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하고 제사까지 지냈는데…" 4·3 특별법 사실상 불발에 유족 '분노'
"삭발하고 제사까지 지냈는데…" 4·3 특별법 사실상 불발에 유족 '분노'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0.05.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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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 개정이 20대 국회에서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해 유족들은 “허탈함을 넘어 분노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송승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4·3 특별법 무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쉬우면서도 허탈하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지금까지 국회에 14번 올라가고, 삭발을 하고 노제까지 지냈는데 (4·3 특별법 무산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내 탓은 없고 상대방 탓만 있는 정치를 피부로 느꼈다. 통과가 어렵다면 어렵다고 말하면 되는 것을, 괜한 희망만 유족들에게 심어줬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이어 “지난달 27일 4·3 특별법에 대한 정부 부처 간 입장이 합의됐다는 발언이 있었는데 기획재정부 국장이 이를 모를 정도면 뭔가 소통이 부족하고 손발이 맞지 않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70여 년을 학수고대했다고 저도 하소연하고, 원희룡 지사님도 하소연하고 여당 국회의원들도 하소연했지만 결국 통과되지 않아 허탈하다”고 역설했다.

고내수 제주4·3희생자유족회 감사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70여 년간 고통을 겪어 온 유족의 아픔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허탈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4·3 특별법 개정 무산을 ‘정치적 폭거’로 규정했다.

고 감사는 “4·3특별법 개정 불발은 올바른 역사의 큰 길을 거스르는 일이며 유족과 도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패악질”이라며 “4·3 특별법 개정에 반대한 정치인들이 4·3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하다”고 분노했다.

4·3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됐으나 ‘정부 부처간 합의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4·3특별법 개정안은 2017년 12월 발의된 이후 2년6개월간 국회에 계류돼 왔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제72주년 4·3 추념식에서 ‘4·3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언급해 기대감을 높여 왔다. 여야 정치권도 수 차례 4·3 특별법 통과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20대 국회에서는 통과가 어렵게 됐다.

20대 국회가 종료돼 법안이 자동 폐기되면 4·3특별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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