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의 축제 ‘칠머리당영등굿’
제주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의 축제 ‘칠머리당영등굿’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4.0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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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끼 주제주일본국총영사

지난 3월말 문화인류학자이신 현승환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님의 안내를 받아 제주 전통 굿인 ‘칠머리당영등굿’을 참관했습니다.

현 교수님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씨의 ‘탐라기행(耽羅紀行)’에도 등장하는, 이즈미 세이치(泉靖一)씨의 초청으로 도쿄대학에 유학해, 그 연구 성과로 ‘제주도 무속 연구(済州島巫俗の研究)’를 남기신 고(故) 현용준 제주대 교수님의 아들인데,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제주의 전통적인 무속 연구의 길을 걷고 계십니다.

‘칠머리당영등굿’은 매년 음력 2월에 제주시내 건입동의 ‘칠머리당’에서 지역민들에 의해 열립니다(이번에는 코로나19대책으로 실내에서 개최됐습니다).

바람의 신 영등할망은 매년 음력 2월 초하루 겨울의 끝에 꽃샘추위와 봄의 꽃씨를 바람에 실어 제주를 찾습니다.

그리고 한라산을 포함한 제주의 대지와 ‘바당 밭’(제주에서는 해녀의 어장을 이렇게 부릅니다)에서 씨를 뿌린 뒤, 음력 2월 15일에 제주를 떠납니다.

‘칠머리당’에서는 음력 2월 1일 영등환영제, 음력 2월 14일 영등송별제 두 차례 열립니다만, 영등할망뿐만 아니라 칠머리당 토속신, 그리고 바다의 평화와 풍어를 관장하는 용왕신을 모시는 복합적인 의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국교였던 유교의 영향이 강해서 제주의 전통신앙은 '사교(邪敎)'로 배척되거나 삼성혈에서 보았던 것처럼 유교식 제례를 일부 수용해 절충적인 형태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또한 근대에 들어서면서 '비근대적인 미신'이라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주의 여러분들은 이 전통을 지켜왔습니다. 고(故) 현용준 교수님을 비롯한 학자들이 문화인류학적 연구도 진행하고 1980년에는 ‘제주 칠머리당영등굿’이 한국의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되어 보호대상이 되자, 제주 각지에 남아 있는 무속문화에 대한 시각은 크게 바뀌게 됐습니다.

제주의 ‘신’을 둘러싼 전통적인 문화는, 제례의 진행이나 의상 등 개별적인 부분만 보면 일본의 전통적인 문화와 차이도 눈에 띕니다.

다만 신방 여러분의 동작을 직접 보고 있자니 일본의 의례보다는 다소 리듬이 빠르면서도 몸을 움직이는 방식 그 자체는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제주는 (한국의 한 지역으로서 유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온 섬이기는 하지만, )애니미즘과 샤머니즘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지역이라는 것은 일본과 마찬가지입니다.

현승환 교수님에 따르면 제주와 일본은 알타이・퉁구스로부터의 북방의 영향,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온 남방의 영향, 그리고 도교의 영향이 혼재된 애니미즘・샤머니즘을 전통문화의 근저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또한 그 균형이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유사하다고 합니다.

제주 탄생의 땅 ‘삼성혈’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이 '분위기가 신사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도 이렇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의 제주와 일본의 무언가 특별한 연결고리를 실감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됐습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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