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파 미술과 성형형
입체파 미술과 성형형
  • 제주일보
  • 승인 2020.05.3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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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성형외과 전문의

필자는 조르주 브라크나 파블로 피카소 같은 입체파 화가를 좋아한다. 입체파 화가들은 2차원 평면에 3차원의 자연, 인체나 정물을 표현하기 위해 구조물을 분해, 단순화, 재구성해 펼쳐서 보여주자는 독특한 발상을 해내게 된다. 당시에는 비난과 경멸의 의미로 큐비즘(입방체주의)이란 단어가 사용됐지만 현대에 와서는 전통적인 회화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성형외과의 시작도 비슷했다. 세계 대전은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고 인체의 일부를 소실하게 만들었다. 전쟁 통에 팔다리가 잘려 나가고 얼굴 조직이 손실된 환자들을 접하게 되자 의사들은 중요한 기관을 먼저 보존하는 방향으로 수술을 진행하게 됐다.

뱃살을 떼어서 다리를 만들고 다리 살로 팔을 만들고 팔살을 떼어서 얼굴을 복원하는 식으로 말이다. 뇌수술 시 소실된 두 개골의 뼈를 늑골을 이용해 복원하고 구강암 발생 후에 아래턱이 소실되면 종아리 뼈와 살을 가져다 다시 턱을 만들어 주고 유방암으로 소실된 가슴의 형태를 남는(?) 뱃살을 이용해 다시 만들어 주는 등 현대에서도 재건성형은 성형외과학의 중요한 영역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이제는 다른 이유 때문에 의사들은 인체를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미용성형에도 도입한 것이다. 성형수술은 수술 부위의 조직을 원래 위치에 두는 것이 아니라 다른 위치로 옮겨주는 수술이다. 예를 들어 앞트임 수술은 몽고주름이라는 눈앞의 딱딱한 섬유조직을 절개해서 제거하고 눈 앞꼬리의 피부를 이용해 1~2정도 새로운 위치로 이동한 다음 봉합해 주는 수술이다. 지방이식은 몸에 필요 없는(?) 지방조직을 흡입해 살이 없거나 볼륨이 필요한 위치로 이동시켜 주입하는 수술이다. 필자는 미용 성형의 본질은 분해한 조직을 어떻게 더 좋은 위치로 옮겨 놓을까?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낼까? 모자라는 것을 어디서 가져와서 보충할까?’ 탐구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형외과 의사들은 일정 증례 이상의 수술을 집도해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고 나서는 예쁜 것을 보는 눈, 예뻐 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 눈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한다. 가능성이 없는 수술을 하거나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수술을 하지 않거나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결국은 의사의 미적취향이 수술의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회화는 모방이 아니다를 외쳤던 입체파 화가들은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탐구했고 남들과 같지 않다는 개성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성형의 목표도 수술을 통해 개인의 개성을 표현해 주고 내면에 숨겨져 있던 가능성이 잘 드러나게 해주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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