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주차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지자
도심 속 주차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지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5.2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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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범 제주국제대 교수·논설위원

시트로엥이 조사기관인 ‘CSA리서치’와 함께 ‘차량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주제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인들이 평생 차량 내에서 보내는 시간은 약 4년 1개월이었으며 이 중 운전으로 보내는 시간은 2년 9개월로 조사됐다. 

보통 20~70세 사이에 50년간 어떤 형태로든 지속해서 차량을 보유한다고 가정하면 차량이 주차된 상태로 있는 기간은 전체 보유 기간의 약 92%가 되는 셈이다. 이는 자동차는 곧 주차의 문제이고 주행만큼 얼마나 효율적인 주차가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제주는 1인당 자동차 보유 대수(0.578대)와 가구당 자동차 보유 대수(1.322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자동차를 보유한 사람에게 가장 살기 힘든 지역이기도 하다. 

넘쳐나는 차량으로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졌고, 도는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주차장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주차난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택가 이면도로는 주차장으로 변모해 차량의 통행을 어렵게 하고 보행 활동을 방해하며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고 소방차의 진입조차 어렵게 하는 등 만성적인 주차난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주차의 문제는 시간과 장소의 불일치에 기인한 주차장의 혼잡도에 대응한 적절한 차량 분산 방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심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민 참여와 실천이 중요하지만, 공짜 주차를 당연시하고 유료 주차장을 기피하는 시민의 태도가 주차난을 가중시킨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유주차장 확보와 스마트한 주차 관리 시스템의 확대 보급이 필요하다.

도심에 있는 관공서에 볼일이 있어서 방문했지만, 주차공간이 없어서 골목 구석구석을 헤매야 했던 경험을 누구나 했을 것이다. 낮이라 주변 단독빌라나 단독주택 앞 거주자우선주차구역에는 비어 있었지만, 주차공간을 미리 확보해 놓기 위한 장애물과 외부 차량 주차금지 표지판이 붙어 있어 견인 조치되거나 시비가 붙을 수 있어서 주차할 수 없었다.  

공유주차는 출근 등으로 낮 시간대 비어 있는 거주자우선주차구획을 공유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는 제도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주민들이 비워둔 공유주차장이 표시되고 시간당 요금도 알려준다. 이익 일부는 주민에게 돌려주고 도심 속 방문자들은 주차 걱정을 크게 덜 수 있다. 

현재의 주차장 시스템은 과거 단순히 주차 차량과 주차장 관리를 넘어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각종 시스템이 연결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등과 같은 유통산업은 고객의 CRM 시스템과 주차장 운영시스템을 연결해 고객의 주차할인 시간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또 테슬라의 스마트 폰 앱인 ‘스마트 서먼’(Smart Summon)은 최대 60m 떨어진 곳에 주차된 차가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 호출한 차주를 픽업하러 온다. 

파킹 클라우드의 ‘아이파킹’, SKT의 ‘T맵 주차’와 같은 것들은 이미 목적지 근처 주차장 검색, 예약, 라우팅 등은 물론 모바일 주차권, 제휴사 포인트 결제, 각종 할인 혜택, 파킹패스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주차장을 별도의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도로의 시작과 끝으로 도로의 연장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 즉, 주차장에 대한 편의성과 접근성을 개선해 도로주행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면 교통 환경 개선과 더불어 대기 환경 개선도 이룰 수 있다.

또 도심 속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에서 주차장을 포함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성하는 기술적인 노력과 건물주, 주차장 운영사, 장비 제조사 등 폐쇄적이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지자체가 적극 조율하는 것도 필요하다. 

몇몇 스타트업 기업은 효율적인 주차 시스템에 대한 혁신적인 방안을 제안하고 있음에도 교통 정책이 가지는 예민함으로 인해 시장 진입을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적극 채택해 테스트베드를 제공할 수 있길 기대한다. 

도심 속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우선 필요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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