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체육회의 분발을 기대하며
제주도체육회의 분발을 기대하며
  • 홍성배 선임기자
  • 승인 2020.08.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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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이라면 지금 지구촌은 최대 축제인 올림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을 때다.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이겨낸 선수들의 열정과 도전은 결과를 떠나 그 자체가 한 편의 인간 승리 드라마다.

올림픽이 감염병으로 인해 124년 만에 처음 연기된 것은 지구촌 스포츠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국체육대회 등 모든 종합체육대회가 취소된 데다 도민체전 등도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됐다. 체육관련 시설들 역시 굳게 문을 걸어 잠갔다. 연초 민선 체육회장 시대의 개막에 기대감을 높였던 제주체육이 출발부터 직격탄을 맞은 것은 물론이다.

시계 제로였던 스포츠계가 프로 스포츠 제한적 허용과 일부 시설의 개방 등으로 서서히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제주체육 역시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제주시체육회와 서귀포시체육회가 먼저 나섰다. 제주도체육회도 지난 달 초 회원종목단체 사무국장들과 하반기 사업 추진 계획을 논의한데 이어 직장운동경기부 지도자들과도 머리를 맞댔다.

이를 바탕으로 도체육회는 최근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에 따른 운영 지침을 마련하고 올 하반기부터 일부 체육행사 등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각종 도내 대회가 취소 및 순연되면서 학생선수들이 상급학교 진학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음에 따라 제한적 범위 내에서 우수 선수 선발전 형태의 대회를 개최한다. 올해 추진이 힘들다고 판단된 전국 및 국제대회 유치와 국제교류 사업의 경우 내년을 대비한 계획을 수립 중이다. 소규모 종목별 생활체육교실과 찾아가는 생활체육교실, 생활체육리그 운영과 제주체육 활동 데이터 구축사업, 중장기적 계획에 따른 융·복합 스포츠인재육성센터 및 월드종합경기대회 유치 등의 추진 의사도 밝혔다.

제주체육이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 시점에서 민선 도체육회 출범 6개월을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먼저 지난 6월 제주도의 조직 개편 추진 과정을 들 수 있다. 당시 제주도는 관광국과 문화체육대외협력국을 문화관광국으로 통폐합하는 한편 해녀문화유산과의 통폐합 등을 추진했다. 관광업계와 해녀들의 집단 반발과 도의회의 가세로 없던 일이 됐지만 체육계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건강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요 축으로 주목받으면서 정부 조직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라고 체육을 명패에 내걸고 있는 상황임에도. ‘체육이라는 이름이 살아남은 것은 어부지리인 셈이다.

대회 중단 기간도 재검토해 볼 문제다. 지난 620일부터 초··고 축구 주말리그 제주권역대회가 시작됐다. 전국단위 대회 역시 재개된 데다 제주에서도 전국대회를 개최 중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지역 선수들까지 제주에서 경기를 갖는 상황은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각종 위원회 정비, 시체육회와의 인사 교류 등은 진도가 제대로 나가지 않는 듯한 형국이다. 취소될 위기에 놓였던 탐라문화제가 도내 예술인들의 노력으로 살아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보면서 도체육회의 민선시대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도지사가 체육회장일 때와 달리 민선시대에는 자립을 위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체육인들에게 한발 더 먼저 다가섬으로써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 만큼 도체육회 사무처의 역량이 중요해진 것이다.

물론 민선시대 출범 초기 법과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데다 유례없는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계획했던 일들을 제대로 표출해 내지 못했거나, 혹은 말 못할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르기를 바랄 수도 없다.

지난 일을 되짚어 보는 것은 새로운 전진을 위해서다. 제주체육이 민선시대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며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도체육회의 분발을 기대한다.

홍성배 선임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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