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에 다니던 길, 숲길과 냇가 따라 봄 ‘만끽’
곶에 다니던 길, 숲길과 냇가 따라 봄 ‘만끽’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5.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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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한남리 머체왓숲길 2코스

방문자센터 출발 서중천 탐방로 이어
피톤치드 가득 편백나무 숲길 장관
남원읍에 흐르는 하천 서중천 냇가
숲터널 초록 잎들과 참꽃 조화 눈길

머체왓숲길 2코스는 따로 소롱콧길이라고도 부른다. 안내판에는 그 이름의 유래를 지형지세가 마치 작은 용()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했으나 이는 단순히 에서 을 유추한 민간어원설로 보인다. 그보다는 제주어의 소롱한 곶길쭉한 곶이 낫지 않을까?

소롱콧길은 옛날 마을사람들이 곶에 다니던 길과 서중천의 냇가를 따라 길게 만들어진 코스로 서성로 651번길에서 머체왓숲길 1코스와 만나며 치유의 집을 돌아 나와 서중천 전망대(다리)에서 머체왓길과 겹친다.

오리튼물의 반영.
오리튼물의 반영.

■ 머체왓의 편백나무

소롱콧길은 머체왓숲길과 같이 방문자센터에서 출발해 꽃동산을 오른쪽으로 돌아 목장으로 길이 나있다. 방사탑 쉼터와 옛 산화경방초소를 거쳐 머체왓 움막쉼터를 지나면 서성로 651번길과 만나고 바로 맞은편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거기서부터는 계속 편백나무 숲을 걷게 되는데 곳곳에 삼나무도 섞이고 사이에 잡목도 더러 보인다.

편백나무는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일본의 대표 수종인데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에 들여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제주도를 비롯 우리나라 남해안을 중심으로 심어졌다. 과거에는 목질이 좋고 향이 뛰어나 가구용 목재로 많이 쓰였는데 요즘은 건물 내부의 마감재로 인기가 높다.

근래 들어 편백나무에 피톤치드가 다량 함유돼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숲을 휴양림으로 활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 코스에도 곳곳에 간이의자와 평상을 놓아 편히 쉬어가도록 해놓았다.

중잣성길.
중잣성길.

■ 중잣성을 지나며

요즘처럼 코로나19로 갇혀 지내다시피 하는 때 이런 숲길에 나와 맑은 공기와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건강하게 자연을 즐기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이리라. 20여 분 걷다가 돌담을 건넜는데 바로 중잣성이란 표지판이 나온다.

잣성은 조선시대 제주 목마장에 쌓았던 돌담이다. 오늘날 같으면 철책을 박고 철조망을 둘렀을 터인데 그게 안 되던 때여서 돌담을 쌓았다. 목장의 우마가 농경지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하잣성을 쌓고 한라산으로 올라가 얼어 죽는 일이 없게 상잣성을 쌓았으며 필요에 따라 두 잣성 사이를 구분한 게 중잣성이다. 보통 돌담의 아랫부분은 작은 돌을 모아다 겹으로 굽을 놓아 위로 외담을 쌓은 구조인데 요즘은 많이 훼손돼 온전한 곳이 드물다.

편백낭 치유의 숲의 방사탑 모형.
편백낭 치유의 숲의 방사탑 모형.

■ 편백낭 치유의 숲

중잣성 지대를 지나 편백나무 숲을 걷다가 갑자기 환해지더니 입구에 편백낭 치유의 숲이라는 안내 표시가 보인다. 그곳에는 우리가 흔히 방사탑(防邪塔)이라고 부르는 크고 작은 돌탑 모형이 여러 개 있고 나무그늘에 평상들이 놓였다.

답․거욱․가마귀․하르방․걱대 등으로 부르던 방사용 탑은 본래 마을의 인명․가축․재산 등을 보호하기 위해 풍수지리적으로 허()한 곳에 쌓았던 것들이다. 요즘 산이나 냇가에 탑처럼 돌을 올려놓는 일이 많은데 아무래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조형물이어서 큰 의미 없이 쌓아놓은 것이리라.

아무튼 이 아늑한 곳 평상 위에 누워서 한잠만 푹 자면 몸이 개운해질 것 같다. 주변 편백나무 그늘에는 평상을 여럿 설치해 놓았다.

서중천 전망대에서 본 풍경.
서중천 전망대에서 본 풍경.

■ 서중천 냇가를 따라

편백낭 치유의 숲을 꼭지점으로 동쪽으로 돌아 나오면 바로 냇가에 임하는데 서중천과 만나는 오글레기도다. 그 이름이 하도 특이해 찾아봤더니 제주어로 오글레기라고 부르는 지명의 도(입구)란다. 제주어사전을 찾아봐도 없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온전히의 제주방언이라 했다.

어떻든 그곳 냇가와 마주치는 입구에 굴이 있는 모양이다. 찾아보려 했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한남 시험림지역이라 갈 수가 없다.

서중천(西中川)은 성널오름과 사라오름 기슭에서 발원해 남원읍지역을 흐르는 하천이다. 하천의 몸집이 제법 벌어질 즈음 5·16도로 성판악휴게소에서 숲터널에 이르기 직전의 동수교 아래를 지난다. 그곳을 지난 서중천은 거린악을 거치면서 절경을 이루고 이곳 오골레기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곳을 지난 서중천은 묘하게도 의귀리에서 한 가닥은 의귀천과 합치고 한 가닥은 남원리를 지나 바다에 이른다.

서중천 습지.
서중천 습지.

■ 서중천 습지와 전망대

서중천을 만나면서부터는 아름다운 냇가를 따라 걸을 수 있다. 용암이 흘렀던 이곳 하천은 곳곳에 물웅덩이를 이루고 비가 온 뒤라면 낭낭히 흐르는 물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주변 나무의 주종은 아무래도 산남 하천을 장식하는 구실잣밤나무다. 사이사이에 참식나무와 후박나무도 섞이고 붉가시나무도 볼 수 있다.

붉가시나무는 참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으로 목재의 빛깔이 붉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목재가 무겁고 잘 쪼개지지 않으며 보존성이 좋아서 옛날에는 가구재나 배를 짓는데 사용했다.

전망대는 다리 옆에 조그맣게 마련돼 있는데 서중천이 깊게 패인 곳이라 물도 고여 있고 울창한 숲을 이루는 경치가 그만이다. 마침 철을 맞아 참꽃나무가 꽃무더기를 드리웠다.

서중천 숲터널의 참꽃나무 군락.
서중천 숲터널의 참꽃나무 군락.

■ 서중천 숲터널

그곳에서 냇가를 따라 내려가면서 다시 아름다운 숲길을 만난다. 붉가시나무나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조록나무 등 상록활엽수들은 꽃같이 아름다운 새잎이 나와 묵은 잎들을 떨구고 연초록을 자랑한다. 그 중 제주도의 상징 꽃인 참꽃이 많이 섞여 더욱 화려하다.

가면서 오리들이 날아와 떠서 논다는 오리튼물’, 그 뜻이 애매한 연제비도등을 거쳐 다시 방문자센터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계속>

*다음은 서중천 탐방로로 이어집니다.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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