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공간에서 분위기가 어수선하거나 잡음이 있으면 ‘귀능이 왁왁하()다’란 말을 나 자신 잘 썼다.
한편 ‘왁왁하다’란 말에 대해서는 ‘조금도 보이지 않고 깜깜해서 사리를 분별할 수 없다/귀가 꽉 막혀서 들리지 않다’는 풀이도 있다.
이러한 낱말 풀이로 봐서는 여기의 귀능은 사람의 귀하고도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귀+능’의 ‘우리말+한자어’의 구조와도 같다. 이것이 맞는다면 재미있는 단어조성법이 된다.
혹이나 해서 모두 한자어에서 오지 않았나 하고 대충 그 후보군을 뽑아 봤다.
▲機能(기능)-신체 각부기관의 활동력, 물체가 지니는 일, 능력, 작용 ▲器能(기능)-기량, 재능(후한서, 위지에 나옴).
또 하나 氣能(기능)이 있지만 이조어사전의 기술을 봐서는 불가능한 것 같다.
▲機-뵈틀긔(그+이)(신증유합) ▲器-그릇긔(훈몽자회) ▲氣-기운기(신증유합)(여기 ‘기’소리가 귀소리 되기 어렵다).
그래서 후보자를 2개로 줄여서 그 중국 한자음을 살펴보니 機의 중고음은 ‘긔이’(만당 이후에는 ‘기’로 됨), 器의 중고음은 ‘키’(이 음은 송대까지 계속된다)였다.
따라서 器는 후보군에서 빠지고 ‘機’만이 남는다.
문제는 機의 중국음 ‘긔’에서 한국음의 ‘귀’로 변화할 수 있는가이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고려 시대에 모음의 추이(推移)라는 특별한 음운변동이 있었다는 가설이 있어서 당시에 한국에서 잠깐 ‘귀’로 발음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 한자음의 ‘긔’가 그것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귀’로 잠시 변동할 수 있으나 ‘기’가 ‘귀’로 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만일 그러한 변동이 있었다면 그 소리의 뜻이 어떤 감각기관의 명칭에 끌려서 ‘귀능’으로 기억하게 된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 ‘귀능’이란 말이 한자음 ‘機能’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고, 실은 서두에서 말한 대로 ‘귀+능’의 ‘한국어+한자어’가 맞을 수가 있다.
혹은 전혀 한자어와 무관한 순수한 방언일 수도 있다.
이상에 대해 앞으로 새로운 풀이가 있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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