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산소치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고압산소치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1.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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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승주.제주의료원 고압산소치료센터장

최근 제주시 권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중독 환자가 서귀포 의료원의 고압산소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제주의료원 고압산소치료센터 무용론’이 또 다시 불거졌다. 

사실 제주의료원 고압산소치료센터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은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해 비슷한 사건이 생길 때 마다 제주의료원의 고압산소치료센터는 응급환자 수용능력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아왔다. 정말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제주의료원의 고압산소치료센터는 ‘무용지물’일까.

고압산소치료가 필요한 응급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응급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발생 원인과 상관없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환자의 생존이다. 이를 위해 적절한 기도확보와 호흡, 맥박, 혈압의 유지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최소한의 생명유지가 보장된 이후에나 환자에 대한 검사와 진단, 치료가 진행될 수 있다.

설령 검사를 통해 고압산소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진단되었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고압산소치료기에 들어갈 수 없는 상태이거나 고압산소치료의 금기가 되는 질환이 동반되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고압산소치료를 결정함에 있어서 치료의 이득과 위험을 판단할 전문가의 존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구급차에서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어지는 응급의료체계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일산화탄소중독의 경우를 예로 들면 사건현장에서 의식불명인 환자가 발견되었을 때 정황상 일산화탄소중독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곧바로 고압산소치료를 시행하지는 않는다. 검사를 통해 일산화탄소중독이 맞는지 확인함과 동시에 다른 응급질환이 동반되지는 않았는지의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일산화탄소중독의 경우 환자가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던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때는 해당 질환의 치료가 고압산소치료에 선행되어야 한다. 드문 경우지만 기흉 등의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고압산소치료를 받는 것이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제주의료원은 현재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처치 및 정확한 진단을 할 만한 인력과 장비가 전무하다. 제주의료원은 이러한 한계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내 종합병원의 응급진료센터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미 지난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도내의 종합병원들에 ‘응급으로 고압산소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주의료원 고압산소치료센터로 환자를 이송하여 치료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조 공문을 보낸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도내 종합병원과 연계하여 2018년부터 3년간 14건의 응급 고압산소치료를 시행하였다. ‘응급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제주의료원의 고압산소치료기는 무용지물이다’는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제주의료원의 고압산소치료센터는 단지 응급환자만을 위해 도입한 것이 아니다.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상 해녀와 다이버들의 잠수병을 지속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고압산소치료센터가 필요했고 이에 제주의료원은 과거 10억의 예산을 들여 장비를 도입했다.

고압산소치료센터가 생긴 이래로 제주의료원은 도민들의 잠수병 치료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와 더불어 고압산소치료를 홍보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제작 협조, 해녀 보건교육 등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제주의료원 고압산소치료센터의 치료 건수는 2017년 669건, 2018년 944건, 2019년 1419건으로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최근에는 치료 대상을 넓혀 당뇨병성 족부궤양, 방사선 치료 후 발생한 조직괴사 등 다양한 질환에서 고압산소치료를 시행하면서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지역적 특성상 고압산소치료는 제주도에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이다. 하지만 고압산소치료는 의료보험 수가가 낮아 병원의 입장에서는 운영하면 운영할수록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는 종합병원들조차도 고압산소치료는 병원에 수익이 되지 않는다고 시설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실제로 1980년대 전국에 300개 이상의 의료기관에 존재했던 고압산소치료기는 이러한 이유로 빠르게 없어져 현재는 20여 곳의 의료기관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의료원은 적자를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2009년 고압산소치료센터를 도입하여 도내 해녀와 다이버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이 없어 응급환자를 일차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제주의료원의 고압산소치료센터는 ‘무용지물’이라는 오명을 들어왔다.

만년 적자를 기록하는 고압산소치료센터는 병원의 입장에서는 분명 애물단지일 수 있다. 하지만 도민의 입장에서는 도민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보물단지 같은 존재이다. 누군가는 해야 되지만 모두가 기피하는 이러한 역할을 제주의료원 고압산소치료센터는 오늘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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