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날개’ 증명...경제적 자립으로 성장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날개’ 증명...경제적 자립으로 성장
  • 정용기 기자
  • 승인 2021.04.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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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장애인 ‘자립’ 현 주소는?] 4. 희망나래일터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나래 소속기관인 ‘희망나래일터’엔 그림을 그리는 작가 배주현씨(25)가 일하고 있다. 배씨는 이 곳에서 생활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근로장애인, 즉 평범한 직장인이다. 배씨가 창작한 그림은 제품 디자인으로 삽입돼 판매되고 판권에 따른 판매 수익 일부도 받았다. 이처럼 배씨는 본인이 가진 잠재력에 경제적 가치가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잠재력을 발굴하는 희망나래일터엔 기존 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과는 차별화된 비전이 있었다.
 
▲모두 함께 성장을 꿈꾸는 근로사업장 
희망나래일터는 2017년 5월에 시설 신고를 시작으로 인쇄업, 쇼핑백사업, 판촉물, 우편발송사업, 현수막 제작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자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이다.

현재 30명의 근로장애인과 8명의 훈련생을 포함해 발달장애인 38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 근로장애인은 전문디자이너를 포함한 13명의 종사자들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의 설자리, 일자리, 살자리, 놀자리를 만들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70%가 발달장애인으로 사회 참여를 통한 경제적 자립과 꿈을 실현하는 데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희망나래일터는 최저임금 준수 대상에서 제외되는 정원 30명의 보호작업장이었는데 지난달 근로사업장으로 신고했다.

관련 법에 따라 근로사업장은 최저임금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정원도 10명이 늘어난 40명으로 신고했다.

이는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희망나래일터는 장애인 일자리를 더 발굴해 함께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단계 별로 실현해 나가고 있다.

▲제주의 감성이 담긴 제품...생산능력까지 갖춰
희망나래일터의 핵심 사업인 인쇄사업은 디자이너와 설비, 최선을 다하는 근로장애인들의 손길을 거친다.

책, 포스터, 리플렛, 명함, 카드 등 다양한 인쇄 관련 상품을 만들고 있다.

근로장애인들은 출력부터 재단, 책 제본, 포장, 배송까지 대부분의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쇼핑백 제작은 근로장애인들이 전 공정을 책임지고 있다.

직접생산과 가공으로 경쟁력 있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루에 이들이 만들어내는 쇼핑백만 1000장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파일, 진행파일, 보존상자 등 문서화일 제작 사업과 도내 유일의 디지털우편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을 통해 DM(우편발송사업)의 공정도 맡고 있다.

그리고 판촉물이나 인쇄사업, 쇼핑백 디자인에 근로장애인들이 그린 그림이나 일러스트가 적용되면서 상품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희망나래일터는 장애인들을 예술가로 성장시키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희망나래일터 종사자들은 모든 제품이 일반 기업에 비해 품질,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희망나래일터를 만나다...성장세 지속
희망나래일터의 직무 교육 프로그램은 도내 학교에서도 전파됐다. 바로 쇼핑백 제작 직무 프로그램이 도내 각급 학교 특수학급에서 진로 탐색 교육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를 비롯해 제주영지학교, 함덕고, 대정고, 안덕중 등 17개교 특수학급에서 쇼핑백 제작 직무 프로그램이 다뤄졌다.

희망나래일터는 다른 지역 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 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라 사업계획서를 제공해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경기 침체 여파에도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희망나래일터의 연도별 매출은 2018년 10억원, 2019년 11억6000만원, 지난해 13억3000만원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많은 행사가 취소됐지만 매출이 늘어난 것은 지역사회에서 희망나래일터의 생산품이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금 체계도 개선했다.

근로장애인 임금은 2017년 출범 당시부터 최저임금 이상 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4시간 근로시간으로 월 급여는 2019년 90만원, 지난해 95만원을 지급했다.

올해에는 최저임금을 넘어 제주도 생활임금을 적용해 106만1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희망나래일터 관계자는 “생활임금에 맞춰 급여를 지급할 수 있게된 배경은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조례에 따라 제주도에서 2019년부터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고용한 근로장애인들의 고용유지와 고용 확대, 장애인의 자립생활 기반 강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에서 함께 성장하고 사회적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기관, 단체, 개인이 있다면 언제든 손을 잡겠다”고 말했다. <끝>

인터뷰 / 박인향 희망나래일터 원장

                   “장애인 잠재력-가능성 발굴 역할...실패해도 괜찮다” 

“장애인에게 가능성의 날개를 달아주는 일, 그 날개가 때로는 꺾이고 힘을 내지 못해도 다시 날갯짓 할 수 있게 돕는 일이 바로 희망나래일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21일 제주시 이도1동 소재 사무실에서 만난 박인향 희망나래일터 원장(55·사진)은 근로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과 더불어 비장애인과 함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자립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박 원장은 “혼자 잘 사는 게 아니라 함께 잘 살고자 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직무에 맞게 근로장애인을 사업장에 취업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발달장애인들이 잘 하는 일을 기반으로 직무를 개발하고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는 장애인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가능성의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일터에서 근무하던 근로장애인들이 이제 일반 기업으로 취직하고 있다”며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다시 희망나래일터로 돌아오더라도 다시 날갯짓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직무 개발을 위한 박람회, 교육 프로그램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우석대학교와 함께 수립한 중장기발전계획을 2025년까지 차질 없이 실행해 한걸음씩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2025년에는 근로장애인 고용 80명 달성과 함께 연간 매출 30억원 기록, 시설 평가 전국 1위를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전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희망나래 복합공간 부지에 새로운 희망나래일터 작업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장애인 생산 제품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제품을 한 기관에서 2500만원 어치를 구매하면 해당 기관이 근로장애인 1명의 안정된 일자리를 책임지는 셈”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발달장애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삶의 가치를 전달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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