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사회 모습…새로운 이정표 세워야 할 때”
“달라지는 사회 모습…새로운 이정표 세워야 할 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5.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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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20. 사회 변화와 농촌의 과제

국가적 위기·혼란 속에서도 계절 따라 분주하게 일상 유지해가는 농촌마을
‘포스트 코로나’ 달라질 사회 모습…변화 수용할 수 있는 기반 구축 ‘과제’
각종 농촌 역량강화 사업 궤도 수정 요구…의도치 않았던 재해를 ‘기회’로

한라산 자락과 바다의 기운이 모아져 신비스럽게 보이는 새벽녘 안개는 보물섬의 자태를 잠시 숨기지만 떠오르는 햇빛에 산란되어지는 기분 좋은 기운은 보는 이들과 이를 느끼는 이 모두에게 살아있음과 살아가야 됨에 대한 고마움과 경건함을 되새기게 하는 계절이다.

5월은 계절의 좋음을 칭송하는 수식어가 참 많다.

계절의 여왕, 신록의 계절, 가정의 달 등등. 인간의 감성과 신체에 깃드는 에너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붙여진 수식어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이뤄내는 분들, 부모님과 선배님들, 그리고 자녀에 대해 수고와 희생에 대한 감사와 보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 그리고 비전을 공유하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의 습격으로 수개월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초유의 경험은 제주 관광산업에 직격탄이 됐고 그저 혼란스러운 가운데 무대책으로 시름을 쌓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한 우리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5월 5일 0시까지 대한민국 확진환자 1만804명 중 제주에서 확인된 확진자는 겨우 13명이었다. 그들도 지역사회 감염이 아닌 해외 유입 또는 제주 방문자가 대부분이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한민국 1%라는 제주가 어쩌면 방문자에 의한 감염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확진 감염자가 0.1%라는 것은 놀라운 결과물이다.

물론 전국적인 확진자의 분포도를 보면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확진자의 숫자가 현저히 작은 숫자를 보이지만 연중 1500만명의 외지인들이 찾는 제주도는 더욱 쉽게 감염에 노출될 수 있었지만 이를 차단해 나간 제주도와 제주도민의 지혜와 용기는 대단히 칭찬할 만한 것이리라.

어쩔 수 없이 관광업계의 엄청난 경제적 타격과 기약 없는 기다림은 피해갈 수 없는 안타까움이지만 이를 극복해 내는 합리적인 방안들을 도출해 내는 것 또한 제주가 해결해야 할 미션일 것이다.

다행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전 국민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얻어낸, 상대적으로 안전화 단계에 접어든 즈음에 맞은 지난주부터 시작된 황금연휴는 모처럼 제주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다.

평상시 5월은 온갖 무리의 여행객들이 보물섬 제주를 뒤덮고 있는 농염한 감귤꽃 향기와 더불어 주요 관광지뿐만 아니라 섬 전체가 여행객들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모처럼 좋은 계절 좋은 날씨로 마스크 속의 미소를 짐작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외부인 방문객이 적은 우리네 농촌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계절을 거스르지 않고 일상을 유지해 간다.

새벽 안개를 헤치며 이슬을 벗 삼아 1년 밑반찬의 주요 재료인 고사리를 꺾으러 나가는 아낙의 분주함은 이 계절 우리 농촌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옥수수 밭에 스프링클러로 물을 돌리고 과수원에 웃거름과 농약 뿌리기, 시설 내 만감류의 꽃따기와 가지 매달기 등등.

어쩌면 겉으로 보여지는 우리의 농촌은 코로나19와는 무관한 유토피아처럼 보인다.

여전히 새참과 점심시간엔 막걸리 한 사발을 나누고 지역농협 모퉁이에 마련된 휴게공간에선 농업 결과물에 대한 무용담을 곁들인 웃음소리가 무늬만 농삿꾼인 필자를 기웃거리게 한다. 이곳이 농촌이고 현실이다.

코로나 국면이 안정기를 맞으면서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다양한 의제들이 쏟아지고 있다.

재확산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아니하면서도 이후 우리는 변화에 대한 수혜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소외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고민들이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각종 산업분야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예견하는 것처럼 이미 우리는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 했던 새로운 사회 시스템에 대한 경험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자연스레 우리의 뇌에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돼 가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사회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다만 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그릇들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일 것이다. 

우리는 각종 재난 재해의 경험으로부터 대단히 유의미한 결과들을 만들어 낸다. 대체요령과 각종 매뉴얼 등.

같은 재난 재해가 생겨났을 때 그 극복이 한결 쉬워질 것이다.

우리는 또 하나 큰 교훈과 가르침을 얻는다. 무척 아픈 과정들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코로나 국면을 보면서 동경해 왔던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유럽의 선진국들이라고 하는 그 어떤 국가보다도 우리가 지구상 최고의 일류 국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어쩌면 겪었던 아픔보다 훨씬 더 큰 가치가 되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더불어 경험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라는 사실도 확인하게 된다.

지면이 부족해 많은 얘기를 나열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농촌마을과 관련한 수많은 역량 강화 사업에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미래에 많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역량 강화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궤도 수정이 요구되고 있다.

역량을 갖춘 인재육성에 대한 기본적인 지침을 바꿔야 될 시점이 왔다. 의도되지 않았던 재해가 어쩌면 우리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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