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역사
반복되는 역사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20.05.07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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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하나가 ‘역사는 반복된다’는 표현이다. 최근엔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지금 제주가 맞고 있는 상황을 보면 이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진다.

그리 멀지도 않은 때의 일이다.

“현재 상황을 ‘경제 위기’로 진단하고 청정지역 이미지를 바탕으로 관광 위기를 돌파해 나갈 것이다. 분야·업종·경제 주체별 맞춤형 정책을 펼치면서 파급효과가 크고 선제적인 정책을 펼치도록 노력하겠다.”

5년 전인 2015년 6월 당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가 제주를 덮쳤다. 지금과 흡사한 현상이 벌어졌다.

당시 제주도관광협회장을 비롯해 관광협회 18개 업종별 분과 위원장들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간담회를 갖고 메르스 여파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원 지사의 발언 내용 중 일부다.

당시 메르스 여파로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등지고, 심지어 내국인들까지 여행을 꺼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제주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그때와 지금 상황이 빼 닮았다.

#5년전 메르스 때와 빼닮아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메르스와 동일한 무게로 취급할 수 없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관광산업의 부진으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도민 모두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다.

물론 직격탄은 관광업계가 맞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의 제주관광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연간 1500만명 시대를 연 제주관광의 결과물은 특정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선량한 도민들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이는 1970년 제주관광이 사실 상 ‘제대로 된 산업’으로 위상을 갖추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관광업계는 이 문제를 풀기위한 대안 찾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나온 게 다름 아닌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이다. 연간 1500만명 관광에 따른 결실이 도민들에게 직접 돌아가고, 관광업계 또한 골고른 혜택을 공유하자는 취지다. 그렇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이른 바 기득권으로 상징되는 업계의 폐쇄성과 경직성 때문이다.

제주관광의 고질적 문제인 ‘그들만의 산업’. 이는 수십 년 간의 관행을 통해 굳어졌다. 이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바로 세우려는 노력까지 멈춰선 안 된다.

제주관광산업의 틀을 기존 양적 성장의 테두리에서 질적 성장의 토대로 바꿔야 한다. 외부의 충격에도 굳건하게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다.

#외부변수 위기타개책 ‘모르쇠’

제주경제는 2011∼2016년 고도성장 이후 조정과정을 마친 뒤 현재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토착자본의 한계가 뚜렷한 제주는 지금 모든 게 어렵다.

지속가능한 제주경제의 발전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서비스업의 고부가가치화, 기존 산업과 신산업의 융합 등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을 찾아 실현해야 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외부 종속적인 제주경제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 중심에 관광산업이 자리한다.

제주경제의 맏형격인 관광산업의 질적성장은 멈출 수 없는, 제주가 꼭 가야할 길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면 제주 전체가 ‘참담’해 지는 상황을 이쯤에서 멈추게 해야 한다. 멈출 수 없으면 적어도 충격이라도 덜게 해야 한다. 시장 스스로의 자생력을 갖추고, 시장 참여와 분배가 공평과 정의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같은 원인에 같은 결과가 반복된다는 논리를 역사에 적용한 것으로, 이미 역사가 보여준 그 인과를 다시금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다.

그렇지만 제주는 애써 모른 채한다.

제주관광정책의 기틀을 새롭게 다질 수 있는 기회가 지금인데 제주는 그 천금같은 기회마저 놓치는 것 같다.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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