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별과 차별
구별과 차별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2.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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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구별(區別)이란 같거나 비슷한 성질과 특성을 가진 것을 종류에 따라 모아 다른 것과 갈라놓음으로써 그것의 능력이나 기능을 향상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대상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행해지는 것을 지칭한다. 차별(差別)은 등급이나 계급 등에 따라 생기는 수준 따위의 차이를 기반으로 행해지는 폭력적인 행위를 말한다.

수평적이면서 평등함을 기반으로 하는 구별은 사회적 순기능이 강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수직적이면서 계급적인 성격을 가지는 차별은 사회적 역기능이 훨씬 커서 구성원 사이에 다양한 갈등과 문제를 일으키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두 용어에 대한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 현상에 대해 계급 혹은 등급을 기본으로 하면서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일방적인 억압이나 강요를 함으로써 폭력성을 드러내는 차별은 종교, 장애, 나이, 신분, 학력, 성별, 성적 취향, 인종, 생김새, 국적, 출신, 사상 등의 이유로 특정의 대상에게 혜택이나 불이익을 주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차별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등의 분야에서 평등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며, 구성원의 행복도를 저해하는 요소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극도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이유로 세계 모든 나라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이러한 차별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던 구별 중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머지않은 과거까지도 우리의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지칭하는 삼강오상(三綱五常)을 들 수 있는데, 이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옛것을 지금의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함하고 행동함으로써 질서와 체제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커다란 구실을 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긍정적 흐름을 만들어 사회에 순기능을 해왔던 전통사회의 구별이 현대에는 차별로 인식되면서 많은 변화를 초래하였고, 현재는 갈등의 해결을 주로 법에 의존하는 결과로 귀결되고 말았다.

우리 사회에서 구별을 차별로 잘못 이해하는 것에는, 남녀의 성적 구별을 차별로 받아들이는 것, 스승과 제자의 구별 자체를 차별로 인식하여 부정하는 것, 인종의 구별을 차별의 발판으로 삼는 것, 장점과 특기의 다름에서 오는 능력의 수월성을 차별로 인식하는 것 등을 지적할 수 있다. 남녀의 성적 구별을 차별로 인식하여 성적 정체성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려운데, 반작용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고 따르며, 스승은 제자를 배려하고 이끄는 것이야말로 모두가 원하는 학생과 교사의 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차별이라고 하면서 서로를 부정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모두가 평등하고, 반드시 평등해야 하지만 개개인이 가진 특기와 장점을 인정하고 살리지 못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서 하향평준화를 지향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역차별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구별의 장점을 잘 살리고 차별의 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우리 모두의 생각과 행동을 모은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에 커다란 보탬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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