구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2.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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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섬 거느린 조도(鳥島) (1)
얼마나 많은 섬이 바다에 떠 있으면 ‘세상의 극치’란 표현을 했을까? 도리산 정상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니 그 말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섬이 바다에 떠 있으면 ‘세상의 극치’란 표현을 했을까? 도리산 정상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니 그 말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 절경에 감탄한 英 함대 선장 보고서로 소개

“산마루에서 주위를 바라보니 섬들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섬들을 세어보려 애를 썼으나,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120개는 되는 듯했다. 경치는 황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세상의 극치, 지구의 극치”라 외쳤다. 글은 1816년, 청나라 산동성 위해(威海)에 갔다가 돌아가던 영국 함대 3척이 조도해역을 거쳐 갔던 함대 라아라호 선장인 바실 헐이 ‘한국 서해안과 유구도 탐색 항해 전말서’보고서에 도리산에 올라 바라본 조도해역에 대한 소감이다. 그는 이 보고서에 ‘진도 조도해역은 동양에서 항구건설에 가장 좋은 후보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그가 남긴 ‘항해기(1818)‘에 3일간 조도에 머물면서 사람들을 만나 생활습관과 섬 이름을 자기네들 관점에서 붙이기까지 했는데, 하조도는 앰허스트 섬, 상조도는 문트럴 섬, 외병도는 샴록 섬, 내병도는 지스틀 섬이라 지역을 표기해 두었다. 조도는 국제적으로 일찍 알려진 섬으로 1885년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한 후 청나라와 협상하면서 일본을 의식한 군사적 요새지로 개발하기 위해 진도 일대를 빌려달라 요청하기도 했었다. 아마도 조도일대 자연지형이 천혜의 요새지로 생각했던 것으로 본다. 훗날 그때 진도를 비롯한 조도 일대를 영국에 빌려줬더라면 지금의 홍콩이나 마카오처럼 큰 변화가 있었을 것이고, 우리나라 역사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조류 흐름이 진도의 울돌목과 호형호제할 정도라는 조도해역을 제주로 가는 대형 선박도 천천히 섬사이를 항해하고 있다.
조류 흐름이 진도의 울돌목과 호형호제할 정도라는 조도해역을 제주로 가는 대형 선박도 천천히 섬사이를 항해하고 있다.

■ 손 끝에 잡힐 듯 한 170여 개의 섬들

진도 팽목항에서 9㎞ 떨어진 조도는 유인도 36개, 무인도 141개로 총 177개 섬 들로 군도를 이루고 있는 행정구역은 진도군 조도면(珍島郡 鳥島面)이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가 났던 곳이 바로 조도면 맹골도 해역으로 한동안 온 국민의 눈길을 끌었던 곳이기도 하다. 사고해역인 맹골도나 주변 섬으로 가는 길목에 조도가 있다. 조도라 해서 새가 많은 섬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수많은 섬 들이 마치 바다에 새가 앉아있는 모습이라 하여 조도(鳥島)라 부르고 있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구역이다. 
내가 조도를 처음 찾았던 해가 79년도 여름인 것으로 기억한다. 우연히 진도에 갔다 ’조도에 가면 많은 섬 들이 마치 바다에 새가 앉아있는 것처럼 신비롭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조도가는 배를 타고 창유항에 도착하니 어디를 가야 새처럼 앉아있는 섬들을 볼 수 있는지 정보를 몰라 방황했었다. 이후 섬에 갈 기회가 되면 조도를 찾았지만 갈 때마다 날씨 관계로 조도 주변 섬 모습을 촬영할 수 없었다. 이후 1997년에 상·하조도를 잇는 조도대교가 개통되면서 상조도에 있는 도리산에 올라 조도 주변의 섬들을 촬영할 수 있었다. 
섬 걷기 취재를 위해 2021년 11월 조도를 거쳐 맹골도까지 다녀올 예정으로 목포에서 렌터카를 빌려 진도 팽목항으로 가고 있는데 뒤따라오던 차가 정지해있는 우리 차를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라 얼른 해결하고 바쁘게 팽목항을 거쳐 조도 창유항에 도착했더니 ’오늘 저녁 막 배로 나가지 않으면 풍랑으로 3일간 배가 떠나지 않는다’ 는 선내방송이다. 속으로는 ‘이렇게 날씨가 맑은데 무슨 소리냐‘ 며 매표소에서 확인했다. ’오늘 저녁부터 풍랑주의보가 내려 배가 다닐 수 없다‘며 맹골도는 고사하고 가까운 관매도도 갈 수 없으니 일을 빨리 마치고 저녁 배로 나가야 한단다. 섬 다니기 참 힘들구나. 한가롭게 섬 구석구석을 돌아보겠다는 계획을 접고 우선 도리산 전망대에 올라서니 어느 때 보다 날씨가 맑아 주변 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여객선 한 척이 섬 사이를 빙빙 돌며 대마도, 모도, 소마도를 돌아 어느 쪽 섬으로 가는지 배가 지난 자리에 긴 물여울을 남긴다. 안내판에 붙여진 사진과 실제 본 주변 섬들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고, 오늘 예정했던 맹골도가 지척인듯한데 왜 맹골도가 오지 중 에 오지 섬이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차일까?

조도 해역양식장에서 작업하고 어민.
조도 해역양식장에서 작업하고 어민.

■ 거세고 빠른 물살…울돌목과 ‘호형호제’

조도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바람이 거세고 물살이 빠르며 파도가 높고 특히 팽목과 조도해역의 조류 흐름이 얼마나 빠른지 진도대교 울돌목과 호형호제(呼兄呼弟)할 정도란다. 진도와 해남 사이 울돌목은 좁고 소용돌이치며 도는 거센 물살이라면, 진도 팽목과 조도 사이에 놓인 하조도 등대 앞바다는 폭이 18㎞ 정도로 넓고 거대한 물줄기가 거칠게 흐르며 요동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목포에서 제주로 가는 대형 여객선 퀸메리호도 이 해역에선 천천히 섬 사이를 돌아 제주해역으로 향하고 있다. 이 하조도 등대 주변의 항로는 오래전부터 중요한 길목이었고, 지금도 제주, 목포, 인천으로 가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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