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릴 때마다 성숙하니까
흔들릴 때마다 성숙하니까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0.05.17 1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의 에세이집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 어른 아이들에게 쓴 편지다.

그의 전작인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사회에 나오기 전 청춘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 천번~’은 사회에 갓 나와서 갖은 어려움을 겪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사실 나도 그 시절엔 어른 아이였다.

갑자기 어른이 된 사실이 당혹스럽기만 했다. 문득 크게 다가온 책무와 두려운 현실 앞에서 방황하기도 했다.

오늘(18)은 성년의 날이다. 올해 성년이 되는 새내기 성인들은 어느 해보다 우울해 보인다. 성년의 날 행사도 올해엔 코로나19 여파로 모두 취소됐다. 하지만 실망할 일 하나도 없다.

굳이 성년식을 갖지 않더라도 열아홉살이 된 사람은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켜보는 어른들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신뢰가득한 덕담을 주는 날이됐으면 싶다.

우리 전통 성인식은 남자에게 상투를 틀어 갓을 씌우고 여자에겐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주었다.

관례는 15~20세에 치렀다.

남자 아이는 세 번에 걸쳐 옷을 갈아입히고 모자를 씌우는 삼가례(三加禮), 술을 주는 초례(醮禮), 자를 지어주는 자관자례(字冠者禮) 순이었다.

여자 아이는 보통 15세가 되면 머리를 올리고, 옥색회장 저고리와 겹치마에 당의 노리개를 곁들인 화려한 모습으로 치장해 어른 여인으로 성장한 것을 축하했다.

형식만 중시한 게 아니다.

인생 만민은 필수(必須) 직업이라, 일을 하지 않으면 성인이 됐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올해 새내기 성인들은 어른이 되는 초입부터 난관이다.

지난 4월 우리나라 취업자수가 전년 동기에 비해 476000명이 줄었다고 한다. 제주지역 4월 취업자수도 1년 전보다 8000명이 감소했는 데 1월부터 4월까지 총 2만명이나 취업자가 줄었다. 1999IMF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50만명쯤 성인이 된다.

하지만 말이 성인이지 실상은 다르다.

김난도 교수가 어른 아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대학 신입생을 고등학교 4학년이라 부르고 대학을 다니면서도 부모의 품 안에 있다.

30, 40대에도 결혼을 안 한 청년들이 수두룩하다. 어른이 되어 고생을 하느니 부모의 자아실현을 도우며 조용히 살겠다고 말하는 청년들도 있다.

캥커루족’, ‘파라사이트 싱글(기생하는 독신자녀)’ 등의 신조어가 말해주듯 스스로의 삶을 감당할 결심을 하기 힘들어 한다.

부모의 성공적 기획에 의해 키워진 청소년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경제적 자립이 어렵더라도 성인이 되는 길로 접어든 사실을 함께 인지하고 청년들이 살아갈 날을 응원하는 힘찬 박수가 필요한 때다.

요즘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원래 인생이란 게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사막과 정글을 헤쳐가야 하는 여행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간단하지 않은 이 여행길을 견디고 책임져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오늘 성년의 날에 어른이 된 이들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것은 주어진 독립과 자유를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의무와 각오를 일러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리처드 바흐는 갈매기 조나단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한 마리의 새에게 너는 자유로우며 조금씩이라도 연습하면 그걸 스스로 증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시키는 일이라고 썼다.

부모들은 성년이 된 아이들이 때론 흔들리고 방황한다고 실망할 일이 아니다.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자녀들이 흔들리면 가슴이 아프겠지만, 그럴수록 신뢰의 박수를 아끼지 말자.

흔들릴 때마다 성숙하는 것이니까.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