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트렌드 변화…농산물 ‘언택트’ 마케팅 주력해야”
“소비 트렌드 변화…농산물 ‘언택트’ 마케팅 주력해야”
  • 제주일보
  • 승인 2020.06.0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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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22. 변화의 시대 맞은 제주농업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국면 속 비대면 소비 생활화…신성장 사업 형태로도 각인·주목
예고된 변화에도 농업인·생산자단체 간과 아쉬워…선도적 유통 이끌 경영전략 절실
새로운 시스템 과감히 투자해야…지역농협 협력 클러스터 구축·조합원 의식변화 요구
예전에는 가을 꽃으로 대표되던 메밀꽃이 봄에 펴 오가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예전에는 가을 꽃으로 대표되던 메밀꽃이 봄에 펴 오가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제주 농촌의 신록은 점점 짙어져 초야가 녹음방초를 이루고 오름과 곶자왈에 색깔의 변화를 주고 있다. 검푸른 파도를 이루던 보리밭은 황금 빛으로 옷을 갈아입더니 어느 새 수확을 끝내고 지탱했던 땅의 힘을 보여준다.

24절기 중 열네 번째에 해당하는 처서(8월 23일 무렵) 전후에 파종하고 겨울이 오기 전 수확했던 경관작물로 대표되는 메밀은 과거와 다르게 봄 메밀로 변화해 하얀 꽃과 농익은 향기로 온갖 나비들과 벌들을 유혹한다.

진정 국면을 보여주던 코로나19 상황은 다시 한 번 전국을 긴장케 하며 보이지 않고 소리도 없는 바이러스의 공포를 더하고 있다.

당장 극복되지 못 하는 코로나 국면 속에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포스트 코로나’를 끊임없는 화두의 핵심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그 분야들 중에서도 우리의 삶인 경제 분야가 주로 이야기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관광산업의 침체는 제주경제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수밖에 없고 제주도의 산업구조는 어쩔 수 없는 세계적 흐름과 맥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 안정세를 보이던 코로나 국면에 개별 관광객 중심으로 주요 관광지에 회복 기미가 보이는 듯하였으나 5월 말에 발생한 15번 환자와 안양·군포 관광객의 확진은 관광지 주차장을 텅 비게 만들어 버렸다.

지역경제의 원활한 순환을 위해서는 일정 숫자 이상의 사람들이 제주를 방문하고 그들의 일상 중 일부를 제주에서 소비해야만 제주경제가 돌아가는 어쩔 수 없는 모습이다.

전량 수매가 불확실함에도 보리를 수확하는 컴바인 소리에 힘이 넘친다.
전량 수매가 불확실함에도 보리를 수확하는 컴바인 소리에 힘이 넘친다.

코로나 국면은 사상 유례없이 가장 짧은 기간 동안 가장 많은 변화를 요구했고 그 요구에 부응한 변화를 만들어 냈던 시기인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뿐만이 아니라 신조어인 ‘언택트(untact)’가 생활화되고 신성장 산업 형태로 각인되고 주목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언택트, 즉 비대면은 사회 전 분야에서 그 가치를 확인시켜 주었다. 엄중한 시기에 교육·회의·쇼핑·놀이·문화·서비스·소비 등에서 코로나 이전에는 사람과 사람의 접촉과 대면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 냈던 것들이 이제는 언택트가 당연시되고 이런 현상은 코로나 이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이미 우리 일상 속 깊이 언택트 소비가 자리 잡고 있었지만 이러한 현상이 우리의 사회시스템에서 일부라고만 여겨져 왔을 뿐이다.

수많은 상품들이 TV 홈쇼핑과 인터넷·SNS를 통한 온라인 쇼핑으로 자리잡은 지는 이미 오래 전이고 농업인들 역시 생산한 농산물을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을 활용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국면에서 주춤했던 주식시장에서 식품산업과 관련된 주가가 급등하고 수익률도 기대 이상의 고공행진을 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기업들은 1차 생산품인 농·수·축산물을 다양한 형태의 가공과 저장, 유통과 배송을 통해 우리 가정의 식단에 보이지 않는 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이미 우리의 냉장고는 샐러드에서 해장국은 물론이요 스테이크까지 내가 조리하지 않은 음식들로 꽉 차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대형마트, 재래시장 등의 기능과 역할이 급격히 좁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언택트 소비의 편리함과 다양함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심리패턴이 과연 코로나 이전으로 회귀가 가능할까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회의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제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분명한 의제가 제시될 것이다. 제주의 농산물은 계절별·지역별로 특화돼 있다. 대부분의 작물들이 자연재해로 인해 공급량이 감소되기 전에는 항상 처리난으로 많은 행정력과 에너지가 낭비돼 왔다.

제주는 내륙지방의 농촌과 달리 모든 읍·면에 1개소 또는 2개소의 생산자 단체인 지역농협이 있다. 대부분의 농협에서는 지역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집하 또는 선별해 공영 도매시장이나 대형 유통업체로 납품하는 것이 유통의 전부였을 것이다.

이미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2018년 10대 소비자 트렌드는 언택트 소비라고 할 만큼 소비시장의 트렌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농업인·생산자 단체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많은 농가가 농산물을 단일 상품으로 온라인 판매하고 있지만 이는 아주 미약할 뿐이다.

이미 소비자는 신선 야채로 만든 샐러드는 물론 갈비찜까지 직접 조리하지 않고도 비대면으로 그들의 세끼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제주형 워킹홀리데이를 정착시키려는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대표 이성빈) 소속 청년 농부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형 워킹홀리데이를 정착시키려는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대표 이성빈) 소속 청년 농부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체계를 농업인들이 해결하기는 어렵다. 가공과 저장·유통 그리고 홍보와 마케팅에 대한 비용과 비즈니스 마인드와 기술에 따른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도내 모든 농협들이 언택트 마케팅을 위한 클러스터를 만들고 이에 따른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우리가 자급자족의 농업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농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농정당국과 농협들이 시대를 뒤따라가는 경영이 아닌 선도적으로 유통을 이끌어 나갈 경영의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지난 호에서 피력했던 것처럼 농업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하는 생산자 단체인 농협에서 소비자의 식단을 만들어갈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투자를 아끼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계속 난항을 거듭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선출직으로 뽑히는 거의 대부분의 조합장들은 실패에 대한 리스크 때문에 쉽게 도전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1개 조합이 아닌 다수의 농협과 행정 그리고 펀딩을 통한 제3의 유통시스템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생산 농가인 조합원들의 의식 변화도 대단히 중요하다.

미래 산업은 위험요인 없이 도전할 수 없다. 그런 리스크마저도 하나씩 해소해 나가고 당장의 이익보다도 두 발, 세 발 앞의 이익을 위해 도전·투자에 박수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미증유의 코로나 국면은 우리 모두에게 사고와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변화에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못 한다면 행정·산업·개인 할 것 없이 2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주 전반에 걸친 위기, 우리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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