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관광패턴과 관광 허브
새로운 관광패턴과 관광 허브
  • 제주일보
  • 승인 2020.06.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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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칼럼니스트

지금이야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은 생각도 못 하지만 동남아 여행 경험은 가장 흔한 해외여행의 경험이기도 하다. 단체숙소가 아닌 경우 낯설긴 하지만 사람들마다 숙소가 달라도 일정장소에서 작은 셔틀버스가 일행을 태워주고 다음 날 프로그램별 여행을 위해 미니버스가 순회하면서 호텔에 투숙하거나 소위 옵션여행을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나름 괜찮은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어떤 상황일까? 제주관광은 비행기편은 물론 렌터카 예약이 필수로 여겨지고 현재에도 그 방식은 유효하다. 그래서인가 제주도 렌터카는 교통 체증과 사고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얼마 전 도내 주요 언론들에 제주관광의 새로운 패턴이라는 제목으로 눈에 띄는 기사가 실렸다. 제주도 관광객들의 관광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해보니 제주관광객들은 8개의 클러스터라는 핫플레이스를 기점으로 주변에서 여유를 즐긴다는 내용이다. 제주공항 인근과 함덕해변 인근,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인근, 표선해변 인근, 서귀포 원도심, 중문관광단지, 협재-금능해변, 곽지-한담해변 8곳이 핫플레이스로 꼽혔다.

또 빅데이터 분석결과 인근의 맛집과 카페, 바다와 치킨 등의 검색 빈도수가 높게 나왔으며 클러스터 내부에서 이동하는 관광객 비율이 전체의 67%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유입됐다고 밝혔다. 이 조사대로라면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공항에서 차를 빌려 숙소에 짐을 부리고 핫플레이스 언저리 바닷가를 찾고 맛집과 카페 등에서 시간을 보내다 숙소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관광이야 다니고 싶은 사람 마음이지만 핫플레이스 간 연결이 문제 없고 핫플레이스를 허브로 삼아 주변의 숙소와 관광지, 주요 맛집 등의 방문이 쉽다면 셔틀이나 미니버스 등이 잘 운영된다면 관광객 입장에서는 굳이 낯선 곳에서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관광을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세계적으로 물류시스템의 혁신을 만들어냈던 FEDEX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1960년대 미국의 물류 시스템은 물류 사업자가 배달을 원하는 사람들을 만나 상품을 취합한 후 이를 목적지까지 일일이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물건이 하나 전달되는 데 짧아도 몇 주 길면 몇 달이 걸렸다.

페덱스의 창립자인 프레드릭 스미스회장은 대학시절 지도교수에게 각 지역에 중심이 되는 곳, 소위 허브를 정해서 그 곳에 배송이 필요한 물품을 모으고 다른 지역의 허브에 전달한 후 그 허브에서 자전거살(스포크)처럼 주변 지역으로 물건을 배송하면 시간과 비용이 훨씬 절약된다는 아이디어를 리포트로 제시했다. 지도교수는 이를 현실성 없는 아이디어라며 C학점을 줬다. 스미스 회장은 이후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졸업 후 직접 물류회사를 차렸고 그 회사가 오늘날의 FEDEX. 오늘날에는 공항이든 물류든 이 같은 허브 시스템이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시작은 매우 힘들고 어려웠을 것이다.

제주의 관광을 생각하면서 FEDEX의 허브시스템을 생각한다. 왜 모든 관광을 공항의 렌터카에서 시작하게 할까. 원하는 핫플레이스에 정보가 모이고 숙소와 맛집으로 연결이 자유로우면, 소위 허브를 중심으로 정보가 소통되고 교통도 움직이면 관광객도 비용이 적게 들고 지역의 작은 관광지나 프로그램들도 좀더 효율적이 되지 않을까. 이미 해외에서 오래 전부터 이루어지는 관광시스템이 제주에서는 작동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관광패턴에 대한 빅데이터가 이를 가능하다고 제시하는 것은 아닐까. 기사를 읽으며 시스템의 변화를 시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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