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향교 보물 승격에 토지주 반발…제주향교 사태 재현되나
대정향교 보물 승격에 토지주 반발…제주향교 사태 재현되나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0.05.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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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지정 문화재가 국가 지정으로 승격될 때마다 보존 가치와 재산권 침해 간의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승격 과정에서 재산권 침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어 이에 대한 개선도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현재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된 ‘대정향교’ 대성전과 명륜당의 보물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대정향교 대성전과 명륜당은 문화재청이 수립한 시·도 건조물 문화재 보물 지정 계획에 따라 올해 1월 보물 승격 대상에 포함됐다.

문제는 대정향교의 대한 보물 승격에 대해 일부 토지주가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제주도 지정 문화재로 지정된 대정향교 이내 300m 구역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중 대정향교와 가까운 ‘1구역’은 사실상 건축행위가 제한되며,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2구역’은 최고높이 7.5m(1층) 이하의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수 있다.

1구역 내 토지주들은 이미 2015년 현상변경 허용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행정당국에 요청했지만 제주도 문화재위원회는 일부 토지를 2구역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용역진의 의견과 달리 조망성을 이유로 불허했다.

이후 토지주들은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심판청구를 제기했으며, 최근 대정향교에 대한 보물 승격이 추진되자 더욱 반발하고 있다.

토지주 A씨는 “용역진이 1구역 일부를 2구역으로 완화해도 된다는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불허된 상황인데 보물로 승격돼 국가 지정 문화재로 전환되면 재산권 행사는 아예 불가능해진다”며 “문화재 보호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주민 의견 수렴 없이 보물로 승격해버리면 침해되는 재산권은 누가 책임지냐”고 토로했다.

실제 문화재보호법상 국가 지정 문화재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행정당국은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할 의무가 없다. 단, 현상변경 허용 기준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이의 제기가 있을 때는 의견을 수렴하도록 명시돼 있다.

제주도가 2018년 12월 ‘제주향교 대성전 현상변경 기준(안) 주민설명회’를 개최했을 당시주민들은 보물 승격 과정에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설명회를 진행한 점에 대해 반발한 바 있다.

A씨는 “제주향교 사례처럼 대정향교의 보물 승격 역시 이해관계인의 사유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부당한 처분”이라며 “행정 절차 상 위법적인 부분이 없더라도 승격 이전에 주민들의 민원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아직 보물 승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만약 결정된다 하더라도 현재 수준의 제한이 유지될 수 있도록 문화재청과 협의하겠다”며 “특히 보물 승격이 예고된 후 30일 이내에 반대 의견이 접수되면 이를 문화재청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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