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일만의 고3 등교…설렘·안도·긴장 교차
146일만의 고3 등교…설렘·안도·긴장 교차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0.05.20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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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제주지역 고3 학생 일제히 등교
제주지역 고3 학생들이 20일 일제히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된 지 2개월 만에 등교했다. 사진은 제주여고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사진=임창덕 기자
제주지역 고3 학생들이 20일 일제히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된 지 2개월 만에 등교했다. 사진은 제주여고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사진=임창덕 기자

“오랜만에 친구들 만난 게 제일 기쁘고 이제라도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스산했던 학교 현장이 활기를 되찾았다.

5개월 만에 등교한 고3 학생들은 기쁨과 안도를, 코로나19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교직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 반갑게 제자들을 맞았다.

20일 오전 7시 제주여고. 지난해 12월 26일 2학기 마지막 수업을 끝으로 무려 146일 만에 다시 등굣길에 나선 고3 학생들은 그리웠던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와락 부둥켜안았다가 그동안 학교에 오지 못한 이유가 생각났는지 곧바로 거리를 뒀다.

김효진양과 강서윤양은 “코로나19로 계속 개학이 미뤄지는 동안 감염병에 대한 불안 때문에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지도 못했다. 보고 싶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 너무 기쁘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마스크를 낀 채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교정에 들어선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안내에 따라 발열 검사 장비가 갖춰진 체육관을 거쳐 교실로 이동했다.

제주여고 고3 학생들이 20일 발열 장비가 마련된 체육관을 거쳐 등교하고 있다. 사진=임창덕 기자
제주여고 고3 학생들이 20일 발열 장비가 마련된 체육관을 거쳐 등교하고 있다. 사진=임창덕 기자

진순효 교장은 “등교할 때마다 체육관에서 발열 검사를 받아야만 교실로 들어올 수 있다. 하교 때도 마찬가지”라며 “교실에서도 발열 여부를 검사하는 등 코로나19의 교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아이들은 오늘이 1학기 첫 수업 날이지만 학교는 훨씬 전부터 등교 개학에 대비해왔다”고 말했다.

교실로 들어선 학생들은 시험 대형으로 간격을 둔 책상에 앉았다. 각 책상에는 손세정제와 마스크가 놓여 있었다.

8시20분부터 각 교실에서 조회가 시작됐다. 오랜만에 제자들을 만난 선생님은 조회 내내 반가운 눈빛으로 학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면서 코로나19를 차단하기 위한 수칙들을 당부했다.

학생들은 조회가 끝나고 1교시 선택 수업을 위해 마스크를 낀 채 각 교실로 이동하면서도 보고 싶었던 친구들과 쉴 새 없이 이야기꽃을 피웠다. 

조회가 열리고 있는 제주여고 3학년 1반 교실. 사진=임창덕 기자
조회가 열리고 있는 제주여고 3학년 1반 교실. 사진=임창덕 기자

이날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3학년으로 올라온 만큼 입시에 대한 각오도 전했다.

추연지양은 “개학이 연기되는 동안 EBS 강의를 챙겨 들으면서 수능을 준비했지만 아무래도 대면수업을 더 기다려왔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피해는 다른 친구들도 모두 마찬가지기 때문에 같은 조건에서 입시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재개된 학교 수업을 효율적으로 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등교 수업을 준비해 온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긴장의 고삐를 더욱 조였다.

김기범 3학년 부장교사는 “매일 아침마다 감염병 예방 교육이 이뤄지고 선생님들은 수업 때마다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쉬는 시간과 점심 때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있다”며 “오늘은 개학 첫 날이라 반가운 마음에 거리두기가 다소 지켜지지 않았지만 교직원들이 지속적으로 방역 수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2학년 개학에 대한 우려도 컸다.

부대룡 교감은 “교실 면적이 제한적이다 보니 학생 간 거리두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1·2학년 개학 때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반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학 학년 당 1~2개 정도 학급이 늘어나는 만큼 인력을 확충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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