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림 작 ‘마주 오는 사람을 위해’
“속슴허라/ 사태 때 으싸으싸 허당 다 죽었어/ 4·19 때도 으싸으싸 하다 죽었어/ 속슴허여사 된다/ (중략) / 속슴허라/ 속슴허라/ 평생을 가슴 앓이하다가/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양동림 작 ‘아버지 1-속슴허라’ 중)
제주에 나고 자란 시인은 4·3을 비켜갈 수 없다.
4·3을 통과했던 화자의 아버지는 당시를 기억하며 자식에게 평생을 “속슴허라”라고 말한다.
즉,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쥐죽은 듯 가만히 있기를 신신당부한다.
제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양동림 시인의 첫 시집 ‘마주 오는 사람을 위해’다.
시집은 총 5부로 ▲거울 ▲살아남기 ▲死·삶 ▲인연 ▲비옵니다로 구성되어 있다. 시집 전체적으로 연작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시집은 ‘가족’, ‘노동’, ‘제주4·3’에 주목한다.
언뜻 보기에 시인은 개인적 역사를 서술하는 듯 보이지만, 이는 공동체적 화두와 불가분한 관계다.
특히 제주라는 장소에서 만난 사건과 사람들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데 모아 스펙트럼으로 잇는 시집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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