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은 제주 유일 재산…당장의 유혹 참고 지켜내야
자연환경은 제주 유일 재산…당장의 유혹 참고 지켜내야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0.12.13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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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주&제주인] 14.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제주은행장 역임한 공공재 경제학 전문가
곶자왈공유화재단에 투신…보전활동 앞장
“자금 모으는 동안 훼손” 매입 한계 지적
토지주 직불제 도입 등 “개발 억제 필요”
관리 체계 강화…도민 공동체 정신 강조

김국주 이사장
김국주 이사장

“환경을 한자로 풀면 ‘에워싸고 있는 지경’이다. 크게 사회환경과 자연환경으로 대별된다. 사회환경은 만들어 가면 되지만 자연환경은 우리와 후세들이 갖고 있는 유일한 재산이자 만들어 가는 대상이 아닌 지켜야 할 대상이다. 훼손된 것은 복원의 대상이다. 인간이 자연을 만들 수 없다”. 제주의 ‘자연환경’인 곶자왈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74)이 답했다. ‘제주인’이자 1968년 외환은행에 입사해 제주은행장을 역임한 ‘경제인’, 그리고 ‘공공재의 경제학’을 전공한 전문가로서 곶자왈 보전에 앞장서게 된 김 이사장의 인생을 직접 들어봤다.

■‘금수저’로 태어나 외환은행 입사

김 이사장은 1946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 말기인 1368년 입도 시조 이후 대대로 제주에서 살아온 집안이지만 아버지가 일본 유학 후 육지와 제주를 오가며 거주하다보니 김 이사장의 일곱 남매는 출생지가 서로 다르다.

김 이사장은 “6남 1녀의 출생지는 제주, 신의주, 서울, 대구, 부산 등이다. 나는 해방 직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제주산”이라며 “양친을 포함해 대대손손 성산읍 시흥리 일대에 묻혀 계시고, 나 또한 그분들 곁으로 갈 것”이라고 얘기했다.

김 이사장은 소위 말하는 ‘금수저’를 물고 세상에 태어났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한국전쟁 중 부산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김 이사장은 서울의 명문 학교들을 거쳐 서울대를 졸업한 후 1968년 당시 한국은행에서 분리 독립한 외국환 전문은행인 외환은행에 공채 1기로 입사했다.

입사 성적 최우수자가 신입사원 입사식에서 대표 선서를 맡는 원칙에 따라 김 이사장도 신입사원 모두를 대표해 선서했다.

이후 뉴욕과 런던, 시애틀 등 주요 도시에서 해외 근무했고, 비서실과 국제금융부 등 주요 요직도 두루 거쳤다. 

김 이사장은 “뉴욕에 근무했을 당시 뉴욕대에 입학해 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전공은 ‘공공재의 경제학’”이라며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분야였기에 수업에 상당히 심취했다”고 회상했다.

■삶의 경험의 외침에 따르다

김 이사장은 외환은행에 이어 제주은행장을 역임한 후 제4대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김 이사장은 “뉴욕에서 공부한 공공재의 경제학, 그리고 12년 동안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과 런던에서 쌓은 경험, 특히 미국 서북지역 구석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닌텐도와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초일류기업의 본사를 품에 안고 있는 시애틀에서 얻은 경험들은 내게 ‘제주도를 왜 특별자치도로 만들었는가’를 제대로 깨달라는 외침으로 돌아왔다”며 “특히 환경문제는 공공재의 경제학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다루는 테마”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김형옥 초대 이사장 밑에서 상임이사로 재직하면서 곶자왈공유화재단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됐고, 금융인이자 공공재의 경제학을 전공한 전문가로서 살아왔던 삶의 경험의 외침에 따라 곶자왈 보전에 뛰어들었다.

■“조그만 날개 짓 멈추지 않을 것”

곶자왈공유화재단의 핵심 목표는 모금을 통해 곶자왈 사유지를 매입하는 일이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매입해 보존한다’라는 목표에 함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이사장은 “곶자왈 사유지 전체를 매입하기 위해 1조원의 자금을 모으는 동안 곶자왈은 계속 훼손된다”고 강조했다.

함정을 해소하기 위해 김 이사장이 선택한 방법은 ‘도민 의식’이다.

김 이사장은 취임 후 연구소를 조직했으며, 학술 심포지엄과 숲속 음악회, 명사와 곶자왈 걷기 등 곶자왈의 가치와 보전 필요성을 확산하기 위한 홍보 활동을 대폭 확대했다.

김 이사장은 “곶자왈은 공공재다. 곶자왈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로 그 가치가 만인에게 향유된다”며 “제주시화의 공동체 정신, 내지는 시대정신이 그런 방향으로 형성되고 모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곶자왈공유화재단의 조그만 날갯짓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 이사장의 뚜렷한 문제 인식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최근 곶자왈 공유화 릴레이 캠페인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캠페인에 당초 목표치인 300명을 훨씬 뛰어 넘은 445명이 참여하면서 곶자왈 공유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달라진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이사장은 “재단 이사와 감사 25명이 (캠페인에) 앞장섰다. 나는 서울 제주도민회까지 찾아갔다”며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이게 참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판을 벌이니깐 하게 됐다. 그 근본적인 힘은 바로 곶자왈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도민과 제주를 잘 아는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관심과 우려도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된 요인”이라며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역설적으로 캠페인 확산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됐다. 환경에 대한 그동안의 생명 과학자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할 때”

김 이사장은 곶자왈에 대한 확실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3관왕을 자랑하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관리 체계가 허술하다. 대부분 가장 관리가 미흡한 관리보전지역, 그 안에서도 등급이 가장 낮은 3등급 이하에 모여져 있다”며 “그래서 착안한 게 국립공원에 곶자왈과 오름을 포함시켜 관리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지지부진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직불제처럼 곶자왈 사유지 토지주에게 개발 대신 보전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곶자왈 주변에서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며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토지주에게 지급하는 방식은 이미 하와이가 시행하고 있다”며 “모금을 통한 매입과 사유지 개발을 억제하는 방식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이사장은 제주도민들에게 ‘냉철한 판단’을 당부했다.

김 이사장은 “자연환경은 우리의 유일한 재산이다. 그 재산으로 승리하려면 당장의 유혹을 참아내야 한다. 하나의 귀중한 것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아쉬운 것을 버려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며 “제주인으로서의 우리의 선택은 명예와 긍지를 지키는 것이다. 우리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소중히 아껴야 외지인들도 제주의 아름다움이 제주인의 노고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공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내 배가 부르는 것이 아닌 나의 사방에 배 굶는 사람이 없음으로서 내가 산다”며 “우리를 먹여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때”라고 피력했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은…

1946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김 이사장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고려 말기인 1368년 입도 시조 이후 대대로 제주도에서 살아온 집안의 후손으로서 제주에 뿌리를 둔 제주인이다.

1968년 2월 외환은행 공채 1기로 입사한 김 이사장은 12년 간 해외 주요 도시에서 근무했으며, 비서실, 국제금융부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고 제주은행장을 역임했다.

뉴욕 근무 당시 뉴욕대에서 공공재의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2015년 제4대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제주를 대표하는 공공재인 곶자왈을 보전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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