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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에 감동 더할 때…마을사업, 제주만의 色 입히자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제주일보 | 승인 2016.04.20

신록은 점점 짙어가고 온갖 꽃들이 만개하는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들녘에는 고사리를 꺾는 손들이 바빠지고 새벽부터 농부들은 힘찬 걸음을 내딛는다. 혹한을 견뎌낸 보리밭은 너울대는 파도를 이루고, 마늘밭은 옅은 녹색으로 변하며 설레는 수확을 준비한다.

이곳저곳 농촌마을에서는 다양한 축제가 이어지며 지난 겨울의 아픔을 토로하고 희노애락을 나누면서 새봄 새로운 희망을 쏟아놓는다. 치열한 난타전을 끝으로 국가의 발전을 위한 일꾼들이 새로 뽑히고 당찬 각오들을 내뱉는다. 지난 겨울 초유의 아픔을 경험했던 농촌마을들의 풍경이다.

이해인 수녀의 ‘영혼의 정원’에 실린 글귀를 인용해본다.

‘정원은 조용히 자라고 있지만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흙과 돌의 갈색과 회색빛 외에는 빛갈을 찾을 수 없습니다. 향기도 없고, 소리도 없으며, 생명의 징후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정원 안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비록 땅위에는 서리가 내렸을지라도 지구의 온기가 남아 있는 저 땅속에는 뿌리들이 봄을 준비하고 생명이 꿈틀거린다는 것을, 비록 지금은 볼품없지만 그들이 밝은 세상을 향한 모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중략) 아직 자라지 않은 싹들이 다음 달에는 어떤 모습이 될 지를 예측해보고, 어디다 무엇을 심을 지를 결정하고, 땅속에서 일어나는 씨앗과 싹의 움직임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이 시간은 준비와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가녀린 수녀님의 일기의 일부분이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우리의 농업, 농촌에 주는 메시지는 강하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

지난 겨울 우리의 보물섬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 새로운 봄에 대한 기대보다는 당시의 아픔과 처연함만이 우리의 관심사였을 것이다. 당연하다. 현실이기 때문에…. 외상으로 구입한 농약, 비료대금 상환을 먼저 걱정해야 했다.

냉해를 입은 월동작물은? 감귤은? 한라봉은? 새봄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가다듬고 전지하고 시비하며 이제 봄을 맞이한다. 이것이 농촌이며 농심이다. 그래서 우리는 농촌에서 희망을 본다라는 말을 쉽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을공동체사업 또한 지난 겨울 새로운 모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개점 휴업인 마을들이 많았다.

마을공동체사업들이, 봄을 준비하는 땅속의 뿌리처럼, 씨앗의 움직임처럼 준비를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해마다 3, 4월에는 마을공동체의 지난 사업들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하고 부족한 부분과 넘치는 부분을 피드백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한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수도 없이 진행돼 왔던 사업들 중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넘치는 부분을 발견할 수가 없다.

사업들의 본질적인 목적은 망각의 그늘에 숨어 버린채 방치돼 있고, 그것들을 제대로 일으켜 세우려는 행정과 전문가들의 에너지가 보충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행정력과 인적 인프라는 제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할 것인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안타깝다. 그저 막연히 열심히 해보겠다는 사업 주체 리더들의 말만 귓가에 공허하게 맴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하고자 공모에 응모하는 공동체사업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목적사업을 하고자 할 때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에 걸맞게 얼마나 준비를 했는 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불분명하다.

이제 우리 도의 마을사업 신청 시스템을 변화시킬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사업 성격에 따라서 마을공동체가 충분히 준비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사업의 본질을 이해한 공동체에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제주만의 색깔과 멋과 맛 그리고 향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혹한과 된서리 속에서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충실한 열매를 맺는 미물에게서 배워야 한다.

결국 유치에 급급한 공동체의 사업들을 책정된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대상지 선정이 돼서는 안 된다. 반복되는 시행착오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본다. 제주시 마을만들기 워킹그룹이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미 몇 회 전 소개된 바가 있는 제주시 마을만들기 워킹그룹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제주시 마을공동체 그리고 소규모 공동체사업들의 연착륙과 지속가능한 사업들이 영위되도록 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모니터링과 자문을 해 나간다.

사업 주체들이 요구에 의해서 하기도 하지만 구성원들 스스로 기획하고 공동체를 방문해 실타래가 엉키지 않게 하나씩 조언해 나간다. 아쉬운 것은 그들이 주어진 시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 충분함을 낳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 다양한 단체와 전문가들이 나설 수 있다면 필자는 확신한다. 제주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보여줄 수 있는 미래가 멀지 않다는 것을….

아프리카에서도, 중국에서도, 동남아시아에서도 우리의 농촌을 배우려 한다. 그 먼 길을 설레는 마음으로 왔다고 한다. 소문난 보물섬에 소문난 감동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의 농촌은 우리의 것만이 아니다. 무엇을 입혀야 할 것인지 더욱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지역주민, 전문가, 행정기관 모두가…. 굴레처럼 우리를 덮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으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과 학습으로.

제주의 봄은 화려하다. 아니 제주의 농촌마을은 화려하다. 머지않아 감귤 꽃내음이 온 대지를 감싸 안아 그 황홀한 향기는 제주에서 태어나 살고 있음에 무한한 행복함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된 제주인이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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