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결혼관, 인구정책 대수술 필요하다
달라진 결혼관, 인구정책 대수술 필요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6.2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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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제주지역 결혼 건수가 245쌍으로 지난해 같은 달 334쌍보다 무려 27%나 격감했다. 

최근 결혼하는 청년들이 줄어들고는 있으나 이렇게 결혼 시즌인 4월에 급격히 줄어든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제적 이유와 결혼관의 변화에 상당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은 과거와 달라졌다. 결혼을 통과의례처럼 여기던 시대는 지나갔다. 결혼을 ‘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50%를 넘어섰다는 게 이미 ‘2018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로 나왔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결혼 기피 현상은 곧바로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비율인 독신율은 1990년 0.5%에 그쳤으나 2010년 2.5%로 높아졌고, 2025년에는 무려 10.5%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를 근거로 할 때 향후 출산율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무려 100조원이 넘는 재원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으나 개선은커녕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은 그간의 대책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달리 말하면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소중함이 줄어들고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해지는 등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경제적 이유가 절대적이다. 

당장 일자리가 없어 혼자 살기도 빠듯한 데다 설사 일자리를 잡았다 하더라도 불완전 취업으로 뛰는 집값과 자녀 양육·교육비 부담 등으로 결혼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문제는 확산하는 이런 결혼 기피 분위기가 저출산 현상을 더욱 고착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저출산 문제는 국가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전통적인 가족관에 대한 변화만큼이나 우리의 인식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결혼할 수 있는 여건 조성도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가 있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확신이 선다면 결혼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 이는 결국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이는 일과도 연결된다. 사회 설계의 전면 혁신과 인구정책의 대수술이 필요하다.

웨딩 마치가 울리지 않는 사회의 미래는 없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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