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그리움' 성공 원동력...세계인 시선 사로잡다
고향 '그리움' 성공 원동력...세계인 시선 사로잡다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1.10.12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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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주&제주인 기획(5)
한동훈 핀란드국립오페라 합창단 단원
20대 우연찮게 마주한 성악 꿈
제주인의 강한 생존력으로 극복
한국과 핀란드의 음악적 가교 역할
"은퇴 이후에도 고향 무대 서고 싶다"
한동훈 단원이 본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임창덕 기자=kko@jejuilbo.net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는 떠난 직후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제주인으로 24세에 성악을 시작해 서울과 독일, 핀란드를 거쳤다.

세계무대를 감동시키는 그의 울림 있는 목소리에는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서려 있다.

그는 긴 인생 여행길의 종착역을 ‘제주’로 보고 있다.

본지는 2021 세계제주인대회 연사로 고향을 찾은 핀란드국립오페라 합창단 소속 제주 출신 바리톤 한동훈 단원(46)을 지난 3일 메종글래드호텔 제주에서 만났다.

#노력+노력...살아있음을 느끼다

“유럽 정착 후 고향에 대한 향수는 점차 옅어지질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반대였어요. 더욱 커져만 갔죠. 그래서 제 목소리를 차지하는 가장 큰 부분은 ‘그리움’입니다.”

바리톤 한동훈은 제주에서 태어나 24세에 성악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성악가들이 중학교 때 시작하는 데 비하면 10년 쯤 늦은 셈이다.

삼성초등학교와 제주제일고등학교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노래를 좋아했지만 취미로 활동했다.

1993년 제주일고를 졸업한 그는 당초 성악이 아닌 사제의 길을 걷기 위해 같은 해 광주가톨릭대학 신학과에 입학했지만 뒤늦게 성악에 소질이 있음을 알고 1998년 대학을 중퇴했다.

이후 그는 어릴 적 궁금증이던 노래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이듬해 1999년 경희대 음악대학 성악과에 입학하며 테너 이성화 교수로부터 사사했다.

당시 바리톤 한동훈은 성악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상태였고, 3개월 만에 입시 준비를 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를 일으킨 건 끊임없는 ‘연습’이었다.

무대가 주어지면 어떻게 해서든 최상의 상황까지 훈련해놓고, 그 어떤 이와 겨줘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퍼포먼스를 하려는 의지로 연습했다.

또한 성악이라는 우연의 선택은 그에게 너무나도 큰 행복이고 즐거움이었다. 노래를 부를 때의 감정은 너무나 살아있었고, 스스로 희열을 느꼈다.

#최고 연주자로 우뚝...극찬 이끌다

그는 대학교 재학시절 다양한 성악 장르를 접하다 독일 가곡에 빠져들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가곡과는 달리 그리움과 고독, 사색의 정서가 독일 가곡 안에 많이 젖어 있던 것이다.

그는 2002년 대학교 겨울 졸업 시험이 끝나자마자 독일어 공부와 함께 독일 바이마르 국립음대 성악과 입시 준비를 하러 독일 현지에 갔다.

그는 5개월 만에 합격해 2003년 5월 해당 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높은 언어 장벽으로 수업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제주인 특유의 강한 생존력으로 끊임없이 실력을 단련했고, 매 학기마다 오페라 작품을 올릴 때 오디션을 통해 매번 주‧조역을 놓치지 않으며 두각을 드러냈다.

그리고 바리톤 한동훈은 마지막 졸업 시험에서 교수들의 만장일치로 실기 점수 만점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이는 같은 학교 최고 연주자 과정에 시험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걸 의미했다.

서울 경희대 재학 시절과 독일 바이마르 음대 재학 시절 매번 그의 목표는 졸업장을 무사히 받아 고향으로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평가를 계기로 세계를 무대로 한 프로 성악가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사진=한동훈 제공.

그는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게 됐고, 2009년 2월 핀란드 국립오페라 합창단 정단원으로 입사하게 되면서 현재까지 소속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오디션 당시 핀란드어를 몰랐던 바리톤 한동훈은 바이마르 도서관에 가 핀란드어 교본과 테이프를 갖고 2~3주 간 발음을 독학하는 등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심사위원 중 합창단 단장이었던 유하 레흐무스는 자신이 25년 간 본 오디션 중 가장 좋은 퍼포먼스였다며 극찬했다.

이후 그가 맡은 오페라 역으로 사랑의 묘약에서 Belcore로, 코지 판 투테에서 Gulielmo로, 헨젤과 그레텔에서 Peter로, 데이다미아에서 Fenice, 투란도트에서 Ping(중국의 고관) 등으로 활약을 했다.

#한국 정서 오롯이 담아낸 목소리

그의 강점은 노래할 적의 큰 성량과 탄탄한 기본기, 목소리에 깔린 한국적인 정서였다. 마음 저변에는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과 그리움이 있었고, 이는 음악으로 반영이 된 것이다. 

그의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 중 하나는 2013년 오페라단에서 올린 투란도트에서 주역인 핑 역할을 맡아 연기한 것이었다.

오페라하우스의 객석을 바라보며 공간을 자신의 목소리로 오롯이 꽉 채우는 짜릿한 경험이었다.

이외에도 그는 핀란드 현지에서 주기적으로 열어온 독창회에서 매번 한국의 가곡을 2~3곡씩 포함해 불렀고, 2012년부터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까지 매년 한국을 찾아 핀란드 음악을 소개하는 독창회를 여는 등 우리나라와 핀란드의 음악적 가교 역할을 해왔다. 

마지막으로 그는 향후 계획으로 “여름 휴가마다 한국에 들어오는 이유는 은퇴 이후 제주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핀란드 국립오페라 합창단은 은퇴 시기가 55살로 빠르다. 8~9년 이후 전 은퇴한다는 것”이라며 “바리톤은 55세 이후가 정점이다. 60, 75살까지 노래하며 살고 싶다. 타 성악가들에 비해 전 핀란드어로 된 음악들을 소개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은퇴 한 이후 고향에서 많이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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