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능, 초연결, 초융합 시대에 우리 교육은?
초지능, 초연결, 초융합 시대에 우리 교육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5.2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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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승희 교수(서울의대 의학교육학교실)
-21대 국회,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교육정책 제언
이승희 교수
이승희 교수

재작년 방영돼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스카이캐슬’이라는 TV 드라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드라마의 내용이 사실인지?",  "그렇게까지해서라도 대학에 가야하는지?" 등등의 많은 궁금증과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비리와 편법을 통해 소위 ‘스펙’이란 것을 쌓고 그것을 통해 교육 시스템 상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다는 내용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공분을 토하도록 하였다.

그 공분의 주체가 학생이든 학부모이든, 심지어 교육자이든 구분 없이 사회적 공분은 하나의 신드롬을 만들어 내었다. ‘스카이캐슬’과 유사한 현상이 이미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 그것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어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언필칭 설득력을 가지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의 시대 즉, 4차 산업혁명시대에 ‘스카이캐슬’류의 스펙 쌓기를 규제하는 법과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역사적 관점에서 퇴행을 의미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스카이캐슬’류의 스펙 쌓기는 그 과정이 불법이냐 적법이냐의 문제를 넘어서는 문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스펙을 쌓는 동안 어떠한 사연이 있었다 하더라도 스펙 쌓기를 통한 성과는 성과를 창출한 그 순간까지 머물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생 자신의 역량이 아니라 제3자의 역량을 동원하여 스펙을 만들었다면 법과 제도로써 그런 행위를 응징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망가뜨리거나 발전적인 역량을 형성할 기회를 놓치는 형벌 아닌 형벌을 받게 되므로 법과 제도로써 응징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는 ‘스카이캐슬’이 던지는 신드롬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내 아이는 어떤 아이인지?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내 아이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드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소위 요즘 아이들의 특성 중 가장 우려되는 것 중 하나는 양극화 현상이다. 관심이 있거나 잘 하는 것은 놀라울 만큼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반면에 관심이 없거나 본인의 진로에 별로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놀라울 만큼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어렸을 때 편식하지 않고 균형잡힌 기초교육(Basic and General Education)이 이루어져야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직업을 가지고자 할 때, 직무를 수행할 때 대처 능력이 발휘가 될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초지능, 초연결, 초융합의 시대에 진입하여 스펙 쌓기, 불균형적인 교육 시스템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이어야 한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공부를 한 부모의 성공 공식을 따르면 미래 우리 아이들 앞에는 탄탄대로가 펼쳐지게 되는 것일까?  ‘스카이캐슬’에서와 같이 대학에서도 온갖 스펙을 쌓아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만이 소위 잘~~ 사는 것일까? 입시에서는 무언가를 써서는 안되고, 보아서도 안된다는 블라인드 평가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라고 하는 제도를 도입하였고,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이런 입시에 통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어떻게 이런 내용도 배우지 않고 입학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하면서 탄식을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새로운 핵심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바로 초지능(super-intelligence), 초연결(hyper-connectivity), 초융합(hyper-convergence)이다. 초지능이란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의 협력을 통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통해 문제 해결 등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초연결은 사람, 사물 등 개체 간의 상호 연결성이 확장됨을 말하며, 이는 곧 실시간 데이터 공유가 질적 및 양적으로 크게 확대됨을 의미한다. 초융합은 초연결 환경의 조성으로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서로 다른 기술과 산업 사이의 결합이 촉진되어 새로운 융합 산업 출현이 촉진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새로운 가치가 실제로 사회 속에서 구현됨에 따라 학자들 사이에서는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대립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디스토피아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2030년까지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거나(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 혁신 속도가 너무 빨라 대응 정도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된다거나(톰 스탠디지,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로봇의 등장으로 실직한 청년들의 빈곤이 심각하다고(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유토피아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지난 200년간 기술이 전체 일자리를 줄인 적이 없다거나(토마스 하이, 위스콘신대 교수), AI로 인해 신제품과 신산업이 창출되어 오히려 일자리가 증가한다거나(조엘 모키어, 노스웨스턴대 교수), 근로시간은 줄고 여가는 늘어나 인간의 행복은 향상된다고(할 베리언, 구글 수석경제학자) 주장하고 있다.

2015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포럼에서는 사회 환경의 변화로 2015년에 요구된 교육적 역량이 2020년에는 혁신적 기술의 활용 능력, 이질적인 집단과의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 자율적 행동 능력 등을 발휘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능력, 창의력, 사회정서역량, 인지적 유연성 등을 의미한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100대 기업에서 선호하는 인재상은 2008년에 창의성이 1위였으나, 2018년에는 소통과 협력이 1위를 차지하였다.

위와 같은 내용을 종합해보면, ‘통섭형 인재’, ‘협업형 인재’, ‘지능정보 인재’, ‘네트워크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통섭형 인재는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넓게 이해하고 이를 엮어내는 능력, 사회적 가치를 알아보고 실제 의미가 있는 문제해결 방법을 만들어 내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전문 영역을 넘어설 수 있는 모험심을 갖춘 인재를 의미한다. 협업형 인재는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결합을 시도할 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 새로운 관계를 받아들이고 과감한 협업을 시도할 수 있는 유연함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의미한다. 지능정보 인재는 비일상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합할 수 있는 융합적 사고 능력을 갖춘 인재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형 인재는 인재들을 모으고 서로 연결해 주는 능력,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흘러가게 하는 역할, 그리고 사람들의 협의를 도출하며 영감을 불어넣는 공감 능력을 갖춘 인재를 의미한다.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학업성취라고 할 수 있는 학교성적인 내지능(Intelligence)을 다양한 인지적 역량과 소통, 협력, 호기심, 회복탄력성(resilience) 등의 사회정서역량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 융합할 수 있는 외지능(Extelligence)으로 발휘될 수 있게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해 AI(Artificial Intelligence)에 종속되지 않고 인간이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EI(Extended Intelligence)가 되도록 현재와는 다른 방법으로 인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교육의 중심에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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