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제주 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
코로나19 이후 제주 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5.1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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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춘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전 제주연구원장·논설위원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이 지속되고 있지만,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빠져나간 나라도 있고 긴 터널의 마지막 출구에 다다른 나라도 있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는 지금 준전시 상황에 있으며 세계 각국은 전례 없는 재정 및 금융의 정책 혼합을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개인 및 피해 자영업자의 소득 보전과 실업수당 인상 등 경제 회복을 위한 대책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긴급수혈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경제를 살리는 게 급선무이기는 하지만 경제를 회생시킨 이후 회복시키는 순차적 접근보다는 회생시키면서 회복시키는 동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경제에 충격이 올 때 충격에 영향을 받는 정도를 충격반응력이라 하고 충격을 받은 후 원상으로 회복되는 정도(속도)를 충격회복력이라고 한다.

충격회복의 속도에 따라 경제회복세의 패턴은 빠른 시간에 정상으로 회복되는 V자형, 정상으로 회복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U자형, 정상으로 회복되지 못하는 L자형 등으로 구분되는데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세 패턴은 L자형처럼 회복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U자형보다는 회복에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나이키 로고형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 제주 경제의 고용과 대형소매점 판매액은 충격반응력과 충격회복력이 모두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충격을 많이 받았지만 회복 속도도 빨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 생산의 경우 충격반응력은 작고 충격회복력은 커서 충격을 덜 받았고 회복속도도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 패턴이 금융위기 이후 패턴과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제주 경제의 충격회복력을 높이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첫째,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되 순차적인 정책 추진이 아니라 동시적이면서 차별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제주 경제의 충격회복력을 극대화시키는 정책을 충격반응력을 최소화시키는 정책보다 우선순위에 둬야 하며 두 정책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동시에 추진하되 시점 간 자원 배분을 최적화하는 두 트랙(two-track)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제주 경제의 충격회복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단기적인 정책과 중장기적인 정책을 동시적·차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제주도의 ‘범도민 위기극복 협의체’를 통해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며 달성 가능하고 현실과 부합하는 단기 및 중장기 대책 즉, SMART 대책이 마련되고 도정은 이러한 대책을 도내 지역혁신기관들의 역량 결집을 통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역 기반 사업의 초기 재정 문제를 주민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이익을 지역공동체가 공유할 수 있는 지역 기반 주민 주도 사업을 적극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향후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충격에 대한 제주 경제의 충격반응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새로운 전략을 도입하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수립·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제주의 역량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제주의 강점 분야를 발굴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최적 정책 조합을 구성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평가를 통해 제주 고유의 자산과 역량을 지속해서 개발하는 스마트 전문화(smart specialization) 전략을 정책 설계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대한민국은 행동은 안 하고 말만 무성한 NATO(No Action, Talk Only) 국가, 행동은 안 하고 계획만 있는 NAPO(No Action, Plan Only) 국가라는 비웃음을 받은 적이 있었다.

10여 년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캠퍼스에 저명인사들의 경구를 기록해 바닥을 밟고 지나가면서 ‘실천이 말보다 낫다’(Well done is better than well said)는 경구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었고 그 이후 이 말은 나를 점검하는 기준이 됐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천이 말보다 낫다’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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