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쉐지곤 파야’
93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쉐지곤 파야’
  • 제주일보
  • 승인 2020.05.0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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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최대의 불교국 미얀마를 찾아서(8)
미얀마를 최초로 통일한 아노라타왕이 따톤을 정복한 기념으로 건설한 쉐지곤 파야는 바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중 하나이자 미얀마에 건설된 파고다의 표본이 되고 있다.
미얀마를 최초로 통일한 아노라타왕이 따톤을 정복한 기념으로 건설한 쉐지곤 파야는 바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중 하나이자 미얀마에 건설된 파고다의 표본이 되고 있다.

 

바간서 가장 오래된 사원 쉐지곤 파야

바간 지역을 돌면서 크고 작은 파고다를 보며 느낀 점인데 아난다파야 같은 거대한 사원보다는 이름 없는 자그마한 파고다가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큰 파고다는 다 이름이 있지만 작은 파고다는 이름이 없고 번호만 매겨 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름도 없고 크기도 작지만 상당히 분위기 있고 아름다운 파고다가 벌판에 널려 있답니다.

파고다를 돌아다니며 꼭 보아야 할 것은 파고다 안에 있는 불상과 벽화들입니다. 오래 보고 있으면 신성함과 더불어 잔잔한 불심이 생겨나는 것 같답니다.

인도를 여행할 때도 같은 느낌이었는데 바간을 돌아다니며 이렇게 많은 유적들이 어떤 것은 마치 버려진 듯 보이는 것입니다.

중요한 문화유산을 저렇게 방치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유적이 많습니다. 너무 많아서 그런 걸까요.

우리나라 문화유산들은 보호한답시고 마치 철장 속에 가두어 과잉보호라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선조들이 물려준 많은 문화유산을 잘 관리하는 것은 후손들의 책임이겠지요.

바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인 쉐지곤 파야를 찾았는데 사원건물 전체가 황금색으로 덮여 있어 한 눈에 보기에도 굉장한 사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쉐지곤 파야는 미얀마를 최초로 통일한 아노라타왕이 따톤을 정복한 기념으로 건설을 시작해 1085년 짠시타 왕에 의해 완성됐답니다.

아노라타왕은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붓다의 치사리 네 개를 네 마리 코끼리 등에 얹고 코끼리가 멈추는 곳에 자리를 골라 사원장소를 정했다고 합니다.

쉐지곤 자리가 그 중 한 곳이고 우아한 건축양식은 훗날 미얀마에 건설되는 많은 파고다의 표본이 됐다는군요.

이 쉐지곤에는 몇 개의 불가사의가 있는데 경내의 큰 북을 치면 반대편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경내 벽의 그림자가 변하지 않는다. 연중 내내 경내에 꽃이 핀다 등입니다.

해발 875m ‘낭쉐마을 속 인레호수

바간의 파고다에 있는 불상
바간의 파고다에 있는 불상

다시 새벽에 마지막으로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 한 파고다를 올랐습니다. 오늘로 바간 답사를 마치고 떠난다는 아쉬움에 김영산 선생과 함께 작은 파고다를 올랐더니 언제 왔는지 관광객 몇 팀이 자리를 잡고 있어 속으로 나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구나하고 좁은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서자 카메라를 들고 어렵게 올라오는 저를 보더니 얼른 자리를 비켜줘 말 대신 눈인사로 대신했습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자 여러 색깔의 애드벌룬이 안개에 싸인 넓은 벌판을 천천히 날아갑니다. 몇 번을 보고 있지만 아마도 평생 잊지 못 할 감동인 듯합니다. 새벽 촬영을 마치고 일행이 기다려 아침도 거른 채 인레호수를 향해 버스를 탔습니다. 미얀마에서 버스를 타는 것은 조금은 고역이네요. 특히 야간 버스를 탈 때 자리는 비좁아 웅크리고 장시간을 가는 데다 에어컨을 얼마나 세게 켜는지 추워서 견디기 힘들답니다.

인레호수까지는 10시간이 걸린다는데 차창 밖 풍경은 그야말로 밋밋해 카메라 한 번 꺼내보지 못 합니다. 산등성이를 몇 개 넘으며 어떤 곳은 도로확장과 포장을 한다고 길을 막아놔 한참을 기다리며 가다 보니 오후 430분에야 인레호수가 있는 작은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작지만 곳곳에 호텔이 있어 이곳이 유명한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네요. 호수가 유명하다보니 이 지역을 인레라 부르지만 이는 호수 이름이고 마을의 정확한 명칭은 낭쉐입니다. 해발 875m의 산 고원에 위치한 산정호수 마을로 오래 전에는 양웨(Yaynɡhwe)로 불렀고 1948년 식민지 독립 후 정부에 의해 황금 반얀나무라는 뜻의 낭쉐(Nyaunɡ Shwe)로 개명되었답니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이 낭쉐에 머물면서 인레호수를 돌아보는데 호수 주변으로 병풍처럼 산이 둘러싸여 독특한 생활환경을 엿볼 수 있는 지역이랍니다. 아침도 거르고 버스에서 빵조각으로 점심을 대신해 저녁을 푸짐하게 차려 오랜만에 술 한 잔하며 미얀마 여행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날이 어둡지 않았으면 호수가에 나가보고 싶었지만 내일 새벽에 물안개가 장관이란 말을 듣고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족들과 카톡으로 소식을 전해 들었지요. 가족들에게는 항상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더 할 말이 없어 염치없는 줄 알면서도 매년 때가 되면 이렇게 떠돌아다니는 것이 저 자신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멀리서 보내지도, 받아 볼 수도 없는 편지나 쓰면서 용서를 구하고 있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바간을 떠나던 날 새벽 다시 파고다를 올라 열기구의 장관을 촬영했다.
바간을 떠나던 날 새벽 다시 파고다를 올라 열기구의 장관을 촬영했다.

 

 

 

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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