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끊긴 대학생 지원이 필요하다
‘알바’ 끊긴 대학생 지원이 필요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5.18 2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철준 제주국제대학교 총장

현재 제주도의회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도민을 긴급 지원하기 위한 추경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초··고 학생 1명당 30만원씩 지원하는 제주교육희망지원금예산도 포함돼 있다. 국민의 세금을 나누는 일에 자칫 숟가락 하나 더 얹어 달라는 요구로 들리기 쉽겠지만 제주경제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더 시급한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도내 대학생들 상당수가 코로나19 사태로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학비를 대주는 부모들의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진 점도 있지만 편의점이나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 자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당장 가을학기 등록금과 생활비 해결이 막막한 형편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도내 대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기보다는 좀 더 미래를 생각해서 힘들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 공부를 하겠다고 했거나 또는 집안 형편을 생각해서 비싼 육지부 대학진학을 포기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부모의 소득분위에 따라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수혜비율을 보더라도 도내 대학의 경우 60%에 달하는 반면에 서울 소재 사립대학의 경우는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시키는 집보다 도내 대학에 진학시키는 집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증거이다. 등록금을 국가에서 더 주고 있으니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생활비가 더 큰 부담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제주시외지역 출신들에게는 주거비가 큰 부담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도내 고교 졸업생 중 대학 졸업하고 고향에서 취업을 하는 비율을 육지부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와 도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로 나눠 보면 후자가 월등하게 높을 것이다. 육지부 대학에서 실력을 쌓고 졸업해서 육지에 머물며 대한민국을 빛낼 인재가 되는 것이 고향 제주의 명예를 높이는 것이라는 점에는 동감하지만 일단 숫자면에서 고향을 지키면서 제주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역경제 일꾼이 더 많아야 한다는 점에서 도내 대학 진학을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도내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것이 육지부 대학 진학 시보다 유리하도록 우선 대학을 다니는 경제적 부담을 줄여 줄 필요가 있다. 물론 취업능력 등 학생들의 몸값이 높아지도록 도내 대학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등교를 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하므로 등록금을 환불해 달라는 요구가 있지만 이것은 온라인 수업시스템 구축 등 대학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정당성이 약하다. 오히려 이번을 계기로 수업 방법을 고도화해서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컸다고 하는 편이 옳다. 따라서 도내 대학의 교육프로그램 혁신을 이번을 계기로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지만 동시에 도내 대학 재학생들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동안 추세를 보면 제주 고교졸업생 중 우수인재가 계속 제주를 빠져 나가고 있는데 이번 코로나19 때문에 제주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당장의 생활고를 못 이겨 자신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고등교육 기회를 포기해 버린다면 제주의 미래가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제주경제는 부동산경기에 좌우되는 저생산성과 영세한 산업구조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대학이 지속적인 산업혁신을 유지하도록 고급인재를 계속 배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같은 도시가 전통적인 철강과 자동차 생산에 안주해서 경제가 장기간 녹이 슬어 버리는 러스트벨트(rust belt)로 전락해 갈 때 이들 지역의 대학에서도 인재가 떠나고 교육이 부실해지는 동반 현상이 나타났었다. 우리 대학생들이 대학을 떠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