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은 개혁하되 기업은 미워할 대상이 아니다
재벌은 개혁하되 기업은 미워할 대상이 아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5.1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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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수필가·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자녀에게 4세 경영권과 기업 승계 없다. 무노조 시대 종식 선언,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 기업 내 준법감시위원회는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 기자회견에서 밝힌 주요 내용이다. 

진정성과 솔직함이 넘치는 국민 사과이고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함이 있다. 

일부 시민단체나 진보정치계의 비판이 없지는 않으나 이 세상에 자식에게 승계를 안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설사 지금까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이 가져온 부정부패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부패한 정치인과 국가권력 간의 연동형 정경유착의 고리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정부가 미워할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재벌들의 성공 신화에는 功(공) 7 過(과) 3이 있다. 

시대적 상황을 감안해 평가한다면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만들며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재벌의 역사는 일찍이 미국의 원조물자와 일본인 자산 불하가 이뤄졌던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직접적인 배경에는 1960년대 수출 드라이브 정책과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의 토양 위에 자본이 축적됐고 특혜와 규제 완화를 통해 세계적인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재벌 개혁의, 해체의 한 방법으로 언필칭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라고 하지만 전문 경영인 시대가 만능은 아니다. 

경영의 귀재라고 하는 잭 웰치 CEO는  다운사이징(Downsizing) 경영기법으로 취임 후 5년 동안 전체 직원의 약 4분의 1을 감원했다.

다른 회사의 CEO들도 마찬가지로 GM은 7만4000명, IBM 6만3000명을 해고·감원한 적이 있다. 이들 CEO는 그 대가로 연간 수조원대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받았다.  

이제 AI 첨단 과학 시대가 도래했다. 쉽게 말하면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세계적인 바둑 천재 이세돌을 이기는 세상이다. 

첨단 과학 시대에는 전문 경영인이 아닌 그룹 오너가 필요하다. 오너가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의 총아가 반도체이며 첨단산업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마법의 돌’,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인공지능 AI, 스마트카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TV, 노트북, 무인 자동차와 우주 항공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쓰인다.  

일본 소니를 제치고 당당히 우뚝 선 디지털 코리아(Digital Korea) 전사들 삼성, LG, SK, 포철, 현대 등 50대 대기업의 성공 신화는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 등 역대 정권의 친기업적 토양 위에 가능했다.  

반도체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크게 바꿔가고 있다. 코리아 디지털 기업들을 더 열렬히 응원하면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이 크게 바뀐다.

반면에 조국을 지키고 응원하면 서초동 광화문으로 국민이 둘로 나뉘고 서로 갈등과 분노만 표출된다. 

AI 시대는 기업이 성장하더라도 일자리는 줄어든다. 노동자 개념이 곧 바뀌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AI 시대에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엄청난 창조적 이노베이션을 일으켜야 한다. 

정부나 재벌이나 눈을 크게 떠서 세계를 보라. 지금까지 무한대의 글로벌 경쟁 시대를 이겨내고 잘 키워온 세계적인 일류기업들을 어디서 만들 것이며 일자리는 어디서 충당할 것인가.  

기자회견을 보고 포스트 이재용 시대를 기대해 본다. 그는 오너이면서 전문 경영인이고 인정이 따뜻한 인간 경영인이다. 한국형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그에게 기대해 본다. 

차제에 정부도 재벌 개혁은 하되 친기업 정책으로 경제 정책을 전환하기를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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