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메기 세상’
‘노나메기 세상’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2.15 1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관후 시인·작가 

백기완 선생의 서거 1주년이다. 선생은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살자’는 ‘노마메기 벗나래(세상)’을 꿈꾸며 불의한 세상에 맞섰다. 선생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최근 ‘백기완노나메기재단’도 창립하였다. 

노나메기재단은 “백기완이란 이름은 한국 근현대 역사에서 저항의 상징이다. 탁월한 민중사상가이자 사회혁명가였던 그의 한살매는 숨 가쁘게 내달려 온 격동의 한국 현대사 자체였다”고  창립선언문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창립선언문을 통해 한 사람의 열 걸음이 아니라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선생의 삶과 문화예술, 민중사상과 투쟁, 노나메기를 향한 지극한 바랄(희망)을 기억하고 계승하고 실천하려는 젊은 버선발 니나(민중)들이 널리 뜻을 모아 설립한다고 밝혔다.

또 창립보고대회에서 분단 모순과 제국주의, 독점자본의 야만에 온몸으로 앞서서 투쟁하면서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실천해 온 백기완 선생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썩어 문드러진 자본주의를 해체하고 모든 인간과 생명이 평등한 공동체 세상을 세우자는 게 선생의 뜻이었다.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여 실천하기 위해 모두가 버선발로 나선다면 노나메기 벗나래는 가깝게 다가올 것이다.

특히 선생은 대중연설에서 “나는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기생오라비처럼 곱상한 예수는 당최 마음에 들지 않아. 내 생각에 그건 잘못된 그림이야. 예수는 노동자였어. 예수의 직업이 목수가 아니라서. 노동으로 단련된 몸을 가지고 있었을 거야. 그리고 예수는 부당한 사회질서에 대항한 깡다구 있는 인물이었다구”라고 말함으로써 지배질서와 결탁함으로써 역사적 예수와 멀어진 기독교를 비평하였다.

벗나래(세상), 바랄(꿈이나 희망), 새뚝이(기존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여는 사람), 불쌈꾼(혁명가)….

한국 현대사에서 ‘거리의 투사’, ‘큰 어른’으로 불리는 선생은 순우리말을 즐겨 썼다. 때 묻지 않은 민중의 삶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어서다. 민주화·노동·통일·민중 운동에 평생을 바친 그는 내로라하는 이야기꾼, 시인이기도 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도 그의 시 ‘묏비나리’가 모태가 아닌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를 가사로 한 ‘님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사망한 윤상원과 노동운동 중 사망한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연주된 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1980년대와 1990년대의 학생·노동운동의 대표 애창곡이 되었다.

선생의 사자후 같은 일갈이 유독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후보들의 말이 쏟아지고, 대선판은 달궈졌지만 그 어디에서도 모두를 위한 노나메기 벗나래의 바랄을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그래서 그가 한살매(한평생) 매달려 온 노나메기 벗나래의 씨앗, 토대가 될 노나메기재단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지금은 모두가 ‘올바로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새뚝이가 돼야 할 때다.

고인은 투병 끝에 지난해 2월 15일 향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선생은 1950년대부터 농민·빈민 운동을 시작했고, 4·19혁명 이후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박정희 정권에서는 유신체제에 저항하다가 1974년 긴급조치 1호 첫 위반 사례로 체포됐다. 

지난해 선생이 서거하자 제주에서도 분향소가 설치되었다. 제주민중연대는 2021년 제주도의회 앞에서 2021년 2월 16일부터 19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하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