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이혼문화(1)
건강한 이혼문화(1)
  • 제주일보
  • 승인 2020.05.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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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제주지방법원 가사상담 위원·경청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이혼을 쉽게 결정하는 부부는 없다. 

그동안 스트레스를 참고 참다가 세상의 막다른 길에 다다른 심정으로 그래도 현재보다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어렵고도 어려운 선택이다. 

그렇게 어려운 선택을 했으면서도 아이들에게 행복한 결혼생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한쪽 부모와 이별시켜야 하는 죄책감을 갖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많다. 

그 낯설고 어려운 길을 가는 분들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지방법원이 협업해 ‘건강한 이혼과 이혼 후에도 부모 역할은 계속하기’라는 주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 외에도 건강가정지원센터 관계자분들, 강사님들, 상담사님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분들은 이혼하려는 분들의 정신적 고통을 함께 나누고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애쓰고 있다. 

필자도 한 달에 꼬박 한 번 중앙로에 있는 제주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미성년자녀를 두고 협의이혼 절차를 거치고 있는 부모님들과 집단 교육 형식의 만남을 가진다. 올해로 3년째다. 

오늘은 협의이혼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부부가 여러 이유로 이혼을 선택할 수 있다. 서로 이혼과 자녀 문제까지 합의됐다면 협의이혼 절차를 이용하지만, 서로 이 문제들에 대해 의견이 달라 협의가 되지 않을 때는 법원에 조정을 신청하는 조정이혼이나 판결을 신청하는 재판이혼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조정이혼 절차에서도 법원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조정이 되지 않으면 소송이라는 길고 힘든 재판이혼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그런 길고 힘든 재판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부부의 이혼과 자녀 문제에 관한 합의만으로 이혼이 되는 협의이혼 제도가 이혼 방법 중에서는 가장 평화로운 방법일 수 있다. 

그런데 재판이혼과 달리 협의이혼은 부부의 합의 과정에 법원이 깊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간혹 배우자와 빨리 헤어지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 의사와 상관없이 이혼하고 양육과 면접교섭, 양육비를 포기하는 협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제주도와 제주지법은 심리 전문가를 통해 이혼과 자녀 문제 협의 과정에서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 합의를 하도록 돕고 있다. 다만 예산 사정상 미성년자녀를 둔 부부를 중심으로 예산이 집중되다 보니 자녀가 성인이거나 자녀가 없는 부부는 상담가를 만나 이혼을 재고해 볼 겨를도 없이 이혼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협의이혼 절차는 예산과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정도에 따라 법원마다 약간씩 사정이 다르기도 하지만 대체로 다음에 소개하는 제주지법의 협의이혼을 절차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협의이혼 절차를 마무리하기까지는 미성년자녀가 없는 경우는 신청일부터 2달 정도,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는 4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는 자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다. 

우선 부부가 서로 협의로 이혼하기로 결정했다면 법원에 가서 협의이혼 의사를 밝히는 협의이혼 신청서를 내야 한다. 

물론 이 신청서를 낼 때는 반드시 부부 두 사람이 신분증을 지참하고 법원에 가야 한다. 그 신청서를 낼 때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에게는 1차 자녀 양육 안내 날짜를 알려준다. 

미성년 자녀가 없다면 이 절차가 필요없이 바로 판사 앞에서 이혼 의사를 확인받는 날짜를 지정해 준다. 

1차 자녀 양육 안내는 법원 대회의실에 정해진 시간에 진행되는데 가끔은 자녀에 대한 죄책감이나 절차의 번거로움에 소란을 피우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진행된다. 

1차 자녀 양육 안내를 받아야 우리가 흔히 말하는 3개월의 숙려 기간이 시작된다. 

협의이혼 신청을 아무리 빨리 냈어도 1차 자녀 양육 안내를 받지 않으면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신청을 취하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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