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가계 모두 은행 빚으로 숨 쉰다니
기업과 가계 모두 은행 빚으로 숨 쉰다니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5.2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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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은행 대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으로 돈줄이 말라가는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도내 금융기관 대출액은 31조5208억원으로, 한 달 새 2148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기업대출이 무려 2052억원을 차지하면서 전체 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가계대출도 44억원 늘어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은 제주본부는 “기업대출은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가 늘면서 증가 폭이 확대됐다”고 원론적인 해석을 내놓았지만, 지역 경기침체가 몇 년 계속된데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자금난이 더욱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업대출 급증세는 코로나19 확산 시점부터 확연히 두드러졌다. 2월 1182억원에서 3월 2052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올 1분기에만 4557억원이 대출됐다. 지난해 1분기 2445억원에 비해 86%나 늘어났다. 기업과 가계 모두 은행 빚으로 숨 쉬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는 줄었는데 빚이 늘었다는 것은 기업들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재무구조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기업들이 빚을 내어 빚을 갚는 상황이 계속되면 금리가 상승 기조로 돌아설 때 경제 전체에 연쇄적인 위험을 유발한다. 1997년 외환위기도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가 촉발했었다. 

최근 부동산 관련 대출을 규제하고 있음에도 가계 부채가 다시 늘고 있는 것도 큰일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주택담보대출 및 가계대출을 증가시키고 이것이 다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형편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생계 목적으로 빌리는 경우도 상당수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은 올해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부채 상승’을 꼽았다.  이것이 다시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대출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코로나19로 제주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금난이 심화하고 대출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가계 부채가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엄중히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경제 현장에서는 기업들의 돈가뭄이 규모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자금 조달도 한시가 급한 곳이 많다. 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파격적인 경영안정자금 등 금융지원이 시급하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줄이려면 결국 기업들이 수익을 내고 일자리를 늘려 가계소득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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