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학인 숙원 '제주문학관' 기공식에 부쳐
제주문학인 숙원 '제주문학관' 기공식에 부쳐
  • 제주일보
  • 승인 2020.05.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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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의 고향'(최덕교 편, 창조사, 1989년)

지난 1월 14일 도내 최초의 문학 전문 공간인 ‘제주문학관’의 기공식이 열렸다.

현재 국내에 100여 개가 넘는 공립 및 개인문 학관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쉽게도 도내에는 지 금까지 한 곳도 없었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제 주문학인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 장기간의 논의 를 거쳐 드디어 첫 삽질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문득 몇 달 전에 입수된 책 한 권이 떠올랐다.

온 나라가 전란 중이던 1952년 11월 대구에서 창간된 학생 교양 잡지 ‘학원(學園)’ 1952년 12월호부터 1961년 9월호까지 발표된 총 600여 편의 시(詩) 가운데서 다시 가려 뽑은 303인 303편집 ‘시(詩)의 고향’(최덕교 편, 창조사, 1989년)이다.

전쟁의 혼란 속에서 당시 학생들이 누릴 수 있 는 다른 매체가 거의 없을 때 우리나라의 장래 는 학생들에게 달렸다는 생각에서 창간된 잡지였다.

전쟁이 끝나고 환도(還都)한 후 당시 최고 부수를 인정받던 일간신문이 5만부를 찍었노라고 자랑하던 시절 월간 8만부를 돌파했던 이 잡지가 당시 문학을 꿈꾸던 어린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을지는 자명(自明)하다 하겠다.

 

이 시집에는 모두 10편의 제주 학생시가 수록 되어 있어 주목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건 1952년 12월호에 맨처음 등단한 영화평론가 김종원(金鍾元, 1937년 ~ )의 ‘국화는 피어도’이다. ‘학원지가 창간되고 최초로 뽑아 싣는 시’로 ‘좋은 시를 쓸 소질이 엿보인다’는 조지훈의 심사평을 받았다. 시집의 서문격인 ‘시의 고향, 학원 문단’도 그의 글이다.

1955년 1월호에는 당시 제2회 학원문학상을 수상한 문충성(文忠誠, 1938~2018년)의 ‘길’이 수록돼 있다. 주목할 학생 시인으로 꼽힌 그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절필하고 오랫동안 시 세계와 절연했다가 1977년 ‘문학과 지성’에 ‘제주바 다’ 외 2편으로 등단했다.

세 번째로는 1958년 12월호에 오용수(吳容秀, 1941~2018년)의 ‘삶’이 있는데 박두진으로부터 ‘좋은 시의 체질’이라는 심사평을 받기도 했다. 이 시는 고등학교 졸업기념 격인 그의 첫 시집 ‘열매’(박문인쇄사, 1958년)에 거의 그대로 수록됐다.

네 번째로는 1959년 5월호에 김광협(金光協, 1941~1993년)의 ‘봄을 맞는 마음’이 있다. ‘사물을 관찰하는 섬세한 눈과 감수성을 가졌다’는 박목월의 심사평을 받았다. 이 시는 시인의 첫 시집인 ‘강설기(降雪期)’(현대문학사, 1970년)에 제목을 ‘마음’이라 바꾸고 일부 내용도 고쳐 수록했다.

그 외에도 1953년 11월호 최평근의 ‘달밤’, 1955년 3월호 오제훈의 ‘이파리’, 1958년 7월호 홍권흥의 ‘그림자’, 1959년 4월호 박운휘의 ‘바위’, 1960년 1월호 박호길의 ‘저녁종-밀레에 부쳐’, 1960년 2월호 김태우의 ‘구월의 노래’ 등이 있는데 그 중에 우수작으로 선정된 박운휘의 시는 ‘너무나 능란하다’는 박목월의 심사평이 주목된다.

1950년대 문학을 꿈꾸던 학생들의 축제 마당 이었던 만큼 나머지 300여 편의 시 속은 물론 다른 문학지에도 수많은 제주 출신 문학도들의 작품이 숨어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하나하 나 찾아서 내년 상반기에는 완성된다는 ‘제주문 학관’을 꽉꽉 채워 나가는 게 지금을 사는 우리의 몫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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