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제주 정착 위해 ‘다가가는 것’ 중요”
“이주여성, 제주 정착 위해 ‘다가가는 것’ 중요”
  • 이민영 기자
  • 승인 2016.04.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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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제주도협회 김정림 사무처장, "우리를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길"
사단법인 다문화가정제주특별자치도협회 김정림 사무처장 <고기철 기자 haru@jejuilbo.net>

“우리 이주여성들도 다가갈 테니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들을 봐줬으면 좋겠어요.”

사단법인 다문화가정제주특별자치도협회 김정림 사무처장(43)은 이주여성들이 마음을 열고 제주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서로 다가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 연변출신인 김정림 사무처장은 2006년 남편과 결혼을 하면서 제주인이 됐다.

제주인이 되기 전 김 사무처장은 중국 연변에서 토지개발공사 회계담당으로 6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당시 유행하던 일본 드라마에 빠져 회사를 그만둔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당시 일본 동경에서 4년 동안 유학생활을 한 후 일본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남편을 만나 또 다시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남편과 결혼해 제주로 온 그는 제주도에 정착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은 “남편 따라 제주도에 왔는데 남편이 아침 일찍 일을 나가면 집에는 나 혼자였다”며 “혼자 있다 보니 우울증이 걸려 3개월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당시의 아픔을 털어 놓았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다 “무슨 일이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당시 오일장 신문이나 교차로 신문 등을 통해 사무직 일자리를 찾아보던 그녀는 한국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라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사무직을 구한다는 곳이 있어 전화를 했는데 처음에는 언제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냐는 등 호의적인 반응이었지만 계속 말을 이어가다 보니 말투가 조금 이상함을 느낀 직원이 한국 사람이냐고 물었다”며 “외국인임을 밝히면 갑자기 인력을 구했다고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라는 딱지 때문에 취직하기 힘들었던 그는 이곳에서 인정받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외국인이지만 국가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조금이나마 인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격증 취득을 위해 무작정 공부했다”며 “현재는 컴퓨터 자격증, 한국어 교원 자격증, 사회복지사 자격증 등 총 22개의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일자리 구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것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제주도 사투리라고 했다.

그는 “제주도 사투리 때문에 한국말을 할 수 있음에도 시어머니나 시아버지와 의사소통이 안 돼 한 마디도 못했다”며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 시어머니가 ‘폭삭 속았수다’라고 해서 남편이 나를 속인 줄 알고 남편에게 뭘 속였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은 자신이 직접 겪었던 불편했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을 다른 이주여성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들의 제주도 정착을 돕기 위해 2007년 제주다문화가정센터를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그는 “이주여성들이 함께 모여 고통을 터놓고 자기 나라 음식도 만들어 먹으며 한국어 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며 “처음엔 모임형식으로 만들었지만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규모가 커져 법인단체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이주여성들은 집에만 있지 않고 밖에 나와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 이주여성들과 함께 봉사활동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이주여성들도 한발자국씩 다가갈 테니 지역주민들도 우리에게 다가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emy@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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