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과 제주도민
코로나19 백신과 제주도민
  • 한국현 기자
  • 승인 2021.06.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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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5개월째 코로나19와 원치 않은 동거를 하고 있다. 이젠 정말 싫다고, 제발 그만 살자고 통사정을 해도 우리 곁에 딱 달라붙어 사람들이 방심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독하게 끈질긴 녀석이다. 
지난해 1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1년 이상 사태가 지속될 줄은 몰랐다. 국민들은 ‘메르스’를 떠올리며 금방 종식될 것으로 믿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2015년 5월 20일부터 7월 28일까지 유행했다. 당시 보건당국은 신규 확진자가 더 이상 늘지 않자 종식을 선언했다. 그때는 초기에 마스크 구입 대란이 일어나고 5인 이상 집합금지, 영업제한 등의 강력한 조치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백신과 치료제도 빨리 개발됐다.
코로나19는 달랐다. 전 세계로 번졌다. 미국과 유럽이 특히 심했다. 방역에 총력을 기울였다. 대한민국의 ‘K방역’은 모범 사례가 됐다. 정부는 ‘K방역’을 자랑했다. 세계 각국은 백신 개발에도 매달렸다. 의료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도 백신이 개발될 줄 알았다. 그러나 국산 백신은 ‘아직도’다. 미국과 영국 제약사 등이 개발해 전 세계에 팔고 있다.
지구촌의 백신 접종 현황을 지켜보는 국민은 ‘K방역’만 자랑하다 백신 수급에는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은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하고 대부분 국민에게 접종했다. 자신이 있는 지 이제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고 선언했다. 우리로선 부러운 상황이다.
늦었지만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백신은 75세 이상 어르신들을 시작으로 현재는 60세까지 맞고 있다. 다음달에는 50대도 맞는다고 한다. 경찰관과 소방관,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당당하고 있는 공무원 등은 나이에 관계 없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는 전국적으로 하루에 400∼600명 나타나고 있다. 제주지역은 어제(9일 0시 기준) 7명이 발생했고 누적 확진자는 1158명이다. 지난주에는 일별 확진자가 20명선을 오갔다. 목욕탕(사우나), 결혼식 피로연, 유흥주점 등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지난 달 중ㆍ하순에는 수도권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루 평균 3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상황에서다.
사정이 이러자 제주도민은 우선적으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1일 ‘코로나19 국민 심리방역 및 안전한 관광지 조성을 위한 제주도민 백신 우선 접종 지원 건의안’을 가결했다. 건의안은 한 달에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상황에서 도민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안전한 ‘그린 제주’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우선 지원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의회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제주도민의 안전과 전국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취지”라며 “생존을 이어가는 삶의 터전이 안전하지 못 하면 제주는 ‘거대한 바이러스 감옥’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김두관 의원도 제주도민 우선 백신 접종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4월 제주도 입도객이 전년 대비 99.7% 상승했다”며 “제주도민의 안전을 위해 선제적으로 백신 접종을 준비하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5일에는 원희룡 지사와 만나 “집단면역이 가능한 제주도민 70%(40만명)에 대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청와대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고 했다. 원 지사는 ”적극 동의한다. 응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답했다. 원 지사는 9일 제주도의 안전한 관광환경 조성을 위해 여름 휴가철 전에 제주도민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줄 것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형평성 문제를 꺼낼 것이다. 해외여행을 못 가는 국내 관광객들이 제주로 몰리고 있다. 실제 제주지역은 지난달 31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으나 주말에는 4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았다. 오는 사람 막을수는 없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는 1주일 더 연장됐다. 오는 20일까지다.
제주도민 백신 우선 접종은 결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국내 최대 관광지인 만큼 명분이 있는 접근이다. 정부의 수용을 기대한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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