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어촌관광을 살릴 수 있는 묘수
제주 농어촌관광을 살릴 수 있는 묘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11.29 1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태호 제주연구원 연구위원·논설위원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제주 방문 관광객 수는 벌써 천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리고 이들이 제주에서 쓰는 돈은,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제주 관광조수입은 7.5조원에 이르렀다) 제주지역 경제규모를 감안했을 때, 관광객들이 제주에서 쓰는 지출이, 제주 경제를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실제 우리 주변을 보면, 관광객 증가로 인해 혜택을 보고 있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해 혼잡 등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천만명 넘는 관광객들이 제주에서 돈을 썼다고 하는데, 왜 그로 인해 이익을 얻었다는 지역 주민은 많지 않은 것일까? 관광소득의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이 아닌 대기업이 운영하는 호텔 및 리조트에 쏠리고 있고, 농어촌지역이 아닌 도시지역의 일부 사업자에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약 70% 이상의 관광객들이 주로 호텔 및 리조트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등 외부자본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상당부분 지역 내에 재투자되지 않고 지역 외로 유출되기 때문에,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묵은 제안 같지만, ‘농어촌 민박 활성화’를 최우선 관광정책의 과제로 제안하고자 한다. 관광소득의 쏠림 현상, 즉 관광소득의 불균형의 원인을 생각해보면, 왜 이런 제안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관광소득이 도시지역에 쏠리는 이유는 농어촌지역에서 통과형 관광 행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과형 관광은 관광객들이 농어촌지역에서 체험, 관람 등의 관광활동을 한 이후에, 상대적으로 많은 지출이 일어나는 숙박이나 식사는 도시지역에서 하는 현상을 말한다. 농어촌지역을 방문하더라도 해당 지역에서의 씀씀이가 크지 않은 것이다. 관광객들의 소비지출은 숙박시설 입지와 상관성이 높은데, 관광객들이 농어촌지역보다는 도시지역 숙박시설을 선호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농어촌지역에서의 씀씀이를 늘리기 위해서는 농어촌지역 숙박시설 기반 및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여, 관광객들이 농어촌지역에서 숙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명확한 전략이 ‘농어촌민박 활성화’인 것이다. 그러나 민박사업자 거주 없이는 농어촌민박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법적 제약으로 인해, ‘농어촌민박 활성화’는 풀기가 쉽지 않은 난제이다. 고령의 민박사업자가 농사일 등과 병행하면서 청소, 세탁, SNS 홍보 및 예약 등 고품질의 숙박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연구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지적하고 있다. 제주 농어촌지역 숙박업은 상대적으로 영세한 규모의 업체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사업체의 경우 투자를 통한 시설 개선 및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숙박 품질 관리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묘수가 없을까? 일본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 ‘H2O Hospitality’로부터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2021년 포스브아시아 100대 유망기업에 선정된 H2O는, 농어촌민박 등 숙박사업자를 대상으로 해당 시설의 하우스키핑, 클리닝, 시설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박 전문 관리기업이다. 이러한 기업들이 청소, 세탁, 홍보 등의 숙박 관리 대행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면, 민박사업자의 관리 부담을 줄여주고, 농어촌민박 서비스의 품질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관광소득 불균형 해소←농어촌민박 활성화←고품질 숙박서비스 제공’이 제주 관광정책의 핵심 과제인데, 이는 숙박 관리 대행서비스업 기반 강화를 통해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이 제주 관광정책, 농어촌정책, 산업정책에 반영되길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