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고 싶은 글
내가 쓰고 싶은 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0.15 20: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윤 박사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

내가 바라본 세상, 내가 걸어가는 길,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있는 이야기는 쓰지 않겠다. 다른 사람들이 봤던 세상 이야기도 옮겨 쓰지 않겠다. 내면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쓰고 싶다. 삶의 여정을 있는 그대로 오롯이 글로 표현하고 싶다. 

글을 쓰려고 했던 생각은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러나 글재주가 전혀 없었다. 책상에 앉으면 무엇을 써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부터 무엇을 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십여 년 동안 글쓰기 연습을 해왔다. 단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마음에 작용하는 생각들이 커지고 그것을 어색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 썼던 글을 보면 누구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글이라 할 수도 없다. 의미 없는 단어의 배열에 불과했다. 나의 글이 아니면 글 쓰는 의미가 없다. 이미 좋은 글(책)들이 세상에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세 사라질 글을 보탤 이유가 없다. 

글을 쓰려면 먼저 자기 눈이 있어야 한다. 세상과 사람을 볼 수 있는 오직 자신만의 눈이 필요하다. 그것을 찾기 위해 고독의 시간을 만들며 심연까지 무수히 헤매었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소중한 여행, 나를 찾게 하는 내면의 여행이었다. 그로 인해 내가 누구인가를 볼 수 있는 눈을 찾게 됐다. 

이제 내가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들여다볼 것인지도 알 수 있게 됐다. 그 눈으로 나와 세상을 함께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내면을 살피며 내가 바라는 나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됐다. 내가 쓰고 있는 글 전체를 살피며 글이 나아갈 방향을 안내하는 빛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바라본 세상과 변화하는 이야기를 비로소 글로 쓸 수 있게 됐다.

지나간 상황에 붙들린 과거의 이야기는 쓰지 않겠다. 바로 어제의 일이라도, 오늘 새로운 힘이 돼 나를 변화시키는 얘기를 쓸 것이다. 글을 쓰면서 변화하는 자신을 만나고 싶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더 깊은 세계로 더 높은 차원으로 나가게 하는 글을 쓰고 싶다. 자신을 채찍질하며 몸부림치는 나의 현재적 실존 모습을 표현하는 글들로 채워가고 싶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으면서 나의 여정을 더욱 숭고하게 살아가게 하는 인생 지침서로 삼을 것이다. 글 묶음을 들고 다니며  매일매일 배우고 실천하며 성장하는 삶을 이루려고 한다.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에게 감사하는 심중도 함께 쓸 것이다. 허상과도 같은 자아에 갇혀 살며 힘들게 했던 지난 잘못에 용서를 빌 것이다. 큰마음을 품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며 새롭게 찾은 새로운 얘기를 매일매일 들려줄 것이다. 행복과 기쁨, 고난과 역경, 감사, 온유, 포용, 신뢰, 사랑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키워왔는지? 그것을 어떻게 나누려고 하는지? 나의 가슴 속에 있는 얘기를 그 사람에게 그대로 펼쳐 보이려고 한다.

자식에게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글로 둔갑시켜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 그들이 나에 대해 알고 싶거나 궁금해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게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글을 읽으면서 나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게 쓸 것이다. 글 속에 그려진 아버지가 세상 사람들의 얘기와 다르지 않음을 그대로 확인하게 해주고 싶다. 나의 글은 바로 나의 생각이고 그 생각이 행동이었으며 나의 글임을 재차 확인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그들 인생의 지침서로 받아들여 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낄 것이다. 

기왕이면 사람들에게 길라잡이가 되는 책으로 펴내고 싶다. 글을 읽는데 자신의 길을 찾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글을 읽으면서 자신이 가졌던 소중한 마음을 찾게 하는 기쁨을 선물하고 싶다. 글을 읽고 나서 여운이 감돌며 그 감동이 오랫동안 남는 여유를 드리고 싶다. 그 감동이 촉발해 자신만의 상상력을 키우며 자신의 길을 더 깊이 사유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글들로 가득 채우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세월의 수를 더해도 정점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정점을 만들며 살아가고 싶다. 어제의 생각으로 오늘을 살지 않고 매 순간 새로운 생각으로 어제와 다른 나를 만나려 한다. 만일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 한 채 죽었다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멋진 생각을 찾으며 살고 싶다. 

날마다 이어지는 기쁨의 얘기를 책으로 엮어 세상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한다. 그들과 더불어 어제와 다른 만남,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 한 큰 기쁨을 만끽하는 소중한 시간을 기대해 본다.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어제 썼던 글조차 깊이가 얕아 보인다. 오늘 떠오른 생각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글임을 깨닫게 된다. 성장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인생을 이야기 없는 삶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부족한 글이지만 계속 쓰려고 한다.

내가 쓴 글을 읽으며 성장의 과정을 살피고 또한 새로운 차원으로 나가게 하는 힘을 얻을 것이다. 하루 또 하루의 삶을 이야기로 엮어 나만의 역사를 이뤄가는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한 글자 한 문장 한 편의 글을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려고 한다. 이전에 썼던 글을 날줄로 삼고 지금의 생각을 씨줄로 삼아 거친 옷감을 짜듯이 인생 이야기를 엮어갈 것이다.

가슴 속 깊은 심연으로부터 솟아나는 생각들이 글로 어우러져 매 순간 최고의 정점, 영원의 정점을 노래하는 글을 쓰고 싶다.

나의 글, 나의 책. 세상에 멋지게 등장했으면 좋겠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홍길동 2020-10-24 19:51:59
어떤 학자는 언어또한 사회적으로 학습한 것이기에 언어로 표현한 것은 결국 남의 이야기라는 회의적인 주장, 그러나 어떤 한편으로는 반박하기에 어려운 주장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언어를 이용하여 표현하는 것에 들어가는 다채로운 내용이 사회적 학습의 결과라고 말한다면 사람이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이 반드시 생각해야만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이 살아가는 여정 속의 내용이 그저 사회적 학습의 결과라는 말은 우리의 소중한 하루하루를 너무나 허망하게 만든다.
허망함. 이것에 휩쓸려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글, 내가 그리던 나의 모습, 그리고 더 나아가 모든 것이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체화하여 살아갈 수만 있다면.. 허망한 인생은 아닐것이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