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와 경제회복
산업구조와 경제회복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6.0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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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춘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전 제주연구원장·논설위원

한국경제는 1997년 11월 외환위기를 시작으로 사스(2003년 3월), 금융위기(2008년 9월), 메르스(2015년 5월), 코로나19(2020년 1월) 등 2번의 경제위기와 3번의 감염병위기를 5~6년 주기로 경험하였거나 경험 중에 있다. 경제는 살아 있는 동물과 같다고 하니 코로나19 이후에 어떤 위기가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올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것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고 하니 5번의 경제위기에도 살아남은 제주경제는 강한 경제라고 자위하면서 어떤 위기가 오든 그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제주경제가 위기를 거치면서도 오늘까지 온 것은 제주경제가 강해서가 아니라 경제에 내재된 자기조정 능력 때문이라면 자기조정 능력 결정요인들을 잘 파악하여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관리하는 것이 위기가 제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키고, 위기 이전의 제주경제 성장경로로 회복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경제에 대한 부정적 충격을 완충·흡수하고 이로부터 회복하는 일련의 과정과 능력을 경제회복력(Economic Resilience)이라고 하는데 경제회복력은 충격반응력과 충격회복력으로 구분되어 있다. 충격에 의해 경기가 수축국면으로 접어들어 저점까지 이르는 과정을 충격반응력이라고 하는데 충격에 대한 경제의 맷집으로 볼 수 있으며, 저점에서 반등하여 확장국면을 거치면서 충격 이전 성장경로로 회복하는 과정을 충격회복력이라고 하는데 회복속도로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가 제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는데 산업구조가 경제회복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그 시사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산업비중이 소수의 특정 산업에 치우치지 않는 것을 산업구조 다양화라고 하는데 이는 충격을 흡수하는 충격반응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질적 발전을 산업구조 고도화라고 하는데 이는 충격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위기 전년도인 2007년부터 코로나19 전년도인 2019년까지, 즉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변화된 제주지역 산업구조를 살펴보면 산업비중이 감소한 산업은 농업, 임업 및 어업(-5.3%포인트), 교육서비스업(-1.7%포인트),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1.0%포인트) 등이고, 증가한 산업은 정보통신업(3.6%포인트), 사업서비스업(2.8%포인트), 공공 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2.2%포인트)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도매 및 소매업, 운수 및 창고업, 숙박 및 음식점업,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 등 관광 관련 산업의 비중은 1.0%포인트 감소하여 제주의 2대 산업으로 불리던 1차 산업과 관광 관련 산업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위기일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산업구조의 다양화를 측정하는 허핀달 지수(Herfindahl Index)가 작을수록 산업구조가 다양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제주지역 허핀달 지수는 2007년 0.0798에서 2013년 0.0818로 증가하였으나 2019년 0.0771로 낮아져 제주지역 산업구조가 다양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산업구조 다양화를 잘 유지한다면 향후 충격이 올 경우 충격을 작게 받아 경제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연구개발비, 인적 자본, 지역 혁신 지원기구 등 지역 혁신 역량의 증대를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가 산업구조 고도화를 가져오므로, 기존 산업들을 일정한 규모를 가지면서 경쟁력을 가진 제주 산업들로 발전시켜 나가면 충격회복력이 커져서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는 순식간에 오는 것이 아니라 사전 징후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탐지하여 준비하는 (가칭)제주경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경제위기 발생→충격반응→충격회복의 전 주기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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