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기여하고자 해도 할 수 없는 이유
제주도에 기여하고자 해도 할 수 없는 이유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6.0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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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제주모터스 대표이사·논설위원

지난달 23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추진하는 ‘2020년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JDC는 이번 선정을 통해 향후 5년간 중기부 예산지원으로 운영하며 제주특별자치도의 4차산업혁명 기반 산업 다각화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첨단과기단지) 운영 활성화를 위해 전기차와 드론, AI 4차산업기술과 결합할 수 있는 4차산업혁명 리더 육성과 산업 육성 등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3D프린터를 이용해 소비자와 출력인이 원하는 물건(시제품, 목업 등)을 만들어 내는 작업공간으로 현 정부가 제2벤처붐 확산 정책의 일환으로 기업, 창업자 등의 역량강화를 위한 공간이며 정책이기도 하다. 이런 메이커스페이스는 매우 가치 있는 공간이고 이를 제대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기업들은 경쟁력과 역량 강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주도에 이런 메이커스페이스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1차산업과 관광산업 중심의 제주 산업구조에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사업 선정에서 아쉬운 점은 다른 시도는 사업 기관으로 2군데가 선정된 반면 제주도는 JDC만유일하게 선정된 것이다.

필자는 3D 프린터로 전기자동차를 제주에서 생산하고자 하는 제주모터스 대표로 3D프린터 관련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3D프린터는 크게 범용형(개인용)과 산업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개인용 프린터는 범용형으로 크기와 소재가 한정돼 있어 출력물 크기나 내용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산업용 3D프린터는 대형프린터로 기업이 원하는 소재와 다양한 제품에 대한 실험 및 출력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범용형은 가격이 저렴한 반면 산업용은 제공되는 어플리케이션에 있어 가격이 고가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3D프린터로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세계적 기업인 미국의 Local Motors인 경우 크기가 3mx5m이며 가격은 약 60만달러(72000만원) 정도 한다고알고 있다. 이렇듯 산업용 3D프린터는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생산도구이자 새로운 공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장비(tool)로 검증 받고 있다.

제주에 국책사업으로 메이커스페이스가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필자의 자산을 가지고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제주모터스는 3D프린터로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고자 하는 기업으로 메이커스페이스가 목적으로 하는 전기차, 드론 등 4차산업육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JDC에 제주모터스가 가지고 있는 3D프린터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이유는 JDC는 사업자로 선정만 된 것이고 운영은 카이스트에서 하기 때문에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JDC가 운영하는 메이커스페이스는 교육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산업용 3D프린터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거절이유를 듣고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공유하고 같이 함으로써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여지없이 깨지게 됐고 안타까움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JDC에 되묻고 싶다. 5년 동안 메이커스페이스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개인에 대한 교육도 뜻있는 사업이지만 4차산업 육성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전기차, 드론 등 4차산업을 육성한다고 했는데 JDC가 생각하는 장비로 할 수 있는지? 개인용 3D프린터로 기업이 요구하고 생각하는 제품(시제품, 목업 등)이 가능한지?

이번 메이커스페이스를 통한 작은 힘이나 제주 기업들과 같이하고 노하우를 공유하며 이에 대한 상생의 모델을 만들고자 했던 필자의 생각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깨닫고 아쉬움으로 마무리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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