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주의
미국 민주주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1.01.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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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동국대 영상대학원 부교수

지난해 11월 3일 치러진 미국 대선으로 오늘까지도 온 지구가 시끌벅적하다. 이는 예상된 일이기도 하다. 금수저 출신 셀럽 트럼프와 노련한 바이든 간 세기의 대결 혹은 극우와 극좌 간 운명의 한 판이라고까지 불리며 격전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대결에 미국인들조차 자칫하면 내전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는 전쟁이 될지도 모른다고 염려하던 터였다. 우리 외교계에서도 누가 되더라도 혼란스러울 것이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할 경우는 더 큰 후폭풍이 올지 모른다고 예상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 태풍을 잠재울 디데이를 2021년 1월 6일이라고 예측했다. 아무리 절차가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미국의 대통령선거라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마지막으로 의원들이 선거인단 인준절차를 끝내면 누구든 그 결과에 승복하는 미덕이 미국의 전통처럼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1월 6일은 민주국가의 상징인 의회가 시위대에 점령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하원의장의 의자가 시위자에게 빼앗기고 의원들은 대피하는, 바이든의 표현을 빌자면 소위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거기다 의회경비대와 시위대의 충돌로 사망자까지 발생했으니 세계 제일의 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하던 미국이 참으로 난망해진 셈이다. 예정대로 1월 20일에 의회에서 승인한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안전하게 취임할 수 있을지도 염려되는 상황이다 보니 더더욱 그렇다.

이 소동의 주된 이유는 앞서 예상했던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의 세(勢) 대결에서 오는 국론분열이다. 두 사람을 따라 양 진영으로 갈렸으니 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더라도 선거에서 진 쪽이 깨끗하게 승복하지 않는 이상에는 국민통합이 묘연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게 부정선거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다. 선거 경합주에서 생겨난 무시할 수 없는 증거와 정황들, 외국 세력의 개입 여부 등이 주 근거다. 민주당과 바이든 편인 일부 공화당 사람들, 주류언론, 그리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주류 앱들이 한 편에 서고 공화당의 트럼프 진영, 비주류 언론과 비주류 앱, 그리고 트럼프에게 투표한 7500만명이 다른 편에서 서서 서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정의를 되찾겠다는 싸움이 되고 있다. 

여기서 민주주의 국가 혹은 민주주의라는 제도에 대한 생각을 안 해볼 수가 없다. 민주주의의 국가에서 추구하는 절대 목적가치는 자유와 평등이다. 그 가치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다수결의 원칙이며 이에 대한 보완으로 소수의견의 존중이 같이 존재한다.

이 두 가지 상반돼 보이는 방법론을 완성하기 위해 언론의 자유와 토론이 보장돼야 하고 최종적으로 민의를 묻는 가장 중요한 절차로는 선거제도가 있다. 선거제도는 다수결의 원칙이 존중돼야 하는 제도이고 또 결과에 승복한다는 전제하에 성립되는 제도다. 그런데 그 선거제도의 투표와 개표 시스템이 100% 신뢰를 얻지 못 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구소련 스탈린의 말처럼 선거는 투표하는 사람보다 개표하는 사람이 중요해진다면 즉 개표하는 사람과 개표시스템에 따라 투표결과가 달라진다면 혹은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면 민주주의 제도는 위기가 아니라 붕괴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대선들과 총선 등에서 투·개표에 대한 부정 시비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었지만, 현재의 미국을 보면 결코 우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국가에서 선거제도에 대한 신뢰는 80%, 90%가 아니라 항상 100%이어야 한다. 올해, 내년 여러 선거들을 앞두고 있는 우리도 선거의 투·개표에 있어 100% 신뢰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을 재고해야 할 때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 고쳐서 또 소를 키우면 되지만, 민주주의는 그 신뢰가 무너지면 다시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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