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5.2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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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동국대 영상대학원 부교수

한국이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관심을 다시 받고 있다. 

우리가 초기에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칠 때는 남의 일처럼 떠들고 동양인에 대해 무시하는 발언까지 했던 미국과 유럽 등이 정작 자신들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자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다. 

지금 현재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는 상태라 코로나19는 세계적인 재앙이 됐다. 최근엔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진자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한 번 못 가보고 사망하는 사례까지 생기자 그동안 자랑하던 선진국에 대한 개념도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미국과 유럽 등의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는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을 낳게 한다. 

우리와 그들의 차이가 뭘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수만 가지 일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첫 번째 이유는 빈부격차다. 선진국이면서도 극심한 양극화로 인한 빈부격차는 결국 수명차이로 나타난 셈이다. 

가난한 사람은 병에 걸려도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염려가 현실이 된 것으로, 가난한 사람일수록 위생과 방역에 취약하니 병에 더 걸리기 쉽고 한 번 걸리면 낫기가 어려운, 악순환인 것이다. 

상대적으로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19에 걸렸지만, 집중치료를 통해 며칠 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업무에 복귀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미국에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경찰이 단속하는 데 있어 백인에겐 관대하고 유색인종에겐 사정없이 대하는 일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것은 단순한 인종차별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백인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치료받을 수 있지만, 유색인종은 병에 걸리면 낫지는 않고 계속 병을 퍼트리는 세균전파자라는 인식 때문이다. 즉 하얀 피부색과 부가 비례한다고 인지하는 전 근대성을 보여주는 방증인 셈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의료 시스템 혹은 의료보험 체계이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거침으로 중앙방재센터 등으로 우리는 준비가 됐던 반면 서구의 많은 나라는 방역체계가 약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확실하게 확인된 것은 우리 의료보험 체계의 우수성이다. 엄밀히 구분하면 우리의 의료보험 체계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도 더 사회주의적인 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국민 전체가 대상인데다가 기본 의무이고 소득이 높은 사람은 많이 내지만, 똑같은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코로나19로 자명해진 것은 의료 민영화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복제약보다 신약 사용을 우선시하는 나라다. 그래서 신약은 비쌀 수밖에 없고 그 혜택을 국민이 두루 누릴 수 없다. 우리의 의료보험 체계에서는 신약을 주로 복제약으로 대체한다. 좀 기다려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 재단 산하의 제약회사가 코로나19 백신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해도 많은 미국 시민이 비아냥거리는 이유도 신약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백신을 만들어도 가난한 사람은 혜택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예단해서다. 

한국의 의료보험 체계는 몇 대의 대통령에 거쳐 다듬어졌고 현재의 문재인 케어는 결과적으로 이런 위기 상황에 적절한 정책이 됐다. 또 중국인의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정부를 향해 모진 항의도 있었지만, 포스트 코로나19를 바라보는 현시점에서는 현명한 조치였다는 판단들을 한다. 

최근 미국과 남미에서 활동하는 교포를 만난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국영화 ‘기생충’, 한국가수 ‘BTS’ 거기에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한국의 민관합동, 선진적인 의료 시스템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수요에서부터 지금은 호흡기, 마스크 등 모든 의료제품을 세계 제일로 선호한다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또 하나의 기회가 열린 셈이다. 
우리는 또다시 겸허하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할 때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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