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공화국의 市長과 행정관을 만나서
인도공화국의 市長과 행정관을 만나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9.2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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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준 가락회보 편집장·수필가·시인·논설위원

인도는 1947년 영국령으로부터 독립한 민주공화국이다. 독립기념일이 8월 15일로 우리나라와 같아 더 친근하다. 

정부 형태는 내각제이며 29개 주(州)와  7개 직할지로 구성됐다. 중앙 연방정부에는 총리(현 나렌드라 모디)를 중심으로 50개부 장관이 있다. 또 각 주에도 총리를 비롯해 장관을 둔다. 

한국, 인도 두 나라는 1962년 영사관을 개설, 수교한 이래 1973년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제주 출신 김태지 외교관은 주인도대사를, 현 호주대사 강정식은 인도공사(公使) 참사관을 지냈다.

필자는 2000년부터 특별한 인연으로 인도를 방문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열 번 정도 왕래했다. 

중소 도시에 갈 때마다 그 지역 행정책임자는 직원을 보내 경계선 입구에서 맞이한다. 만찬이나 행사에서는 시장(Mayor)과  DM(District Magistrate)이 영접한다. 시장은 익숙한 명칭이나 DM은 낯선 직위다. 여행사 임원은 DM을 ‘행정관’이라 소개하며 지역 최고 행정책임자라고 귀띔해 준다. 

사전적 의미의 ‘행정관’은 나라의 행정사무를 맡아보는 모든 공무원을 뜻한다. ‘공직자’와 같은 말이다. 우리의 행정관(Civil Service)은 실적주의 직업공무원 가운데 5급 이상 2급까지의 고위공무원을 두고 말하기도 한다.

인도 중소도시의 기관장을 살펴본다. 자주 가는 파이자바드(25만명)를 예로 든다. U.P주의 관할에 있다.

인도의 디스트릭트(District)는 주에 속한 가장 큰 단위의 행정구역이다. 디스트릭트 내 시(City)나 타운, 빌리지가 속해 있다. 파이자바드 디스트릭트 내에는 시장과 앞에서 말한 DM이 별도로 존재한다. 시장은 주민 투표로 뽑는데 지역시민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는 일종의 시민 대표다. 시장에게는 예산권과 치안 권한은 없다. 시장은 의례적 지위에 있으며 부시장은 주로 시의회 의장을 겸한다.

‘행정관’은 중앙(주)정부에서 주지사(Chief Minister)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며 2년 임기를 수행한다.  예산권이 부여돼 실질적으로 그 지역에 가장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의회에 대해서도 자율성을 누린다.

치안 부분에서도 막강한 권한이 있는 지역 디스트릭트 경찰 총수보다 직제 상으로 위에 있으며 이들은 상하 관계라기보다는 실질적으로는 상호 견제와 존중의 관계다.

필자는 인도 방문 기회에 파이자바드 디스트릭트 Segal 행정관 공관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다. 공관 규모는 약 9900㎡ 정도로 넓은 편이었다. 다른 기회에 Agrawal이라는 행정관(여성)의 공관에 갔다. 응접실에서 다과를 나누다 내게 “잠시 업무를 보고  오겠다”면서 옆 집무실로 들어갔다. 지역주민 서너 명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긴장된 얼굴들이다. 그 행정관은 주민들에게 엄정히 따지는 분위기다. 

행정관이라 칭하는 District은 ‘지구’·‘지역’을 의미하고 Magistrate는 곧 법의 집행( 재판)을 직무로 한다. 조선조 형조 업무의 부분을 수행하는 것과 같다. 주정부에서 임명한 행정관에게 예산집행권한을 부여해 선출직 시장을 견제하는 제도이나 우리의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예산 편성과 집행, 인사권 등이 부여되고 있는 것과는 좀 다르다.  

Agrawal 행정관 일행이 방한했을 때 자매결연기관인 김해시는 환영 플래카드에 ‘축 환영 인도 파이자바드 아그라왈 시장 방한’이라고 게시했다. ‘행정관’이라고 표기하기엔 좀 어색했다. 환영사에서도 “아그라왈 시장님의 한국 방문을 시민의 이름으로 환영한다”고 했다.

영국이 인도를 200년 통치하고 이슬람이 600년이나 인도를 정복했어도 인도는 살아남았다. 그 이유는 기다리고 참았기 때문이다.

그 곳 시장이나 행정관 역시 ‘기다리는 사람’이다. 우리 기업들이 인도 진출에 따르는 인허가 문제도 기다리는 문화로 인해 고충이 많다. 

한국, 인도 두 나라는 포괄적 경제 동반자 관계로 공동 번영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 인도는 세계인을 부르고 있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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