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인 비전 증명...“조건에 굴복 않는 희망 전파”
1% 제주인 비전 증명...“조건에 굴복 않는 희망 전파”
  • 정용기 기자
  • 승인 2021.10.12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 제주&제주인] 4.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

여기 ‘1%의 힘’을 믿는 제주인이 있다. 그는 제주인이 비주류가 아니라 99%를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확신했다. 또 그렇게 생각하며 삶의 길을 걸었다. 현재 중견 건설사를 이끄는 리더로, 4000명에 달하는 직원과 함께하는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49). 그는 1% 제주인의 힘을 증명했다. “금수저, 은수저처럼 주어진 조건보다는 당신의 수저에 무엇을 올려놓고 먹느냐가 관건”이라며 젊은 도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는 그의 눈빛엔 제주와 제주인을 바라보는 남다른 비전이 녹아있었다.

▲비주류의 반향...“조건에 굴복 않겠다” 
“가난하지 않은 집에서 태어난 건 맞다. 하지만 금수저처럼 조건보다는 자신의 수저로 무엇을 떠먹느냐가 더 중요하단걸 경험했다.”

자신을 제주인이라 자부하는 김용빈 회장은 1972년, KBS 9시 뉴스 초대 메인 앵커인 제주 출신 김택환 전 선거방송심의위원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제주 출신 독립운동가 김시곤 선생의 손자이기도 하다.

도전과 정의,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침 받으며 살아 온 김 회장은 어려서부터 제주에 남다른 애정과 추억을 품고 살아왔다.

하지만 현실에선 김 회장에게 여러 꼬리표가 붙었다.

“과거엔 제주도가 비주류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 때문에 영남·호남권에서 태어났으면 일이 잘 풀리고 행복했을텐데라는 생각을 가진적도 있다. 사업할 때 꼬리표가 붙기도 했지만 조건에 연연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을 갖게된 계기도 됐다”고 김 회장은 털어놨다.

그가 일본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가 1996년, 20대 중반의 나이였다.

1%의 힘을 보여주겠다 다짐한 그는 2000만원의 자금으로 직원 2명과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벤처기업이 사실 상 없던 시기. 그가 기업가로서 내딘 첫 도전이었다.

도전은 수십 억원 매출 성과로 이어졌으나 외환위기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는 굴복하지 않았다.

20대 사업가로 주목받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2년 뒤 1998년 김 회장은 한 기업을 코스닥에 상장시키기에 이른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여전히 1500여 개의 기업이 포진해 있는 코스닥 상장사의 오너 중 한 명이다. 그가 대우조선해양건설, 성지건설, 한국테크놀로지 등의 기업을 이끌며 진두지휘하는 직원은 현재 4000여 명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올해 수주액만 2조2000억원을 달성하며, 비약적인 성과를 남기고 있다.

최근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최근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이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차별화된 1%의 비전...제주의 미래도 제시
김 회장은 기업가답게 산업구조의 재편·변화, 즉 변곡점을 눈여겨 본다.

여기서 무한한 가능성을 찾고 이를 구체화해야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힐튼호텔과 2008년 출시된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비교했다.

김 회장은 “한 기업이 100년에 걸쳐 이룬 성과를 단 몇 년 만에 달성하는 게 지금의 산업구조다. 힐튼은 100년에 걸쳐 자사 호텔을 4700개 만들었다. 에어비앤비라는 스타트업은 단 기간에 이를 초월해 버렸다. 이는 숙박업이 가졌던 패러다임 자체를 흔들었다. 이처럼 흐름을 통찰하고, 가치를 부여하면 제주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고 확언했다.

그는 제주에서 이루고 싶은 꿈도 내비쳤다.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가진 제주에서 리조트를 하고 싶다.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제주에 갔더니 휘황찬란한 리조트가 있었고, 온갖 화려함으로 가득찼다’는 얘기는 바라지도 않고 오히려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경관을 가진 곳에 최고의 리조트가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그 곳이 제주였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이처럼 김 회장은 제주가 직면한 변곡점을 분석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리조트산업 분야에 어떤 비전을 녹여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알맞는 아이디어를 제주에 접목한다면 큰 변화가 따를 것이고, 누군가는 두각을 나타내며 이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고 내다봤다.
 
▲30년째 벌초...‘제주 공동체 정신’의 힘 발견
김 회장은 제주에서 30년째 벌초를 하며 느낀 제주의 공동체 정신, 똘똘히 뭉치는 힘을 주목했다. 

그는 매년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로 벌초를 하러 간다.

30년 넘게 벌초를 하다보니 구좌읍 세화리, 송당리 일대 모든 도로는 훤히 꿰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제주에서 가장 진하게 남아있고 현재도 진행형인 추억은 벌초”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김 회장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는 결석해도 반드시 와야하는 게 벌초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김 회장 자신도 가족이 함께하는 일엔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에 따랐고, 벌써 30년이 흘렀다.

그는 “벌초시즌 때마다 가족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벌초 때는 어떤 가족이 행복을 누리는지, 어떤 가족의 불행을 덜어줘야 하는지를 듣고 고민하게 된다”고 말한 후 이게 벌초가 가진 힘이라며 웃어보였다.

김 회장은 이 결집력, 뭉치는 힘이 제주인을 보여주는 정체성이라고도 했다.

그는 “영남, 호남은 큰 땅 덩어리 속에서 이해 관계를 따지며 상호작용을 한다. 하지만 제주인들은 제주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친구가 된다. 1%의 힘은 제주인들이 단단하게 뭉칠 수 있는데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벌초라는 문화를 통해서 제가 누구인지 알았고,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됐다”며 “젊은 도민들이 저를 롤모델까진 아니더라도 ‘나도 해봐야지, 저 사람처럼 될 수 있을거야’라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용빈 회장은...
▲1972년 출생 ▲1996년 일본 주오 대학(中央大學) 법학부 ▲1996년 디엠지아이엔씨 대표 ▲1998년 풍연기획 총괄이사 ▲2000년 고려대 언론대학원 신문방송학과 ▲2019년 한국테크놀로지,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 ▲2021년 제9대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