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던 50대 여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60대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애조로를 실질적인 자동차전용도로로 본 재판부의 판단을 놓고 피해자 유족들이 불합리하다고 반박하는 등 해당 도로의 성격과 기능이 쟁점화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4단독 서근찬 부장판사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씨(6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9월 5일 오전 5시20분쯤 차를 몰고 제주시 애조로 달무교차로에서 제주대병원 방향으로 우회전 하던 중 A씨(55‧여)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일행과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며 차량과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사고 당일 애조로 일대에 옅은 안개가 끼어 있었고 정씨는 제한속도 시속 80㎞인 도로에서 50㎞ 이하 속도로 차를 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으로선 야간에 자동차전용도로와 유사한 상황의 도로에서 상당한 폭의 갓길까지 있는 상황에서 편도 3차로 중 2차로나 2차로와 3차로 사이 도로 위를 역주행으로 마라톤 연습을 하면서 달려올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예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교통사고 차량 운전자의 전방 주시의무 태만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자동차전용도로 무단횡단 교통사고에서 운전자 형사책임을 부정하는 것과 비교해 자동차전용도로와 유사한 도로에서 무단횡단하는 사람보다 더 피하기 어렵게 차량 정면에서 마라톤으로 역주행한 사람에 대한 교통사고란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피해자 유족은 “애조로는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니며 실제 횡단보도와 교통섬 등 보행자 통행과 안전을 위한 시설물이 설치돼 있다”며 “그럼에도 자동자전용도로로 간주해 전방 주시 의무의 경중을 따져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행정당국이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 고시하지 않은 도로를 사법부가 유사한 환경, 혹은 실질적 운영으로 본 것은 지나친 자의적 판단”이라며 “사법부와 행정당국이 동일한 도로의 성격을 다르게 규정해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1심 판결문을 분석한 뒤 조만간 항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