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위기 속 예견된 시대 변화…새로운 도약 기회”
“농촌 위기 속 예견된 시대 변화…새로운 도약 기회”
  • 제주일보
  • 승인 2020.05.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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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21. 제주농업, 위기를 기회로

풍년이면 작목별 산지폐기 현상 거듭…풍작이든 흉작이든 소외받는 1차산업 현실
‘포스트 코로나’ 예견 속 플랫폼 구성·역할 중요성 부각…농업분야 경쟁력 ‘회의적’
변화 걸맞은 도전적 콘텐츠 개발도 요구…소비심리 긴축 대응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서귀포시 대정읍의 마늘 농장. 수매가격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 한다고 울상이다.
서귀포시 대정읍의 마늘 농장. 수매가격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 한다고 울상이다.

새벽아침 이슬에 투영되는 영롱한 햇빛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 같은 농촌의 아침이다. 어디선가 조금은 구슬피 우는 뻐꾸기 소리가 계절의 마무리와 시작되어짐을 노래하는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상의 모든 산업이 멈춰 버린 듯한 국면에서도 부지런한 우리 농업 전사들은 이슬이 마르지 아니한 과수원 또는 밭에서 남보다 앞선 잰걸음으로 이슬 위에 발자국을 남긴다.

감귤 밭에선 다가올 겨울에 우량의 황금열매를 기대하며 때에 맞춘 방제작업으로 이미 길어진 하루 해도 짧게 여겨진다.

정부 수매가 불확실하다는 불안한 마음에도 이미 황금들녘을 이룬 보리밭은 수확을 하는 콤바인의 거친 숨소리로 시끄럽다.

제주 남서부지역의 중요 생산 작물이며 농촌경제에 중요한 소득원이었던 난지형 마늘은 어느 새 애물단지로 전락해 지자체 및 농협에서는 판매에 대한 머리 아픈 논의들이 진행되지만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 하는 것 같다.

예견됐던 일이지만 기술 집약형 농업이 아닌 노동 집약형 농업이 이제 한계점에 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수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전에 산지폐기를 하지 않은 농업인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인건비를 지불하면서도 늦지 않게 수확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감귤 주산지인 서귀포지역에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시설 내 감귤은 6월 중순 출하를 목표로 서둘러 황금 빛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어 머지않아 소비자의 입맛을 돋울 것이다.

서귀포시 신효마을의 감귤하우스가 6월 중순 첫 출하를 준비하고 있다.
서귀포시 신효마을의 감귤하우스가 6월 중순 첫 출하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 우리 농업은 단위면적 당 최고의 수확을 목표로 농업을 영위했었다. 물론 지금도 주어진 면적 안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공유하고 있는 규격의 최고의 생산량을 목표로 농사를 한다.

풍년이 되면 작목별로 일정 부분 산지폐기를 위해 농산물을 갈아 엎거나 탐스럽게 달린 과일을 따서 폐기를 해야만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같은 작목을 하는 농업인들은 지역적으로 우리지역이 아닌 곳에 자연재해가 생기길 은근히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요즘 세대들이 흔히 얘기하는 웃픈 시대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 어느 정부 할 것 없이 실물경제의 안정화를 이야기했고 물가의 안정이 국민경제 및 국민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처럼 여겨왔었다. 물가의 안정은 시장 장바구니 물가의 안정이 기본이 될 수밖에 없어 우리 식탁에 오르는 1차 생산물이 주요 타깃이 돼 왔다.

공급이 부족해 모처럼 농업인들이 고가의 농산물 가격을 기대할 때 정부는 가차 없이 물가의 안정을 외치면서 외국 농·수·축산물을 수입한다.

풍작이 되거나 흉작이 돼도 결국 우리 농업은 항상 소외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한다. 경제전문가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전반에서 코로나 이후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형태의 비대면 사업과 업무를 학습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IT 강국답게 다소의 시행착오는 있지만 미국이나 서구의 여타 국가들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플랫폼의 구성과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미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에 자신들만의 강점을 가진 플랫폼을 통해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와 노력이 선행되고 있다.

우리 농업분야에서도 플랫폼이라고 여길만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지역농협, 하나로마트, 농협물류센터 등등.

하지만 전제한 시스템들이 과연 농업 생산과 가공, 유통, 서비스 등 핵심 가치들을 공격적이고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지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농협은 농업 분야에서 최대의 빅 사이즈를 갖추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인재들이 인적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인가, 경영의 최고 책임자는 비전에 걸맞은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은 갖추고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쉽게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농협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당옥수수 재배면적이 폭증하면서 과잉 생산이 우려되고 있다.
초당옥수수 재배면적이 폭증하면서 과잉 생산이 우려되고 있다.

더불어 플랫폼의 역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농업 콘텐츠 개발일 것이다.

콘텐츠의 다양성으로 대표라는 헐리우드를 보기 좋게 무너뜨린 것이 K-와 연관된 콘텐츠이다. K-POP뿐만 아니라 기생충으로 대표되는 영화산업, 스포츠 등등. 최고의 K-방역까지 우리의 콘텐츠 개발능력은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우리 농업, 농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개념을 정확히 인지하고 도전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요구된다.

질병관리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2차,3차 확산이 예견되고 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감염병이 여러 차례 발생이 됐었고 백신과 치료제가 없을 때 2차, 3차 확산이 됐다고 한다. 미국 바이오 기업 보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항체를 형성했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진다.

이 백신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더라도 세계 전역에 공급이 되려면 내년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물론 우리도 처음엔 당황스런 대응으로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K-방역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짧은 기간 많은 학습이 돼있어 2, 3차 확산에도 쉽게 함몰되지는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소비자의 긴축심리로 농산물들이 가상적인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된다.

모든 산업분야가 힘들어질 때 결국 우리 농업도 예외일 수 없다.

우리의 저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역량과 지혜를 갖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결국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아니함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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