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장애인 채용 카페 확산, 일과 꿈 동시에 잡다
제주 장애인 채용 카페 확산, 일과 꿈 동시에 잡다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1.04.20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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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장애인 ‘자립’ 현 주소는?] 3. 장애인 채용 카페
일배움터가 장애인 채용 카페 아이갓 에브리씽과 플로베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지역 장애인들이 매력적인 ‘바리스타’로 변신했다. 장애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건 경제적 자립뿐 아니라 지속적 사회활동, 자아성취 등의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에 지역사회에서는 수개월 간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거친 근로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얻는 장애인 채용 카페의 확산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지역 장애인 채용 카페의 모델로 자리매김한 ‘노기다’와 ‘I got everything(아이 갓 에브리씽)’을 찾아가봤다.

▲문화기관 속 장애인 채용 카페

마로원 부설 길직업재활센터가 제주아트센터에서 장애인 채용 카페 노기다를 운영하고 있다. 

도내 문화시설 중 눈에 띄는 장애인 직원 고용 사례는 사회복지법인 마로원 부설 길직업재활센터(대표이사 양은심)로서 2019년 12월부터 제주아트센터 1층 대극장 로비 우측에 샐러드&브레드 감성 카페 ‘노기다(nogida)’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도내 근로장애인 직원 6명과 사회복지사인 매니저 손정옥씨가 해당 공간을 꾸려가고 있다. 

근로장애인 직원들은 제주아트센터 공연‧전시 관객 등을 대상으로 음료와 샌드위치, 김밥 등을 매번 직접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이들이 섭렵한 커피, 차, 에이드 제조법은 약 47종에 달한다. 마로원에서 구워낸 빵 7~8종도 매일 들여온다.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상품은 당일 폐기된다.

노기다 1호에 이어 지난 2월 마로원 근처 한림읍 명월에 2호점이 생겼고, 오는 5월에는 제주도의회에 3호점이 생길 예정이다. 
 
▲직접 돈 벌고 꿈꾸는 데 자긍심
본지와 만난 노기다 카페 소속 근로장애인 직원 4명은 직접 돈을 벌고, 업무 수행에 따른 성취감에 대해 크게 만족했다.

근로장애인 오씨는 “예전에는 운동할 때 말고는 주로 집에 있었다. 돈을 못 버는 상황도 생겼었다. 하지만 이젠 출퇴근 하며 직접 돈을 벌 수 있어 좋다. 주위에서 표정이 밝아졌다고도 말한다”며 “다양한 커피를 직접 갈고 만들면서 뿌듯했고 바리스타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근로장애인 전씨와 이씨는 각각 우유를 90도에 달하는 뜨거운 스팀에 가열하고, 김밥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1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능숙하게 해낸다.

이들은 “기술을 다룬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고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근로장애인 서씨는 마로원에서 신 메뉴가 개발되면 직원들과 맛을 보며 보완해 가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다.

손 매니저는 “최종적으로는 근로장애인 직원들이 나중에 매니저가 될 정도로 성장해서 다른 신규 근로장애인 직원들을 잘 이끌어가길 바란다”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많은 근로장애인들의 일자리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4호, 5호점도 생기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제주 곳곳에 장애인 채용 카페 확대 움직임

일배움터가 장애인 채용 카페 아이갓 에브리씽과 플로베를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내 사회적기업 일배움터(대표 오영순)가 위탁운영 중인 중증장애인 채용카페 ‘I got everything(아이 갓 에브리씽)’ 8호점 또한 제주특별자치도청 부속건물인 삼다정 일원에서 운영 중이다.

아이 갓 에브리씽은 공공기관 연계 중증장애인 창업형 일자리 지원사업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 제주도청은 2017년 3월 제주에 8호점을 조성했다.

현재 도내 거주 장애인 7명이 바리스타로 채용돼 매니저 1명과 함께 근무 중이다.

사업장애인개발원이 카페 인테리어와 시설 설치비를 지원하고, 제주도청이 위탁운영기관(일배움터) 선정부터 사후관리,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 갓 에브리씽에서 근로장애인들은 손님들을 위해 신선한 음료들을 손수 제작하고 있다. 특히 로컬 무화과 요거트 스무디 등 계절별 과일이 깃든 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까지 일배움터는 아이 갓 에브리씽 외에도 중증장애인 채용카페 2곳을 별개로 설립했다. 

2012년 도내 1호 중증장애인 카페로 시작한 일배움터의 자체 브랜드 플로베는 현재 SK사옥 1층(근로장애인 5명, 매니저 1명)과 롯데면세점 4층(근로장애인 4명, 매니저 1명)에 자리 잡고 있다. 일배움터는 해당 사업으로 현재 중증장애인 16명의 일자리을 발굴했다.

일배움터의 오영순 대표는 “장애인 카페는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다. 대개 손님들은 일반 카페와 차이를 모르다가 단골이 되면 장애인 운영 카페임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장애인들은 처음엔 대면을 어려워하다가 자신의 일에 익숙해지면서 자신감을 얻고, 결국 바리스타라는 자부심을 키워가며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뷰 / 양은심 사회복지법인 마로원 대표이사

양은심 마로원 대표이사

“사업 초기에 장애인 생산품의 품질이 낮다는 편견으로 소비하지 않으려는 분들이 더러 있었어요. 이에 제품 제작 원가를 낮춰야할까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 이는 제품 품질 하락으로 이어져 되레 ‘장애인이 만든 제품이 그렇지 뭐’라는 편견을 굳힐 거라 생각했습니다. 결국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편견을 깨려면 제품의 질과 숙련도로 정면 승부를 봐야 한다는 걸 느꼈죠.”

제41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본지와 만난 양은심 사회복지법인 마로원 대표이사는 “코로나19로 일반 사업장도 어렵지만 장애인 일자리 창출은 더 힘들어졌다. 장애인 일자리를 갖지 못하게 되면 혼자 독립하기 어렵고 결국 국가적인 부담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 8월 사회복지법인 마로원 부설 길직업재활센터를 설치 신고한 마로원은 장애인 생산품으로 물수건, 종이컵부터 시작해 제주 향토 재료 위주의 제과점업(제주보리빵, 발효종 빵 등), 카페영업까지 영역을 넓혀왔다.

처음 물수건, 종이컵 등 생산을 시작할 때 마로원은 장애인 생산품은 질이 낮을 것이란 편견을 마주했다.

양 대표이사는 제품 제작 원가를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재료와 작업 수준을 높여 편견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 같은 정신은 오늘날 신규 사업인 제과사업과 카페사업에도 이어졌다.

양 대표이사는 “팥 등 빵을 만들 때도 재료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주산으로 사용한다”며 “좋은 재료와 숙련된 기술로 앞으로도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인식을 바꿔갈 것”고 밝혔다. 
양 대표이사는 가장 보람된 순간으로 “근로장애인들이 사회에 직접 나가 경제활동을 해가며 몸도 좋아지고, 표정도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된다. 꾸준히 돈을 모아 자립할 수 있는 준비금도 만들어지고 있다”며 “장애인 일자리는 장애인과 가족, 기관 등이 하나 된 밀접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장애인 생산품에는 정성이 가득 들어갔다. 이왕 똑같은 제품을 쓰게 된다면 장애인 생산품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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