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복지는 일자리”…지속가능한 경제적 자립 절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지속가능한 경제적 자립 절실
  • 고경호·김나영 기자
  • 승인 2021.04.1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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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장애인 ‘자립’ 현 주소는?] 1. 현황과 과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선결 과제는 단연 일자리 창출이다. 장애인이 경제적으로 독립해 홀로서기가 가능한 사회를 조성하는 것은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배리어프리’만큼이나 중요하다. 제주에서도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과제도 적잖다. 본지는 오는 4월 20일 ‘제41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자립의 현 주소를 점검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산업 현장을 소개한다.

▲평범한 일상의 사이클 영위

제주지역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도내 중증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일상의 사이클을 영위하며 경제적인 자립을 실현하고 있는 ‘직장’이다.

도내 직업재활시설은 제주시 7곳, 서귀포시 3곳 등 총 10곳이다. 올해 1월 기준 장애인 407명이 각각의 직업재활시설에서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각 시설별 주요 생산품은 ▲춘강장애인근로센터 복사용지, 토너카트리지, 세탁, 갈옷·이불 ▲일배움터 화훼류, 농산물, 카페 ▲아가곱드래 현수막, 상패·상장, 도자기 ▲한라원 제과·제빵 ▲길직업재활센터 종이컵, 물수건, 제빵, 카페 ▲희망나래센터 인쇄물, 판촉물 ▲엘린 숙박, 청소, 방역 등 ▲어울림터 된장, 고추장, 양초 ▲에코소랑 화장지류, 차류 ▲평화의마을 햄, 소시지 등이다.

이들이 생산·가공한 제품은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을 통해 주로 공공기관에 판매되고 있다.

제주도와 양 행정시 등 행정당국을 포함한 도내 공공기관들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따라 연간 총 구매액의 1% 이상을 중증장애인생산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직업재활시설이 곧 장애인 자립

제주특별자치도는 생산·가공에 필요한 장비의 기능을 보강하고, 물류비와 사회적응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근로 장애인의 인건비 일부도 지원하고 있다.

각 직업재활시설은 중증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이라는 공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상품을 파는 기업으로서 수익을 거둬야 한다. 판매 수익금이 곧 장애인 근로자들의 급여인 만큼 직업재활시설이 지속적으로 유지·발전해야만 장애인 일자리 창출도 지속가능한 힘을 갖는다.

결국 직업재활시설이 곧 장애인 자립인 만큼 행정당국은 물론 이들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지원이 절실하다.

더욱이 도내 각 장애인직업재활시설들은 코로나19 여파에 직면해있다.

장애인 근로자 육성과 채용에다 제품 개발 및 생산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기업에 비해 마케팅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판촉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와 4차산업 혁명 등으로 급변하고 있는 산업 구조에 대한 대응이다.

도내 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업종 발굴이 절실하지만 직업재활시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행정당국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현재의 상황을 돕는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육성 계획을 수립해 장애인 일자리 수요를 선제적으로 창출해나가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제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공공기관은 물론 도민 등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욱 이끄는 것도 핵심 과제다.

▲장애예술인 일자리 창출 ‘미흡’

중증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통해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장애예술인들의 일자리 창출은 여전히 미흡하다.

실제 도내 장애예술가들의 문화예술 활동이 일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기업 간 매칭을 통한 메세나 활동이 절실하다.

체육계의 경우 전국장애인체육진흥회 제주지사가 최근 3년 간 도내·외 14개 기업과 도내 중증 장애인 체육선수 80여명을 매칭해 일자리 창출을 실현했다.

이를 감안하면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매칭을 통해 장애예술가들의 경제적 자립을 이뤄낼 수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위한 사업은 전무하다.

양승혁 전국장애인체육진흥회 제주지사장은 “체육 분야에서도 장애인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문화예술로의 확장 가능성을 현재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상권·프로그램 연계 필요

장애예술인들을 강사로 채용하는 방식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 중 하나다.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는 현재 진행 중인 문화예술교육 강좌의 강사로 지역 장애예술가 3∼5명을 투입했다.

센터 관계자는 “강사가 비장애인일 경우 뇌병변 장애 등 장애인 수강자와의 의사소통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때 장애예술가가 보조강사로 투입된다면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도내 장애인 퍼포먼스 작가인 유이연씨는 “수도권 지역에서는 장애 예술가와 지역 상권 간 연합으로 점포의 메뉴판을 디자인하는 등 협업 사례가 많다”며 “도내 장애예술가는 비장애인 대비 예술 활동 기간 외 추가 단기근로 직업을 구하기 힘들다. 생활 안정성과 연습 공간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인터뷰 / 이민숙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제주도협회장(아가곱드래 원장)

“지속가능한 일자리 발굴 시급…지역사회 관심 절실”

“제주지역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제품들은 정부 평가에서 매번 높은 점수를 받는 등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공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떤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신다면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큰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 직업재활의 날은 10월 30일이다. ‘일(1)이 없으면(0) 삶(3)도 없다(0)’는 의미가 담겼다.

장애인 복지의 핵심이 경제적 자립, 즉 홀로서기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제주 장애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삶의 터전이다.

이민숙 회장은 “중증장애인들이 안전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자리, 즉 업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한다”며 “그러나 각 시설들은 이들이 지금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사업체를 유지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각 시설이 시장을 조사하고 미래를 연구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업종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행정당국과 전문가들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시설 제품들은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품질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덕분”이라며 “반면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한 시장 경제의 어려움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도 동일하게 끼치고 있어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우선구매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도민들도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피력했다.

고경호·김나영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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