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가 아름다운 사람들…소수민족 일상 엿보다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들…소수민족 일상 엿보다
  • 강민성 기자
  • 승인 2020.05.28 2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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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최대의 불교국 미얀마를 찾아서(11)
낭쉐를 나와 미얀마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산등성이의 한 마을을 찾았다. 4시간 트레킹을 통해 미소가 아름다운 이들 소수민족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낭쉐를 나와 미얀마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산등성이의 한 마을을 찾았다. 4시간 트레킹을 통해 미소가 아름다운 이들 소수민족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 안개 자욱한 낭쉐의 아침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리는 보트가 호수의 적막을 깨고 있습니다. 아까 촬영했던 스투파의 불상들 모습이 잔잔한 호수에 아른거리다 이내 지워지고 또 떠오릅니다. 저는 어떤 한 사물을 촬영하며 몰입하다 보면 모든 잡념과 방해물을 차단하고 정신을 집중한 채 한 가지만 생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 생각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때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그 의미 자체에 환상적 상태로 몰입할 때도 있답니다.

지금 이 순간, 아까 본 불상들 하나하나가 마치 나와 마주 보며 ‘너는 왜 나를 찾았는가?’란 물음을 던지는 듯합니다. 누군가는 몰입을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혹은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이라 했지만, 저는 몰입을 깊이 할수록 대상과 내 자신을 하나로 일체화하려고 몸부림을 치게 됩니다. 그것이 사진이든, 아니면 나의 사고이든.

신나게 달리던 보트가 낙조를 보기 위해 멈춥니다. 여러 척의 보트가 서 있는 것이 여기가 낙조를 관망하기 좋은 장소인 듯합니다. 해가 기울어 가자 인레호수의 낚싯배가 모여듭니다. 사공들이 원뿔 모양의 대나무 바구니를 들고 한쪽 발로 노를 저으며 여러 모습을 연출합니다. 아침에 이곳을 지날 때 봤던 그 어부들인데 인레호수의 독특한 풍경 중 하나입니다.

낭쉐의 아침을 맞았습니다. 이곳의 아침은 언제나 안개가 자욱하답니다. 새벽 거리 상인들의 모습과 보트를 타고 도착한 시골 아주머니들의 바쁜 움직임이 활기찬 아침을 느끼게 합니다. 해가 떠오를 무렵 숙소 옥상에 올랐습니다. 안개가 걷히면서 시가지가 모습을 드러내는 데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습니다. 

오늘 저녁 버스를 타고 양곤으로 가면 미얀마 일정도 끝이 납니다. 산등성이에 소수민족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돌아보는 트레킹을 하기로 했습니다. 트레킹 가이드가 시내에서 멀지 않으니 걸어서 출발해도 된다며 점심 무렵이면 마칠 수 있답니다.

포장길을 빠져나가 시골로 들어서자 주택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소 떼를 끌고 가는 사람, 수도 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아낙들, 이런저런 모습을 보며 걷는데 건너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립니다.

인레호수 덕분에 낭쉐의 아침은 언제나 안개가 자욱하다. 해가 걷히면서 시가지가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는데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인레호수 덕분에 낭쉐의 아침은 언제나 안개가 자욱하다. 해가 걷히면서 시가지가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는데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학교인 듯 보여 들어 가 보니 어린 동자승과 아이들이 운동장 구석구석에 모여 앉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교실이 부족한지 고학년 아이들은 운동장에 모여앉아 야외수업을 합니다. 교실에선 어린아이들이 공부하다 우리를 보자 손을 흔들며 환영해줍니다. 

작은 언덕을 올라 동굴 사원으로 갔습니다. 밖에서 볼 때와는 달리 동굴 안은 꽤 넓고, 크고 작은 불상이 모셔진 아주 색다른 동굴 사원입니다. 스님이 동굴 사원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지만, 통역할 사람이 없어 보는 대로 느끼는 대로 스쳐 지나갑니다. 

높지 않은 산 고개를 돌자 집마다 담배를 말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곳곳에 건조창고가 있는 걸 보니 이 마을은 담배를 많이 재배하는 모양입니다. 인레호수 수상마을을 찾았을 때 잎담배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바로 이곳에서 재배한 담배였나 봅니다. 

■ 미얀마에서 맛본 김치찌개

4시간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낭쉐에 도착했습니다. 한 식당에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해 들여다보니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가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저도 옆에 끼어들어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무척 좋아합니다.

골목길을 돌아서자 반가운 간판이 보입니다. 한국 식당이 있는 것입니다. 미얀마에서 처음으로 김치찌개를 맛보며 푸짐한 식사를 했습니다.

인레에서 양곤까지 저녁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 멀미를 해본 적이 없는데 이날은 얼마나 멀미가 심한지 밤새 고생하고 다음 날 양곤에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하루는 푹 쉰답니다. 해외여행에서 하루가 얼마나 긴 시간인데 그저 잠만 잘 수는 없어 김영산 선생과 함께 미얀마 남부 지역에 있는 짜익티요를 가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한 동굴사원 안에서 본 불상들.
한 동굴사원 안에서 본 불상들.

 

강민성 기자  kangm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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