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 하듯 물고기 잡는 ‘호수의 아들’
곡예 하듯 물고기 잡는 ‘호수의 아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5.1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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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최대의 불교국 미얀마를 찾아서(9)
보트를 타고 인레호수를 둘러보다 쪽배에 한쪽 발로 서서 물고기를 잡는 현지 어부들을 만났다. 곡예와도 같은 이 모습은 이 지역의 전통적인 조업 방식을 재연한 것이다.
보트를 타고 인레호수를 둘러보다 쪽배에 한쪽 발로 서서 물고기를 잡는 현지 어부들을 만났다. 곡예와도 같은 이 모습은 이 지역의 전통적인 조업 방식을 재연한 것이다.

■ 해발 875m 고원 위 인레호수

큰 호수가 있어서인지 새벽에 일어나 보니 도시에 안개가 자욱합니다. 짙은 안갯속으로 굉음을 내며 달리는 보트 소리가 마치 자동차 소음처럼 들립니다. 

인레호수 주변 마을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잔뜩 짐을 싣고 보트를 타고 온 사람들은 추워서인지 담요를 뒤집어쓰고 부지런히 오갑니다. 그 분주한 소리가 도시를 깨웁니다. 

해발 875m의 고원에 있는 인레호수는 남북의 길이가 22㎞, 동서의 폭 11㎞로 미얀마에서 두 번째 큰 호수입니다. 병풍처럼 아늑한 산이 둘러싸여 있는데 호수 안쪽에는 약 10만명의 인타(Intha)족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인타는 ‘호수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이들은 이 드넓은 호수 위에 집을 짓고 살면서 호수 위 사원에서 기도를 드리고 호수 위에서 농사도 짓습니다.

호수 위에서 태어난 이들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헤엄치는 법을 배운답니다. 이들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인레호수랍니다. 

몽골에서는 세 살이 되면 말을 타는 법을 먼저 배운다는데 호수에서는 수영을, 초원에서는 말타기를 가장 먼저 시작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레호수를 돌아보기 위해서는 4명이 타는 보트를 빌려야 합니다. 보트를 타고 해가 질 때까지 호수에 있는 수상 마을과 인근 유적지, 수상 농경지 등 다양한 수상 생활을 돌아본다고 합니다. 

금방이라도 물에 잠길 것 같은 가늘고 긴 보트가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배가 반쯤은 들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여러 대의 보트가 마치 서로 경주라도 하는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거친 물살을 헤치며 신이 나게 달려 그동안 꽉 막혔던 답답함이 확 뚫리는 것 같습니다. 

한참을 달리던 보트가 점차 속도를 줄이더니 작은 나룻배가 있는 곳에서 멈춰 섭니다. 그러고는 사진을 찍으랍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긴 대나무 바구니를 들고 원시 낚시를 하는 수상마을 사람들이 보입니다. 긴 대나무 바구니를 들고 한 발을 높이 올리며 낚시하는 옛 모습을 재연하는 것이랍니다. 

과거 방식의 낚시 모습이 언제부터인가 관광 상품이 된 것입니다. 사진을 찍고 나면 낚싯배 사공이 다가와 공연(?) 삯을 받아 갑니다. 이런 모습도 인레호수의 한 장면이라 보트를 타고 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코스인 듯합니다. 

보트가 가다가 서기를 몇 차례, 서는 곳마다 토마토 농장 등 농작물 재배지를 거치고 난 후 수상 마을에 도착해 배를 세우더니 1시간 있다가 출발한답니다. 

수상마을 주민들이 기다란 보트를 타고 호수 위를 달리고 있다.
수상마을 주민들이 기다란 보트를 타고 호수 위를 달리고 있다.

■ 금박으로 뒤덮인 불상

호수 가운데 수상 가옥들은 서로 연결돼 직물 공장과 토산품 가게, 손으로 만드는 잎담배 공장, 조각품 공장, 보석 가공 공장 등 아주 다양한 시설이 줄지어 있습니다.

상점 가운데 연꽃에서 추출한 실을 염색해 그 실로 짠 스카프, 가방, 옷 등을 파는 곳이 있는데 이 물품들은 이곳 인레호수의 특산품이랍니다. 연꽃에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내는 과정과 베틀에 앉아 직물을 짜는 현지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인레호수에서 잡은 민물조개 껍데기로 만든 공예품과 은 세공품도 특산품이라는데 이런 작은 수상마을에서 이렇게 독특한 관광 특산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게 참 놀라웠습니다. 

한나절 수상 가옥을 돌아다니며 여러 삶의 현장을 봤는데 그 중 가장 놀라운 게 수상 사원입니다. 

인레호수의 요마마을 남쪽에 있는 파웅도우 파고다(파야)는 본당에 독특한 5개의 불상이 안치돼 있습니다. 불상이라기보다는 둥근 금덩어리로 보이는데 이는 현지인들이 불상에 수많은 금박(금을 얇게 세공한 것)을 붙였기 때문이랍니다. 본 모습은 사진으로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불상이 금박으로 도배된 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1960년 우기 중에 큰비가 내리고 거센 바람이 불어 사원 안으로 호숫물이 범람하자 주민들이 급히 불상을 배에 실어 옮겼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불상 하나가 호수 한가운데 빠져버렸답니다. 비가 그치고 주민들이 사원으로 돌아와 보니 놀랍게도 그 잃어버린 불상이 먼저 사원에 도착해 있어 모두가 놀랐답니다. 

그 이후 파웅도우 파고다는 샨(Shan) 주(州)에서 가장 추앙받는 사원이 됐고 주민들이 부지런히 금박을 입히고 있어 지금의 모습이 됐답니다. 

호수 가운데 있는 수상 사원인데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렸는지 사원 주변은 보트가 들어갈 틈이 없어 한참을 기다려야 할 지경입니다. 

매년 10월에는 사원을 중심으로 파웅도우 축제가 열리는데 18일간 진행되며 미얀마에서 성대한 불교 축제 중 하나로 꼽힌답니다. 

수상 마을을 돌고 돌아 호수 서쪽 언저리에 있는 인데인마을로 갔습니다. 이 마을에 시장이 열릴 때는 멀리 사는 소수민족들도 다양한 물건을 가지고 찾아와 장관이라는데 오늘은 장날이 아니랍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인레호수에 있는 유명 사원인 파웅도우 파고다 주변이 기도를 올리려 찾아온 주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인레호수에 있는 유명 사원인 파웅도우 파고다 주변이 기도를 올리려 찾아온 주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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