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 따라 들어선 책방...책 매개 문화 향기 가득
시골길 따라 들어선 책방...책 매개 문화 향기 가득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0.05.28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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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네책방 탐방(19) - 제주시 구좌읍 편
공간이 주는 위로, 서점숙소
감각적인 그림서점, 무노테이블
제주‧여행‧고양이, 독립서점 북덕북덕

제주 동쪽마을 구좌읍. 해안‧중산간 일대를 걷다보면 굳건한 돌집과 밭담, 농토 등이 정겹게 펼쳐져 있다.

최근 이곳을 따라 동네책방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독서를 매개로 한 문화 향기가 흘러나온다.

이들 책방은 옛 돌집을 개조하거나 제주 바다를 그려 엽서로 전시하는 등 지역정취와 조화를 이룬다.

#서점숙소

김현성 공동대표가 서점숙소 서가 앞에 서 있다.

사랑과 퇴사를 두고 끊임없이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모였다.

서점숙소(공동대표 김현성‧김현희)는 지난해 6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자리잡고 독립출판물 위주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공간이 주는 위로’를 표방한 이곳은 두 대표가 2017년 12월 세운 제주시 조천읍 북스테이 서점숙소에서 파생시킨 두 번째 공간이다.

서가는 현대인들의 가장 큰 화두인 ‘사랑’과 ‘퇴사’를 다룬 독립출판물들이 강세를 보인다. 역사책과 철학책, 세계문학전집 등 일반서적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예쁜 손 글씨로 눌러 쓴 메모지에는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미리 맛볼 수 있다.

다음 달부터는 차(茶)와 문학을 결합한 콘텐츠를 공개한다. 현대인의 고민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책 글귀로 제작된 수제 차 5종이다. 

손님이 차의 향기를 맡고 이에 어울리는 책을 선택하게 되는 형식이다.

또 서점은 프로젝트 ‘오름에게’를 진행해 손님이 책의 주요 글귀를 필사하면서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해 자아를 찾는 시간을 제공한다.

필사와 편지는 우체통에 담아 이를 원하는 장소에서 받아볼 수 있다.

서점은 ‘공유 공간’ 프로젝트로 작업 공간을 구하기 어려운 새내기 예술가들과 협업해 서점 운영 및 문화 프로그램 활성화를 꾀한다.

현재는 서지 작가와 계약을 맺고 창작물 전시 및 필사 낭독모임과 같은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남매인 두 대표는 각기 재능을 발휘해 공간에 의미를 더했다. 김현희 대표는 도내 지역별 바다를 돌며 주요 전경을 스케치한 작품들을 엽서로 만들어 판매한다.

제주의 따뜻한 재질을 나무라고 생각한 김현성 대표는 서점의 큰 틀을 잡고 주요 인테리어를 자체 제작했다.

서점 숙소는 향후 북스테이 공간과 서점 공간의 위치를 한 곳에 통합시키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주소=제주시 구좌읍 월정종길 19-12.

김현희 공동대표가 직접 그린 도내 지역별 제주 바다 전경이 엽서로 제작됐다.

#무노테이블

무노테이블 전경

그림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가의 감각적 그림 서점이 들어섰다.

무노테이블(대표 문수진)은 지난해 3월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정착해 작업실 겸 그림 책방, 아트 클래스 공간으로 꾸려가고 있다.

서점 이름은 한자로 ‘없을 무’(無)에 ‘힘쓸 노’(努) 자를 써 ‘애쓰지 말고 순리대로 살자’는 의미를 갖는다. 테이블(table)은 ‘목차’라는 뜻을 지닌다.

문 대표는 시각적 요소 외 음악과 향기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적 자극도 중시 여긴다. 서적을 꺼내 책장을 넘기면 종이 사이로 은은한 향기가 배어나온다.

서가는 크게 ▲신간 ▲국내 ▲수입 서적 등으로 나뉘어 있다. 주로 일러스트 기반 책들이 주를 이룬다.

텍스트 위주보다는 이미지와 짧은 문장으로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서적이 많은 게 특징이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앤디워홀, 앙리 마티스 아트북과 건축 예술, 요리 예술 개념의 책과 잡지 등 문 대표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상의 소소하지만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문 대표의 감각적인 일러스트 작품들도 액자나 엽서에 담겨 소개되며 여행 소품도 간간이 확인된다.

그는 최근 온라인 스토어(smartstore.naver.com/moooono)를 열어 판매를 본격화했다.

문 대표는 향후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보고 6월부터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에어비엔비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트 클래스 신청을 받고 미술 체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녕리의 작은 마을 골목에 위치한 이 서점 건물은 ‘세 개의 덩어리(mass)가 마주보되 위치에 따라 건물 외벽(facade)이 다르게 보인다’는 개념으로 설계된 독특한 외관을 갖는다.

문 대표는 무노테이블과 함께 게스트하우스인 무노스테이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서점 뒤쪽으로는 김녕리 마을 저류지가 있어 한 바퀴를 돌며 산책하기 좋다.

주소=제주시 구좌읍 김녕로18길 39-25.

무노테이블 전경

 

 #독립서점 북덕북덕

독립서점 북덕북덕 전경

“좋아하는 것들로 공간을 채우다보니 책 놀이터가 됐어요.”

독립서점 북덕북덕(대표 박장현)은 2019년 7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소재 옛 제주 돌집의 밖거리 공간을 개조해 제주와 여행, 고양이 서적들을 소개하고 있다.

박 대표의 서가는 ‘독립작가 응원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서점에 자신의 책을 입고할 기회가 부족한 신진 작가들을 위해 무료로 판매를 대행하는 서비스다.

서점은 책 판매 마진을 남기지 않고 신진 작가들이 모든 판매 이익을 가져갈 수 있게 했다.

도내‧외로 등단한지 3년 이내이며 작품 개수가 3권 이내인 작가 중 제주와 여행, 고양이를 주제로 책을 쓴 신진 작가의 경우 누구나 박 대표의 서가에 책을 입고할 수 있다.

아울러 박 대표는 서점 오픈 전 가지고 있던 제주학 서적 1000여 권 등을 비매품으로 서가에 비치해 방문객과 공유했다.

도내 오름을 최초로 총 정리한 제주 출신 고(故) 김종철 작가의 ‘오름나그네’ 등도 있다.

서점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돼 있다. 소소한 음료와 간식을 즐기는 카페와 영화 시설, 추억의 오락실 게임기, 보드 게임 등도 있다. 페르시안과 렉돈 고양이 두 마리도 살고 있다.

서점 곳곳에는 해먹이 설치돼 있고, 송당리에서 가장 오래된 100세 감나무에 계단이 설치돼 ‘트리하우스’ 개념으로 올라갈 수 있다.

또 서점의 통유리 창문에는 손님들의 투표로 결정된 글씨체로 ‘독립서점 북덕북덕’ 로고가 형광 마커 펜으로 새겨져 있고, 이어 손님들도 그들만의 이야기를 낙서와 그림들로 채웠다.

한편 이 서점은 2015년 박 대표가 운영하는 보리 게스트하우스 이용객을 위한 북카페 형식으로 운영되다 지난해 서점으로 탈바꿈했다.

주소=제주시 구좌읍 송당6길 38-1 제2동.
 

독립서점 북덕북덕 내부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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